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시장님이
청계천에 다녀갔던 것일까.
궁원안과 앞은
청계천과 같은 시설을 하느라
한참 공사 중이다.
이것은
신축하고 있는 타이중역까지
이어지나보다.
완공되면 모두들 좋아할 것같고.
구글지도를 켜고
시청사 가는 길로 가는데
느낌이 좋더라고.
늦어가는 오후의 시간을 좋아하는 까닭일까.
여행자의 객창감이랄까
뭐 그런 느낌있잖아.
좀 버려진 듯하고
아주 가느다란 슬픔같은 것이
스멀거리는 듯한 느낌말야.
난 이런 느낌을 좋아하거든.
몇 걸음 걸으니
고풍스러운 건물이 고갤들고
반기지 않겠어.
니하오!
나 왔어. 너를 만나러 내가 왔다니까.
자슥이 우리를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더라니까.
그래도 이쁜 얼굴이더군.
왜 아가들이 놀라서 눈 크게 떴을 때
귀엽고 이쁘잖아.
느닷없이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좁은 광장을
가득 메우더군.
어땠을 거같아?
맞아.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더라고
얼른 청사 안으로 들어갔어.
들어가도 괜찮냐고?
그럼
시민이 시청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건
뭔가 찔리는 게 있을 때지.
이게 겉모습은 이쁘고
날씬한 몸매를 내보이더니
속살을 보니
보톡스 맞은 거였어.
낡고 주름진 모습이더라고.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니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고.
복도에서 마주친 여직원은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않더군.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건물 안에
참 아름다운 공간을 숨겨두었더라고.
파랗게 피어 있는 잔디밭 위에서
손바닥만큼 남은 늦은 오후의
농익은 햇살이
안간힘을 쓰며 황혼 쪽으로 가지않겠다고
몸부림하고.
꼭 그만큼의 아름답고 비옥한 시간을 내놓더라니까.
낯섦!
난 이게 좋아.
사방으로 낡은 건물이 몸을 일으켜
나를 가두고 있는데도
느낌이 살아있더라고.
시야가 좁아지니까
자연스럽게
나를 들여다보게 되더라고.
십년 전인가
한참 마라톤에 빠져있을 때
귀신사(양귀자 소설 숨은 꽃에 나오는)까지 20키로를 달려가
3층탑 아래에 앉아
마주했던 고요와 화평이
지금 이 순간 살아나는 거야.
귀신사 법당안에 쌓여지던
늦은 오후의 햇살에서 풍겨나던
고요와 화평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줄이야.
신기한 것은
자연에서 느꼈던 느낌이
이렇게 도시 한 복판에서도
살아난다는거야.
이건 런너스 하이(마라톤 하다가 어느 순간 빠져드는 무념무상의 순간)야.
중인리 벌판에서
15년전에 느껴보았던
바로 그 오르가즘이라고.
시청사를 나왔어.
조용히.
다시 몇 걸음 걸어
도화6예문화관을 만나러 갔어.
이 친구는
시골에 사는 일본 친구의 모습을 하고
밀려드는 가느다란 어둠을
조금씩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더라고.
육예가 뭘까?
내가 물어볼까봐
이렇게 안내판을 세워놓았더라고.
실제로 건물 안에서 어떤 어린이는
대만 최고의 칼잡이를 꿈꾸며
검도 수련을 하고 있는데
무슨 검법일까.
화월검일까.
묵린검일까.
건물 뒤로 돌아가봤어.
오색등을 매달고 있는
커다란 나무.
아내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사이
난 낡은 의자에 앉아
그 늙은 나무를 끌어안았어.
그래 내가 니 심사를 안다.
늙는다는 것
부끄러운 일이야. 맞아.
그래서 니가 등불을 매달아 치장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처럼
우리도 염색하고
무슨 주사를 맞고 하잖아.
그러나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피부에 주름이 잔뜩 피어났어도
다리에 힘이 없어도
아직 하나의 삶은 가지고 있잖아?
너도 오색등불 다 내려놓고
그냥 너의 모습 그대로 서있어.
늙은 인생도 그대로 의미는 있는거니까 말야.
사람들은
늙은 나무를 보지않고
나무에 매달린 등불에 환호하고 있다.
현상이 본질을 이겨서는 안된다.
주름진 얼굴보다는
마음 속에 담겨있는 의식과
감성을 보아줘야 하지 않을까.
낡은 시청사에서
여섯 가지 예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나는 나를 들여다 보았다.
이제 일을 놓아아 할 때가 되었고
그래서
가끔씩 젊은이들에게 밀리는 일이 있어도
그들에게 조금 무시당하기는 일이 있어도
나는 하나의 삶의 개체이고
마음속에는
쿵쾅거리는 감성이 살아있고
바람과 시간을 나눌 수 있고
햇볕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살아있음이 있는
나를 만났다.
그래서 여행은 살아있는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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