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건만
아이들 말로 멘붕이다.
어제 밤 2시까지 어제 본 학력평가 해설지 준비해서
오늘 수업을 하는데
예측한 대로 우리 1학년 아가들 콜콜 자버린다.
시험지를 보면 지문 분석의 길이 뻔히 보이고
선택지에 박혀 있는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환하게 드러나는데
그래서 그걸 알려주려고 핏대를 세우고 있건만
왜 아가들은 외면을 하는가.
어제 본 시험에서 전국 1학년 학생들 50%가 아주 어려웠고
37%가 다소 어려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해서 처음 본 시험이고
그래서 낯설고 어렵고 그랬을텐데
왜
무엇 때문에
해설 강의를 외면한단 말인가.
갈수록 교단에 서는 것이 두렵다.
무섭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다독여주어야 하는가.
창 밖의 햇살은 참 포근해 보인다.
나뭇가지는 새 생명을 틔우고 있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잠 자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고
견뎌내고
마음을 바로 세운 결과
저 나뭇가지들은
겨울내 메마른 것처럼 보였던 나뭇가지들은
뭇 사람들이 탄성을 터트릴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누구인가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보배로운 학생들이
학교를 외면하고
학습 시간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말인가.
아이들을 달래서 깨워 놓고
어려웠던 지문을 낱낱이 해부하여 쉽게 독해하는 법을 말하고 있는데
정말 중요하고 또 중요한 강의인데
그나마 눈을 마주쳐 주던 아이들도 고개를 숙이고 만다.
혹자는 재미 없게 수업하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업을 재미로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집중해서 설명하고 또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을
코미디처럼 할 수는 없지않는가 말이다.
좀 재미있게 해보려고 할 때는 좀 쳐다봐 주는데
진지하게 진행하기만 하면 바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래도 3학년이 조금 낫다.
오후에는 3학년들이 잘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제 만들었던 해설지를 펼쳐놓고
다시 힘을 내고 강의 준비를 한다.
어디선가 봄처녀의 노래가 들리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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