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斷想)

서울이 좋다

힘날세상 2019. 1. 2. 11:02






서울이 좋다

서울이 좋다

길을 걷다

어깨가 부딪히고

낯모르는 사람들과

지하철에서

곁을 내주어야 하고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에 신경의 반은 나눠 놓아야 하지만

까닭없이 파고드는 낯설음

무엇인가

객창감인가

의식을 살려 놓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가 없다

관악산은

언제나 그대로 있지만

볼 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관악산은

내 마음 속에까지 들어오더니

'난 너를 다 보고 있다'

서울이 좋다

좋기는 좋지만

눈물까지 나지는 않는다

뽀얗게 우러나는

곰탕 국물같은 맛까지는 아닌 까닭이다

서울은 전주가 될 수 없다

어디든 쉽게 갈 수있는

버스나 지하철이

내 핏줄은 아니다

옆 사람에게

눈길조차 줄 수 없는

삶의 방정식에 눌려 있는

서울에 사는 아들녀석은

'전주는 식어버린 커피'라고 한다

'너의 온 몸을 덥히고 있는 피는

전주에서 붉어진 거다'

서울은

알 수 없는 무엇이

잔뜩 붙어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다른 나라같은

서울은

전주의 해가 뜨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이 좋다

북한산이 있고

광화문이 있고

낯선 거리가 있어

다른 나라 같은

서울이 좋다

나그네가 되어야 하는

서울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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