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간 햇살에 걸터 앉아
작성일 2002-09-27 오전 10:01:21
창밖으로
말간 가을 햇살을 내다보며
정말 견딜 수 없는 깊은 수심(愁心)에 휘감긴다.
마라톤!
1999년 9월 이후
마라톤의 내 인생의 절반을 훨씬 넘는 영역까지 파고 들었고
이젠 마라톤을 떼어 놓고는
삶을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 무겁다.
달리지 못하는 마음은 아프다 못해 쓰리다.
팀원들이 아침을 목욕하며
쑥고개의 산뜻한 시간들을 엮어나가는 것을
곁에서 바라다 보기만 해야하는 이 아픔들.
삼천의 밤길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도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안타까움만 키우고 있다.
삼성병원 전형근형을 위문 갔다 온 이래
아!
허리가 묵직하니 아픈 것을 느끼고 있다.
재발이라는 단어가
온통 나의 하늘을 뒤덮고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흔들어댄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무섭게
흔들고 있다.
추석연휴 내내
허리의 통증을 비벼대며
한걸음도 달리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시간들을 향해
나즈막한 욕지기들을 해대며
주인잃은 처량함에 떨고 있는 신발들만 들여다보며
속만 태우고 있었는데
월요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디디는데
아! 오른쪽 발뒤꿈치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통증.
그것은 일년 정도를 괴롭히던 족저근막염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즉시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침마다 가볍게 느껴지는 통증은
자꾸만 나를 휘돌리고 있다.
나와 마라톤!
마라톤과 나!
가슴이 쓰리다.
뭔가 나에게 뿌려지는 하나님의 계시가 아닐까?
기도를 해야겠다.
가을은
결실의 열매가 주렁거리는
이야기가 참으로 좋은 빛깔이건만
나는 정말 깊은 생각에 빠져야 한다.
햇살은 오직 말갛게만 내려온다.
바람 또한 투명하게
가을을 매만지고 있는데...
마라톤 만큼이나 길고 열정적인 기도를 하고 싶은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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