산행일자 2019. 06. 22
산행시간 08:50 ㅡ 13:30 휴식 40분 포함
#전주고덕산 #고덕산 #산행 #산꼭대기
늘상
교무실 창문 너머로
품고 있어서일까.
신화神話에서의 느낌으로
뾰족한 꼭대기를 곧추 세우고 있어
끌려들고 있건만
정작 그 품에 안겨보는 것은 언제나 뒷전이다.
숲을 걷는 것은
삶을 이어가는 의미의 큰 흐름이고 보면
늙어갈수록
자연의 DNA가 더 활성화되어가는 것일까.
그렇다고
어느 방송프로그램처럼
'자연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녹색의 세상을 찾아갔건만
1주일 만에 깊은 귄태에 빠졌다던
소설가 이상처럼
틀림없이
벗어나지 못할 권태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이 분명하고.
그러나
산은 내 마음에서 살아있다.
어쩌다
보름만에 산으로 든다.
적확한 표현은
보름 동안 산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심한 몸앓이를 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몸뚱이가 일으키는 패악질을 참아낼 수 없다.
쑤시고 저리고 무겁고
견디다못해
천변에 나가 밤을 달리며
육신의 발악을 달래 주었다.
그리고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잔뜩 흐린 하늘 정도야 아랑곳 없이
우의 하나 배낭에 넣고
모악산에 눈이 멀어
전주 사람들이 내어 놓은 산
고덕산의 품에 안긴다.
예전에 나무 계단이 없을 때에
조금 힘들었지만
몸과 마음이 서로를 배려하며 오르내렸는데
계단은
그런 즐거움을 다 거두어 버렸다.
머리 속에는 복권이나 당첨되기를 바라는 속俗함으로 가득하고
발걸음은 기게적으로 몸을 끌어 올린다.
교실 두 칸 정도 크기로
마음을 내어 놓은 전주 고덕산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임실 고덕산에 비해 온순한 모습이지만
조선시대 5대 사찰이라고 국사책에 나오는
경복사를 낳은 산이다.
지금은 흔적만 남았지만,
산은 꼭대기로 말한다.
흘러내리는 계류에 추파를 던지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산객들도
꼭대기에 서면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다.
조망에 빠지는 사람,
정상에 섰다는 성취감에 젖어드는 사람.
산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가리왕산같은 넓고 넓은 꼭대기를 내어놓는 산,
고덕산처럼 적당한 꼭대기로 맞이하는 산,
월출산처럼 좁디좁게 마음을 내보이는 산,
운장산처럼 최고의 조망을 선사하는 산,
그리고
소백산이나 선자령처럼 살을 에어내는 칼바람을 휘두르는 산.
그러나
어느 산이나
하나의 산이다.
어느 산이나
말없이 받아주는 산이다.
오늘
고덕산에서
전주의 산군山群을 바라보며
걸어온 능선을 반추해 본다.
산에 들어설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산등성이를 걸으면서 맞는 바람에 감사하고
산꼭대기의 넉넉함을 느끼는 것에 감사하고
사방을 둘러보아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에 감사하고
학산과 금성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에
얹혀 있는 아득한 그리움에 감사한다.
그리고
아내와 산친구가 되어
언제나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평화동 약수터로 내려서다가
문득 가을을 만난다.
정녕
여름은 이렇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돌아서고 마는가.
코스모스는
수리조합 둑방길에 피어야 제멋이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소년이라도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잔뜩 벼르고 있는 여름 더위가
가슴 떨리게 하지만
오늘 코스모스는
누구도 시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산이 높아 보여도
막상 발을 들여 놓으면
오르막길 따라
간간이 조망좋은 전망대도 있고
바람이 내어주는 시원한 그늘과 함께
어느덧 정상에 서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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