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추장 담그기가 힘들었는지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아내는 잠에 빠져 든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밤을 조금씩 썰어낸다.
두시가 가까워지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늘 마음을 누르고 있는 무거운 것 하나를 꺼내 늘어 놓는다.
세상은 발전한다.
그러나 좋은 방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세상이 변해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갔고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본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없어졌다.
쉬는 시간에 책을 들고 있는 학생이 이상한 아이로 따돌림 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린 사람들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잘못인 세상이 되었다.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고 인성교육을 안해서 아이들이 망가진다고 말하는게 지금 세상이다.
주입식교육이 학생들의 미래를 망치니까 협동학습만이 살 길이라고 몰아세운다.
전국의 학생들이 모두 검정 교복을 입고 똑같은 책으로 선생님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따르며 잘못하면 뺨을 맞아가며 공부해서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란 학생들은 적어도 어른이 말하면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들었다.
그들은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협동학습이니, 프로젝트 학습이니, 융합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을 엄청나게 발전시키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주입식 교육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 융합교육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그 알량한 '인권'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는 대신 어른들로부터 인성교육을 받은 것이다.
교육의 '敎'라는 글자에는 회초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예전에는 교사로 봉직하는 것을 '교편(敎鞭)을 잡는다고 했다.
교편의 편이 무엇인가. 바로 채찍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느닷없이 인권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아이러니칼하게도 세상에서 인권이 사라졌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봐야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인간 사회에서 옳은 일인가 말이다.
선생이 아이들에게 사정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주장한 교육 혁신의 결과이고 인권을 내세운 결과가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남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행동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잘못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가르침을 받아야 할 젊은이들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고 있고, 가르쳐야하는 사람들이 칼날을 잡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교사들은 지금 교실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
때려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니까 규정대로 벌점을 부여한다.
그러면 벌점을 부여한다고 항의를 한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 즉 졸업장만 주라고 말한다. 공부는 학원에서 시킬 것이니까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정말 선생들은 힘들다.
이것을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싫으면 그만 두어라. 너 아니어도 가르칠 교사들이 줄줄이 서 있다."
학생들은 교복을 거의 입고 다니지 않는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소위 '패딩 점퍼'를 입고 다닌다. 교복 윗도리가 있지만 불편하니까 입지 않는다. 여름에는 더우니까 윗도리를 벗고 다닌다. 아예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등교하기도 한다.
아침에 학교 갔다오겠다고 인사하는 아이들 복장에 대해 부모님들이 관심을 조금만 가지면 될 일이다.
학교에서 그런 복장을 지적하고 지도하면 그런 편의도 안 봐주냐고 말한다.
그래서 선생들은 그냥 모른 척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인권을 내세우는데 인권이 무너지고 자유를 주장하는데 자유가 없는
지금의 우리 세상이다.
이대로 이런 교육환경으로 10년이 흘러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인권교육이 지켜줄까. 혁신 교육이 아이들의 태도를 바로 잡아 줄까.
학생들을 뒤흔들어버리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학생들이 본분을 망각해 간다고 떠들어댄다.
교사들에게 칼날을 쥐어 주고 칼자루를 잡고 있는 아이들을 지도하라고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교실을 놓아둘 것인가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길이를 저렇게 짧게 해놓고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숨을 쉬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