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달러,
한 달에 걸쳐 만든 여행 계획서를
배낭에 넣고
캐리어에는 옷 몇 가지 넣고
지퍼를 닫았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06시 버스를 타려면
5시 20분에는 나서야 하는데
잠은 이미 등을 돌렸다.
아내도 걱정이 되느니
잠을 못잔다.
"걱정으로 밤을 하얗게 밝히고 버스타고, 비행기 타고, 기차타고 실컷 자는게 어때?"
ㅋ 늙은이들은 이렇게 산다.
전주 터미널에서
6시에 출발한 버스는
1터미널에 9시에 우리를 내려놓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2터미널로 내달려가고
우리는 덩그러니
둘만 남았다.
1터미널?
언제부터 우리가 1, 2터미널을 찾았는가
버스 기사님도 몇번을 말한다.
만약에 잘못되었으면
8번 홈으로 가서 순환버스를 타라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순발력은 떨어져도
그런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도 않고
공항에도 남들보다 1시간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기다린다.
이쯤되면 사진 몇 장 올려야 하는데
가오슝으로 가는 까오티에에서
모바일로 작성하는거라
사진이 안 올라간다.
분명 방법이 있을텐데
나만 모르는 것일게다.
무슨 스마트에디터라는 것이 있던데
블로그에서는 모바일로
사진도 잘 올라가던데 ㅠ
중화항공은 외국항공사라고
인천공항이 텃세를 잔뜩 부린다.
126번 게이트.
트레인을 타고 가서도
맨끝이다.
우리나라가 그래도
동방예의지국 어쩌고 하는데
배려를 좀 해주지.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섦이 있기 때문이다.
낯섦은 불안이기도 하지만
설렘을 더 많이 안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과의 만남은
낯섦과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그것들이 눈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여행의 의미는 이미 빛이 바랜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도 늘
또다른 여행을 꿈꾼다.
아이들과 여행을 사면서
느끼는 것은
여행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가장 큰돈을 쓰는 곳이 숙소인데 왜 숙소에는 최단시간을 머무는지 모르겠어요."
아들 녀석이 하는 말이다.
이 녀석은 서른이 넘었는데도
장가갈 생각은 안하고
이번 겨울에도
한 달 동안 태국에 가서 놀고있다.
섬에 들어가서 열흘을 스쿠버하고 놀더니
스므날은 치앙마이에서도 더 들어가는
빠이에서 종일 책을 읽는 것을
여행이라고 말한다.
늙은이들은
그렇게 못한다.
숙소에서 뒹글고 있는 아이들을 놓아두고
새벽같이 일어나
한곳이라도
더 돌아다니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어떻게 할까.
우린 주로 걸어 다닐 것이고
아무 식당이나 가서 먹어볼 것이고
늙은 시선으로
보고
듣고
느껴볼 것이다.
젊은이들을 흉내낸다는 것은
속된 말로 웃기는 일이다.
모바일로 이글을 써보려는 시도부터가
어색하다.
아무래도
돌아가서 노트북을 끌어안고
써야겠다.
가오슝으로 향하는
THSR 657열차는
조용히
타이완의 늦은 오후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고
뒷좌석의 타이완 아주머니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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