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문학

[시] 가을비

힘날세상 2009. 7. 28. 14:14

가을비

 

1

철을 잃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것이 가을의 끄트머리를 타고 앉아 흔들어 대고 있는 가을비인지

아니면 겨울을 잡아당기는 겨울비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마음 속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아직 노오란 우산으로 남아

여러 가지 무거운 마음들에 내둘리다가

나무등걸에 기대어 서면

샛노란 손길을 저어

파아란 하늘을 보듬어 내려 내 마음을 적셔주던 은행잎을

이젠

이불로 삼아야 하는가.

약간은 잿빛인 빗줄기에 젖어 나무 밑둥을 덮어 버린 은행잎은

마음의 빈터를 헤집고 든다.

 

2.

상림(上林)을 걷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은

이 무거운 빗줄기 속에서도

아직 내 마음에 남아 있다.

비는 언제나

지나간 날들의 추억을 불러 세우고

바람자락 하나

후드득 뜯어내 그리움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