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1일
일단 첫 번 미션
유심칩 구입과 환전은 잘 수행했고
이제 가오슝으로 가려면
고속철도역으로 가야잖아?
어때 너 잘 갈 수 있겠지.
당근이지.
내가 얼마나 공부를 했는데
선답자들이
705번 버스타고 갔다고 했고
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까
가보면 되겠지
입국심사부터 해야지.
근데 대만이 무비자인가?
그런 것같은데
맞아 대만은 90일까지는 무비자로 머물 수 있어.
유심칩 산 곳에서
21.34미터 가면
입국 심사대가 있네.
대만 사람들만 따로 심사해서
먼저 들여보낸다고?
그래 좋아
우리도 그러니까
그 정도는 내가 봐줄 수 있어.
입국심사대 줄이 엄청길다.
그러니까 짐찾고 칩을 끼우라니까
무서운 안해(전 이렇게 부릅니다. 태양처럼 생각하고 잡혀사니까)가 콕 찌른다.
근데 내가 전생에 나쁘게는 살지 않았나봐
직원이 다가와서
뒤에 서있는
우리를 부르더니 심사대 하나를 열어 맨 앞으로 인도해준다.
오 땡큐
아니 씨예씨예
어?나 비자 없는데
모르겠다.
여권 들여밀었더니
사진찍고
지문찍고
입국확인도장을
꾹 찍어준다.
이제 가방을 찾아야지.
이런 것은 수도 없이 해봤으니까
어찌된 것인지
가방도 금방 찾았다.
입국장으로
나오면 많이 봤잖아
피켓들고 사람들 서있는 거.
신경쓰지말고
무조건 좌회전해.
좌회전을 모른다고
그럴땐 대부분 사람들이 몰려가는 방향으로 가면된다고.
그러면 이제 버스 타는 곳으로 가는거야.
어디보자.
저기 있네
영어로 써놓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아.
Bus to city를 난 사랑해.
이 사진은 뭐냐고?
먼저 안내판을 봐.
딱 봐도 알겠지?
잘보면 MRT라고 써있고 화살표가
있지. 그 방향은 MRT 타러가는 곳이야.
다음 줄에는 우리가 따라왔던
Bus to city.
식은 죽 먹기 아냐?
유심칩을 아직 꼽지 못한 분들은
안내판도 봐야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왼쪽, 그러니까 MRT타러가는 골목을 놓쳐서는 안되는 거지.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통신사들 구역이야.
난 어디로?
당근
Bus to city.
다음 사진을 봐.
저것을 에스컬레터라고 하는거거든.
저걸 타고 내려가야지.
내려오면서 오른쪽을 보면
버스들이 교태로운 몸짓으로
막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그러니 누가 안가겠어.
지금까지 오면서 정말 특별한 곳은
방향을 말해줬죠.
그렇지 않은 곳은 외길이라는 거죠.
운전할 때 커브길에서
깜박이 껴는 것 봤나요.
가다가다
지루해질 때
긴장된 순간에 유행가를 흥얼거리냐고
나의 깊은 뜻을 이렇게 몰라
짐찾아 여기까지 오는 거리는 다해봐야 100미터 정도나 될까.
절대 지루해질 틈이 없어.
일부러 그렇게 해본거야.
갑자기
유행가
살다살다 외로워질 때
어쩌고 하는 게 생각나서
그러니 날
주책없는 늙은이라고 하지 말아 줘.
그냥 나오면
이렇게 매표소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어요.
이곳은
타이페이 메인역으로 가는 국광버스
1819번 매표소입니다.
7번 8번 이렇게 써있고
1819라고도 써있어요
여자분이 이쁘게 앉아서
빨리 표를 사라고 하지만
난 까오티에 타오위안으로 가는거니까
매정하게 잡는 손을 뿌리치고
몇걸음 더가면
더 이쁜 여자분이
2번매표소에서 기다리고 있네.
UBUS라고도 큼지막하게 붙여놓고
그러고도 내가 모를까봐
705번 706번이라고도 써놓았어.
완전 날 무시하는군.
그리고
방긋방긋 웃으며 맞이하는데
중국어로 어떻거말하지?
워썅취 까오티에타오위안짠.
이건가.
무슨 소리.
돈쓰는 중국어는 쉬운거야.
까오티에타오위안 하면서
100NT를 꺼내들었다.
내가 내민 거액을 처음보는지
이 아가씨는
동전 50짜리 1개와 10짜리 5개를 손에 쥐고
바들바들 떨고 있면서도
아주 유창한 중국어로 공격해온다.
뭐야?
알아듣게 말해야지.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질문을 하지 않게 하는거야.
너 학교다닐 때 국어시간에 만날 졸았지?
아니면 국어 샘과 싸웠니?
다시 천천히 말해봐.
그러나 그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얼핏 들리는 말이
...... 당신이 ,,,,, 차안에서.....
워야오 피아오.
난 표가 필요하다니까
그녀는 해맑게 웃으면서
영어시간에는 열심히 공부했다는 표정으로
인써트 코인이라고 한다.
그러면 아까
츠어상터우 어짜고 한 말이 그거였어?
그래서 동전을 바꿔주려고 했구나.
이지카드 커이마?
사용할 수 있다면서?
커이. 녜 물론입니다.
좋아. 그러면 이지카드 하나 줘.
메이 여우. 없는데요.
이 아가씨가 날 놀리는건가. 이상하네.
그럼 어떻게 해. 어디서 사냐고.
이번에는
좌삐엔 좌삐엔하면서 자꾸 왼쪽을 가리킨다.
창문 너머로 보니
12번 홈(중국어로는 월대라고 한다)에는 705번 버스가
온갖 폼을 잡으며
당장이라도 출발하겠다며
갑질을 하고 있다.
이 아가씨는 틀림없이 전생에서
나와 철천지 원수였을 것이다.
차가 와있다고 말하려면
창밖을 가리켜야지
왜
왼쪽으로 가라는 거냐고
아, 왼쪽에 있는 문으로 나가라고 하는거구나.
나도 그건 알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돌아서려는데
그때 옆에다 누가붙여놓았는지
커다란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어로 써놓기를
차에 타서 30NT를 넣으시거나
탈 때 내릴 때 이지카드를 찍으세요라고 되어있지 않은가.
이제 이해가 되었다.이 아가씨는
동전을 바꿔주면서
차에서 돈을 직접 넣으라고 말했던 거였다.
성조를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알량한 나의 중국어를 얼마나 한심하다고 했을 것인가.
쪽팔리기도 하고
차도 떠날 것같아
이지카드는 포기하고 차타려고 가는데
자판기 하나가 나를 보며
아저씨, 이지카드 산다며? 여직원이 그렇게 왼쪽으로 가서 사라고 해도
그걸 못알아 들어요. 아저씨 같은 분들 때문에 중국어가 고생한다니까요.
아니 그 아가씨가 하는 말은 왼쪽으로 가라고만 했지
가서 사라고는 안했다니까.
그래 알았다.
내가 살게. 얼마면 되나?
화면을 딱보니
버튼이 두개가 있는데
위에 것은 구입이고
아랫것은 충전이다.
중국어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요.
딱 보면 눈치로 알아져요.
아래 버튼은 더할 가자로 시작하거든요
무조건 위가 구입
아래가 충전입니당
나는 구입이니까
위 버튼 누르니
돈을 넣으라는 듯이 지폐투입구에서 신호를 보낸다.
얼른 100원을 넣었다.
역시 기계는 기계다
내가 돈을 넣은 것 받아갔으면
옛소 카드하고 주면될 것을
꼭 확인 버튼을 누르란다.
돈 받은 지가 눌러야지
와 내가 누르냐고.
너는 손님은 왕이라는 말도 모르냐
그맇게 갑질하다 우리나라 엄지족한테 걸려 신상털려 봐야
아, 이래서 우리 아버지가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고 했구나 하연서 눈물 흘릴거야.
아저씨 싫으면 관두세요. 가오슝 안갈거요, 버스도 떠나가고 있네.
아, 버스는 갔습니다.
사랑하는 705번 버스는 갔습니다.
그래 내 더러워서 확인 버튼 눌러준다.
이 기계가 나를 또 한번 놀린다.
화면에 버튼 두개를 보여주고는
누르란다.
보니까 위는 영수증 발행해준다는 거고
아래는 알겠지.
그렇게 100NT씩 넣어가며 두장을 사고
다시 카드를 올려놓고 400씩 충전하려는데 충전 금액을 선택하는 화면이 안 나온다. 내가 가진 돈은 100이 3장, 500이 1장이다.
참 오늘 대만에 와서 여러가지로 놀림당한다.
내 돈 쓰먼서도 이렇게 당하다니
음, 분하다.
좋아 내가 오늘 널 때려 부수고 말거야.
하고 태권도 시범단처럼 발차기를 하려는데
누군가
메이 아이 헬프유? 한다
돌아보니
젊은 친구가 딱 노려본다.
아저씨 이거 우리나라 재산인데 아저씨가 부수면 국가 관계가 이상해질걸요.
그친구에게 설명했다.
여기에 400, 여기에 400씩 사이좋게 넣으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니.
이걸 중국어로 했다고 믿으시진 않겠지.
이지카드 한 개 흔들며
저거 쓰바이, 저거 쓰바이라고 했더니
이친구 바로 알아드더군요.
폼 잡던
그 친구도 이리저리 해보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그 친구와 내가
국가를 대표하여 협상한 결과
하나는 500, 하나는 300을 충전했다.
너 이지카드 발매기
너희 사장한테 오늘 내가 겪은 일 그대로 말해.
내가 중국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거야.
알았지.
12번 플랫폼으로 나가니
아무도 없다.
조금있으니 705번 버스가 보무도 당당히 입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자식 폼잡기는.
승차하는데
기사가 나와서 카드를 받아서 일일히 찍어준다.
당신 지금 날 못믿어요?
어차피 찍으면 신호음이 나잖아요.
이 아저씨 참 이상하네.
기사도 서비스직이므로 손님들에게
봉사하는 거잖아요.
친절은 참 좋은 것이다.
일본에 갔을 때 노령의 택시기사가
손수 손님들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버스는 출발하였다.
근데 이거 어디서 내려야 해.
선답자들은 왜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가를 적어놓지 않은 거야.
버스는 한참을 해찰을 하지도 않고
신호에 걸렸을 때 외에는
한 번도 정차하지 않고 달려가더니
00객운점이라는곳에 정차했다.
대충봐서 앞 두글지는 못봤다.
10여명 승객들은 모두 내린다.
아, 사진을 찍어야지, 그리고 후답자들에게 처음 정차히는 곳은 내리지 마라고 해야지.
사진을 찍으려는데
기사가 오더니
웃음 띤 얼굴로 뭐라고 한다.
이 기사는 참 좋은 사람이다
왜냐?
씨아 츠어(내려)라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항에서 출발하여
처음으로 정차하는 곳,
길가에 있는 정류장이 아니라
꼭 터미널처럼 생긴 곳이 타오위안고속철도역이다.
내려보면 맥도널드가 뙇.
째러본다.
햄버거 하나 사먹으면 내가 출입구 알려주지.
무슨 소리야.
우리 같은 노털들은 그런거 입맛에 안맞아.
내가 젤 싫어하는게 햄버거와 피자야.
안먹어 안먹어 안먹는다니까.
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데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마자
출입구가 방긋 웃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매표소가 왼쪽에 있다.
KKDAY에서 20%할인해서 구입한
바우처를 들고 창구로 당당히 돌진.
속으로는 엄청 쫄았지만
안해에게 쪽팔리지 않으려고 말이다.
KKDAY에서 예매할 때 알려준 바로는
오늘부터 90일 안에 승차할 열차를 지정하고 승차권을 받으라고 했었지.
근데 뭐라고 하지.
진티엔 시엔짜이 이허우 쭈이자오더피아오.
오늘 이시간 이후에 가장 빠른 표를 주세요.
이 중국어가 틀렸다고 지적하지 말아 주세요.
이것은 맞고 안맞고가 중요하네 아니라 내 나름으로 오랫동안 준비하고 겨우 외워 둔거니까요.
표현이 틀려도
성조가 안맞아도
나는 이렇게 말할거니까요.
막상 창구에 서니 떨리지는 않았다.
바우처와
여권 두 개를 들이밀었더니
이쁜 여직원이
바우처는 놓아두고
여권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녀는 칭떵이샤 라는 한 마디를 남겨놓고 말이다.
그래 기다릴게
가만
저 여자 여권 두 장 들고 도망가는 거 아냐?
그러면 안되는데
노파심이 고개를 들고 일어선다.
에이 설마.
아냐. 그럴 것 같아.
내가 여권과 바우쳐를 내밀 때부터
상냥하거 웃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무리 이 상품이 외국인들에게만 적용이 되고
그래서 여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거 저 여자가 조작해 놓은 거 아닐까.
참 주책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4%만 일어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잠시후 그녀는 복사해온 여권 사본과
멏가지 컴에서 출력한 종이를 함께 묶어 놓더니 나를 바라본다.
아, 어느 열차를 이용할 건지 물으려는 거지?
사실 그녀가 여권을 가지고 사라졌을 때 내가 여권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걱정만 했을 것같아.
옆에 게시해놓은 열차 사각표를 봤지.
그래서
진티엔 스시디엔 추파 커이마?
오늘 16시 줄발하는거 가능할까요?
하오 하더니 표를 두 장을 발행하여
도장을 몇 개 찍더니
아주 어렵고 빠른 중국어를 쏟아내며 건네준다.
알아요. 안다고요.
일반표는 지하철처럼 표를 출입구에
통과시켜야 하지만
내가 구입한 외국인 전용표는 개찰구를 지키는 직원에게 보여주고 통과하라는 거죠.
직원에게 표를 제시하니 여권과 대조해보더니 통과시켜 준다.
아래 사진이 개찰구에서
여권과 대조하는거다.
이렇게 개찰과정을 거쳐
THSR을 타고
신쭤잉역에서 내렸다
가오슝 지하철은 오직 두 개 노선뿐이다.
남북으로 달리는 레드라인과
동서로 달리는 오렌지 라인이다.
나는 레드라인을 타고 오렌지 라인과 교차하는 미려도에서 하차하여
숙소로 갈 것이다.
까오티에 종점인 신쭤잉역과 MRT 신쭤잉역은 역사 건물이 다르다.
그러나 MRT첩운이라 써있는 안내만 따라가면 된다.
대만은 MRT를 첩운이라고 하나봐
표기를 보니까 그렇게 써있더라고.
난 지하철을 잘 탸보지 않아서
항상 헷갈리는데
어느 방향을 타야 하냐고.
아까 가오슝 지하철은
레드라인은 남북 방향이라고 했잖아
안내표지에
남쪽으로 가는 것은 남하
북쪽으로 가는 것은 북상이라고
써놓았어.
이제 간단하지
남하 방면으로 가는 걸 타야지.
내릴 정거장은?
우리 지허철처럼
방송도 나오고 문자도 나와
중국어와 영어가 번갈아 가면서.
어렵지 않게 MRT를 타고 메이리다오 역에 내려서
노란색 출구 표시를 따라 오니
이렇게 아름다운 광장이 나오고
가오슝 시장님은
피아니스트까지 보내어
격하게 환영해준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아름답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고
이제 11번 출구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여긴 계단만 있어 짐을 들고 가야해.
누군가 1번 출구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가 11번 출구 방향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난 권하고 싶지 않거든.
1번에서 11번으로 가는 길의 노면 상태를 보면 케리어 다 부서질 듯.
그냥 계단으로 올라가면 중간에
쉬는 곳이 세 곳이나 있어요.
그러니 그냥
11번 출구로 나가.
11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남성약국 간판이 보이고
왼쪽으로 바라보니 이렇게 리우허 야시장이 벌어져 있고
저멀리 녹색 간판이
우리가 투숙할
서니 사이드 호텔
중국어로는
육합일려호텔.
불까지 훤하게 켜놓고
리우허 야시장을
발 아래 거느리고
우리를 눈빠지게 가다리고 있다
체크인하고
201호를 배정받았다.
창문으로 보니 발 아래가 야시장이 흥겨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여기 기록된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과장이 많이 섞여 있다는 점과
정확하지 못한 중국어 표현은 저의 어설픔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중국어를 혼자서 조금 공부하여 숫자 정도 말하고 알아듣는 정도일 뿐입니다,
중국어 못한다고 여행 못가는 것 아닙니다.
오히려 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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