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늦게 이륙했다고
승객들이 투덜대거나
치킨 또는 기내식을 거부하지도 않고
라면을 끓여오라거나
땅콩을 달라거나
그런 것 하지 않고
조용히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잤었다.
나만
불안에 싸여
가슴 조이며 티도 못내고 있었는데
기장은 엑셀을 팍팍 밟아
약속한 시각에 딱 맞게
랜딩기어를 내려놓는다.
배낭을 메기 전에
여권 있나 확인해 보고
앉았던 의자 돌아보면서
쿠션도 티 안나게
제대로 해놓고
나오는데
스튜디어스 고운 목소리로 인사하건말건
팍팍 조여오는
불안감을 달래며
입국장으로 간다.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 마낭.
이렇게
형식적인 인삿말이라도
없는 것보다 좋고
한글이 있어서 더좋고
좋아 죽다가
안돼!
정신차렷!
공항에서 할 일이 뭐야?
배낭 속에 있는 계획서를 봐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 많은데 꺼내보겠다는거야?
아무리 나이 들었다고 해도
그러면 안되는거지.
이게 쪽팔리는건가
부끄러운건가
근데 지금
내가 누구랑 얘기하는거야?
유심칩
환전
이지카드
유/환/이/잖아.
비행기를 내렸다면
누구나 이곳을 지나는데
요길 나가면
모두들 오른쪽을 가더라고
이때
무작정 따라하지 말고
좌측도 한 번 봐줘.
돈드는 것도 아니니까
사정없이 돌아보라고.
이게 뭐야?
사진을 잘 찍어 놓고 보라고 해야지.
그래도 잘 보면
중화전신 어쩌고 써있더라고.
그래 유심칩.
어디서 중화전신이 잘 터진다는 소리는 들어가지고.
카운터로 접근하니
이쁜 처자가 전단지를 한 장 내밀더라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럼 며칠 동안
스티엔 하오마? (십일 짜리 되죠?)
사실 이게 정확한 중국어인지 잘 모르고
성조가 맞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스티엔 같은 소리하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내가 한 일은
여권 건네주고
10일에 500NT라고 써있는
곳을 가리키는 것 뿐이고
그 처자는 내폰 받아 유심칩 꺼낸다고
메모리카드를 꺼내고 있을 뿐이고.
너 그러고도 안짤리냐.
너네 사장님 참 훌륭한 분이다.
허리부분에 있는 것이 유심칩이잖아.
너 삼성폰 몰라.
그 처자가 유심칩을 끼우려고 하는 순간
처자, 내가 죽일놈이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어쩌다가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한거야.
어때, 그렇게 할거지?
아저씨, 환전 안했죠?
너 어떻게 알았어.
너 똑똑하다.
너네 사장님이 너 이달의 사원으로 뽑아 주겠다.
여권 받아들고
전화기 받아들고
뒤로 돌아 몇 발자국 옮기니
이렇게 환전소가 따아아아아악!
환전해서
다시 돌아가는데
옆 가게 처자가
우리 가게로 오셨으면 공짜로 해드렸을건데.
그래 니들 단체로 날 조롱하니?
그런 학원 다녔냐?
아가씨
아니 여직원이 나의 KT 칩을
손바닥 반절만한 봉투에
투명 테잎으로
딱 붙여준다.
늙으면
참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진다.
혹시
젊은이들 이글을 읽었다면
부모님들 잔소리한다고
고개돌리지 마시길.
결혼하라고
조심하라고
엘리베이터에서
어른들 보면 인사 드리라고
친구 잘 사귀라고
이런 말
여러분 부모님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늘 듣고 자란 말이었고
그때 그대들 부모님들도
그대들처럼
그대들 할아버지, 할머니께
고개돌렸었는데
자식 낳아 죽어라고 뒷바라지하다
나이들고 보니
자동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제발 부모님 마음 좀 받아주세요.
우리 아들녀석도
다른 말은 다 잘 듣고 착하고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는데
결혼 얘기만 하면
등을 돌리네요.
이야기가 왜 이러죠.
유심칩 바꿀때
우리나라 칩을 어떻게 보관할까
그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하는
쓸데없는 노파심을
그 처자는 말끔이 거두어
대만제 쓰레기통에
깨끗하게 버려주었다.
돌발 퀴즈
하나
앞에서 아가씨를
여직원이라고 바꾼 이유는 뭘까요?
둘
글을 가운데 정렬로 쓰다가
앞정렬로 쓴 이유는 뭘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알려드릴게요.
근데
진짜 창피하고
또 창피하며
다시 한 번 창피한데
모바일로 처음 글 올려보고
여는늙은이들처럼
다음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지라
몰라서 그러는데
사진을 쉽게 올리는 방법이 뭔가요?
가르쳐 주세요.
버스타고
타오워안 까오티에역으로
간 이야기,
이지카드 사는 이야기,
까오티에 예약 바우쳐로
승차권 교환한 이야기도
오늘 쓰려고했는데
이 상태로는
더쓰는 것은
가혹한 형벌입니다.
누구처럼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눈 많이 오고
한파가 오고
미세먼지가 많아
요즘은
삼한사미라고 하던데
모두들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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