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2일
영국 영사관에서 내려오니
배가 고프지 않겠어.
뻔하지.
먹으러 가야지.
어디로 갈건데?
내가 보아 둔 곳이 있어.
가오슝에 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항원우육면.
사실 나는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방송에 나온 집일수록
안간다.
그런데
항원우육면을 찾아가는 것은
그 집이
아이허강 바로 옆이기 때문이다.
영국영사관에서
항원우육면을 찾아가는 길은
일단 보얼예술특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보얼예술특구에서
구글지도를 따라 약 10분 정도만 걸으면
노란색 간판을 달고 있는
항원우육면이다.
사람들이 없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이다.
일단 주문을 하고
돈을 먼저 지불하라고 한다.
그랬으면
자리로 안내를 해줘야 하지 않나?
돈받는 직원은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다.
다른 직원에게
우리 어디 앉아야 되는거야? 했더니
빈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그리고
우육면 두 그릇을 가져다 준다.
이것이 끝이다.
먼저
국물을 먹어봤지.
약간 짭짤한 맛이기는 한데
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이번엔
면을 한 번 먹어봐야겠지.
한 젓가락 들어
호로록.
면이 냄새가 확 풍겨온다.
아니었다.
나는 면을 정말 좋아한다.
결혼식장에 가서 국수만 먹고 올 정도로.
그러나
이번 대만에서 먹었던 면은
정말 아니었다.
물론 내가 입맛이 변했는지 모르지만
이번 여행에서
항원우육면 이후에는
면을 먹지 않았다.
이것은
아들이 끓여준 우육면이야.
강릉 무슨 칼국수집에서 칼국수 먹고는
면이 맛있다고
칼국수면을 사가지고 와서
끓여준 것인데
아직도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있지.
서울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아들에게 가면
가끔씩 끓여주는데
요즈음은
방학이라고
한 달짜리 장거리 여행을 다니느라 바빠
도대체
연애를 하지 않는거야.
이 녀석을 결혼시켜야 내 마음이 편할 것인데...
좋은 처자 좀 소개해줘봐.
하여튼
야경이 좋다는
아이허강으로 간다.
우육면집을 나와
사거리에서 보니
아이허강이 보이더라고.
유람선을 타는 곳까지 왔어.
고민을 했지.
유람선을 탈까.
아내는 뭐하러 돈들이고 유람선을 타.
걸으면서 보는 야경이나
배타고 보는 야경이나 똑같은데.
그랬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바람이 몰고온 어둠을 즐기면서
강변을 걷는데
이거 걸어줄만하더라고.
우리는
30년 산행 경력으로
걷는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길을 아껴가며 걷는다.
영국의 희곡 작가
톰 존스가 쓴 희곡 중에
<The Fantastics 철부지들>이 있거든.
대학 연극반 시절
공연했던 작품이야.
혹시 봤나?
철없는 딸을 둔 아비 벨로미역을 맡았었지.
옆집에 사는 친구 허클비의 아들 마트와
우리 딸 루이자를 결혼시키자고
부모들이 짜고
쇼를 하는 건데
참 괜찮은 연극이야.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길 바래.
나는 연기를 잘하느냐고?
잘했으면 이러고 있겠어.
하여튼
그 연극 중에
"밤엔 정말 멋있더니 낮에 보니 우스워"라는 구절이 나오지.
자식들을 위해
부모들이 꾸며 놓은 환상적인 것들이
그 실체를 들여다보니
헛된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버린 거야.
정말 그러는 것 같아.
밤에는 화려하고 멋있게 보이지만
그 꾸며놓은 것이 민낯을 보이는 낮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말야.
야경이라는 것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은 본질은 아닌거지.
그래도
그 순간에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거지.
화려한 야경이 날개를 접는 다리까지 걷고보니
아쉬운 듯해서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
그런데 이게
가만히 서서 보는 야경은 생동적이지 못하더라니까.
그래서
한 바퀴 더 돌았지.
좋더라고.
아이허가 사랑의 강이라는 뜻이잖아.
연인들이 손을잡고 걸으며
사랑을 고백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
멋있잖아?
이제 돌아가야지.
숙소가 있는 미려도 역으로.
구글지도를 보니
도로를 따라 직진만 하면 되더라고.
걸어주지.
그런데
점심먹고
치진섬 등대에서 폰을 보려고 하니
아무리 찾아도 돋보기가 없는거야.
우육면을 기다리며
즐대 게시판에 물어봤지.
돋보기 살 곳이 없겠느냐고.
어떤 분이 말하기를
미려도역에서 가오슝역 가는 곳 중간에 있다는 거야.
이거 없으면
폰도 못보거든.
우리나라 같으면
천원샵 같은 곳에서 살 수 있거든.
걸어가면서
찾아보기로 했지.
길가에
노동 벅물관이 있던데
밤이라 못들어 갔지.
대만 주유소에 붙여 놓은 가격표인데
어느 것이 휘발류고
어느 것이 경유인지 알 수가 없네.
누가 좀 알려 줘봐.
한참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음식점 발견.
가오숭 맛집이라고 써 놓았는데
뭔지 알아야지.
가만히 들여다 봤는데
그릇에 담아 주긴 하더라고.
사내남 자는 왜 써 놓은거야,
아이고 답답해.
시의회역을 지나서 가는데
딱 걸렸어.
이 가게가 바로 내가 찾던 곳이야.
24시간 영업하는 만물상.
당당히 들어갔는데
5층인가 되더라고.
물건도 엄청 많고
그런데 돋보기를 뭐라고 하지.
그냥 안경은 옌징이라고 하는데
딸에게 물었더니
바로 가르쳐 주네.
老化鏡이라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매정하게 쏘아대는군.
메이여우.沒有
알았어 가면 될 것 아냐.
어느덧 미려도 역이더라고
이것은
미려도역 1번 출구에서 찍은 것이야.
우리 숙소는
11번 출구 쪽이라서
슬슬 걸어가는데
힘들긴 하더라고.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 종일 걷기만 했더라고.
치진섬 들어갈 때
5분 정도 배를 탄 것이외에는
정말 많이 걸었더라고
숙소 앞이 리우허 야시장인데
세상에
숙소 앞에 노점에서
돋보기를 팔고 있더라고.
물어봤지. 얼마냐고.
390NT라는 거야
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꿰이
貴비싸를 한 열 번도 더했어.
미치고 팔짝 뛸것같다는 기분이 바로 이거야.
이게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사면 5,000원이면 살 수 있거든.
그걸 15,000원 달라고 하는데 말도 안되지.
그래도 당장 아쉬운 것은 나잖아.
옳거니 깎아야지.
여기는 야시장이잖아.
300?
이렇게 말해 놓고
내 가슴을 쥐어 뜯었어.
200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이게 뭐야.
350
아주머니가 말하고
결국 300에 샀는데 숨이 안쉬어지더라고.
눈 뜨고 당하는 기분 알아?
속상하더라고
에라 모르겠다. 발맛사지나 받자.
숙소 바로 옆에 맛사지 가게가 있더라고.
발만 하면 40분에 300NT야.
자리에 앉았는데
이 사람들이 쏼라쏼라 하면서
400NT어쩌고 하는거야.
난 단호히 말했어.
300NT
시원했냐고?
발맛사지 안받은 것보다는 나은데
그렇다고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오늘 정말 많이 돌아다녔는데
내일은 아침 8시 기차 타고 타이난으로 가야 해서
일찍 자야지.
여기까지 돋보기나 잃어버리고 다니는 힘날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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