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분수
작성일 2002-06-30
토요일 오후.
참 느른합니다.
퇴근도 못하고 남아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뒷뜰을 내려다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아주 작은 진리 하나가
뛰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여기에 데려다 놨습니다. 어떤 놈인가 한 번 보세요.
우리 전주 신흥고등학교는
워낙 깊은 산 속에 있는 관계로
학교 뒷산에서 직접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희현 폭포입니다.
희현이라는 이름은
우리 학교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 학교 자리에
희현당이라는 비석이 하나 있기에 붙은 말입니다.
우리 학교터가
그 옛날 선비들이 모여서
학문을 하던 자리인데
그것을 알리는 비석이지요.
그래서 우리학교에는
"희현"이라는 말이 달라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현당(도서관)", 희현학사(기숙사), 희현로, 희현축제 등등
그래서 우리 학교에 있는 폭포니까
희현폭포라고 부르죠.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연못은 희현담이거든요.
그 옛날 희현폭포를
찾은
당나라 시인 이백은
飛流直下三千尺 이라고
노래를 했죠.
일설에는 이백이 희현담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흘러 오지요.
희현 폭포의 전설은 나중에 한 번 올리겠습니다.
창밖을 보니
웅장하게 떨어지는
희현 폭포의 소리를 휘감고
희현담을 박차고 솟구치는 분수가
물줄기도 거세게 하늘을 향해
내달리고 있더군요.
늘 보아오던 광경인데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기에----
폭포와 분수!
폭포는 무지막지한 속도와
굉음을 내뿜으면서
떨어지지만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물리적 현상일 뿐입니다.
물리 선생님께 물어 봤더니
자유낙하니
9.8gt제곱이니 하면서 말하는데
그것은 자연계다운 말이고
입으로 먹고사는 인문계의 식으로 보면
폭포는 생명의 끝입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떨어지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는
단순한 폭포입니다.
분수는
거꾸로 솟구쳐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분수는
가만히 있으면 절대 솟아나지 못합니다.
즉 분수는 하늘로 향해
솟구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그냥 그렇게
별 생각없이
물흐르듯이 살아가면
어느 순간
폭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자기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이
떨어져 내려야 하는
폭포처럼.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정말 무지한 노력의 땀방울을 흘려
자신의 의지고
하늘로 솟아오르려 합니다.
우리가 모래재를 넘고
금산사 독배 고개를 넘고
왜목재를 뛰어 오르는 것도
모두 다
분수와 같이
치솟는 삶,
자신의 의지로 디자인하는
독특한 개성이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입니다.
힘날 여러분!
여러분은 폭포가 되시렵니까?
아니면 분수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렵니까?
클럽도 그렇습니다.
회원들 모두가 분수와 같은 클럽은
분명 힘이 넘치는 클럽이 될 것입니다.
우리 클럽은 바로 그 분기점에 와 있습니다.
이제 회원이 100여명으로 늘어나고 있어
몸체가 비대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분수가 됩시다.
힘차게 솟아나는 분수말입니다.
오늘 모래재를 넘은 힘은
북부팀장님의 식혜와
꾹장의 포카리와
정주천님의 국산 콩으로 만든 순두부와
소위 철학이라고 말하는 회장님의 써빙과
그리고
우리들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한
그
뜨거운 사랑과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날은 정이 살아 있습니다.
힘날은 힘입니다.
모래재의 아침 풍광에 반해버린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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