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만 자유 여행기

[60대 부부 9박 10일 대만 자유 여행기] 22 타이중 ㅡ 동해 대학

힘날세상 2018. 2. 16. 16:59



 2018. 01. 26



동해 대학으로 간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발길을 붙잡는

한 대학의 작은 교회.

아침,

비교적 이른 시각인데도

하늘은

맑고 통랑함을 내놓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이곳에 앉아

 이 교회 앞에 앉아

이 대학의 교정에 앉아

나는

오늘

무엇을 바라보야 하는가.


지나간 세월일까.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 놓은

지나간 시간일까.


햇살과 바람은

오늘

나의 앞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햇살에게로 가면

바람은 시샘을 해왔고,

바람에게로 걸음을 하면

햇살은

나의 발목을 따라 다녔다.

선과 악일까

기쁨과 슬픔일까

내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지난 시절 속에 꼿꼿이 마주 서 있는

이원적인 삶의 모습들을

오늘 들여다 보았다.





나는

카메라 뷰파인더를 가리고 있는

저 세 분들에게

아무런 거슬림을 느끼지 않았다.

저대로 하나의 분명한 시간이고

저대로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두껍게 덮혀 있던 고요를 흔들었다.

앞으로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할 저들이

훗날

 오늘 이 시간을 어떻게 되새김할까.

어떤 의미를 달아 놓을까.

사람이 걸어간 길에는

어떤 형태든 의미가 담긴다.

물론 보는 시각의 방향에 따라

의미의 두께는 달라지겠지만.


며칠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오늘 느닷없이

철학자가 되어 버렸다.

동해대학에서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을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왠 일인지

머리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것은 햇살과 바람의 힘겨루기 탓이었다.

그냥 햇살과 바람으로만 바라볼 것을.




 

아침을 먹고

구글지도를 불렀지.

구글은 타이중역 버스 정거장에서

300번 버스를 타라고 말했어.

타이중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이 여러 개 있는데

어느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가.

그러나 걱정할 것 없어.

구글은 내가 호텔에서부터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안내해 주거든.

위 사진을 봐.

오른쪽 버스 위에 노란색 간판이 보이지?

태양당이라고 써 있어.

태양당 앞으로 나 있는 도로는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도로가 대만대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고.

태양당에서 몇 걸음 걸으니

버스 정류장이야.

안내판에 300번 안내도가 있었지.

물론 302, 303, 304, 306번 버스에 대한 노선도도 있었지.

버스 도착을 안내하는 전광판도 있더라고.

조금 있으니

300번 버스가 오더라고,

얼른 탔지.

구글은 무슨 병원 앞에서 내리라고 하더라고.

가보니까 그 병원은 재항군인병원이더라고.




왼쪽의 지붕같은 것이

바로 버스 정류장이야.

사진이 이렇게 이상하게 찍인 것은

정류장과 인도 사이에 이렇게 택시가 다니는 길이 있어서야.

사진을 찍으려는데 택시가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길래

바삐 찍다보니.


동해대학은 길 건너편에 있더라고.

살펴보니까

이렇게 지하도가 있더라고.

룰루랄라 건너갔지.





 오늘도

학생들이 몰려 왔다.

가는 곳마다 이렇게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인연인가봐.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아이들도 옷을 두껍게 입고 왔어.





 정문을 한 번 찍어 봤지.

누가 썼는지

동해대학이라는 글씨가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아?

정문은 차량만 드나들게 되어 있고

걸어 들어가는 길은 바로 옆에 있더라고.





 찻길 옆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길이 인도야.

문제는

그 아름답다는 교회는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는 거야.

모르면 직진아닌가.

무조건 인도를 따라 직진하니








 이렇게 교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루체 교회당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실제로 사용되고 있더라고.

학생들이 예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봤지.


두 가지를 모두 갖을 수는 없듯이

외모는 아름다웠지만

예배당 안은 비좁더라고.

저 황금빛 지붕과는 달리

지붕 안쪽은 그냥 시멘트 그대로더라고.


사람도 그렇잖아.

어떤 사람을 멀리서 얼핏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우아해 보기까지도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면

실망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처럼

오늘

이 루체교회도

안쪽을 들여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던 아름다움이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슬슬 학교 교정을 돌아본다.

대학인데도

3층 이상 되는 건물은 없었고

정말 시골스러운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건물은 공과대학 전기공학과이다.




 실습용 기계인가보다.






ㅁ 자로 된 건물에

안쪽에 잔디광장이 있는

이 아름다운 건물이

전기공학과였다.





 인문대학 건물은

현대식 건물인데

공과대학하고 바꿔졌더라면 어땠을까.




교회 아래에 있는 건물인데

우리로 말하면

교목실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정원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고

잔디밭에 내려 앉는 햇살은 마냥 따뜻했다.

오늘은 참으로 햇살이 그리운 날이다.





 작은 우체국도 있었는데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가.

건물은 그렇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이렇게 시골 마을회관 같은 우체국이면 어떻고

벽돌을 쌓아 놓은 건물에

커피숍이 들어 앉아 있으면 어떤가.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루체 교회로 돌아 와서

잔디밭에 마음을 얹는다.

조금 전의 혼란스러움은

교정을 걸으며

많이 가라앉았고

평정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영혼을 깨우는 기도를 하고 싶었다.




이 나무 숲길은

여름에는 어떤 모습의 이야기를 내어 놓을까.

힐링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힐링이라는 말을 대체하기에

고요와 평정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요와 평정

이 정도의 길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동해대학을 떠나며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었고

루체 교회를 바라보며

조용한 기도를 올릴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고요하고 평정함을 가져다 주었던

무채색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