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구간 황금폭포 하늘 길(부귀면사무소 - 마조 마을 17.8km)
1. 일자 : 2017년 10월 28일 일요일
2. 동행 : 산정산우회 6명 + 아토미님, 청강님
3. 코스 : 부귀면사무소(10:10) - 하거석마을(10:25) - 대동마을(11:05) - 야곡마을(11:29) - 황금쉼터(12:03) - 황금폭포(12:30) - 가치마을(13:03 - 13: 30) - 진상마을(13:52) - 신기마을(14:07) - 방각마을(14:43) - 심원재(15:06) - 마조마을(15:30)
4. 시간 : 5시간 20분
5. 지도
6. 고원길 수첩
* 출발지점인 부귀면사무소는 대형 주차장이 있고, 시내버스 터미널도 있다. 주변에 식당도 많이 있다.
* 전반적으로 평평한 길인데 황금쉼터 - 가치마을은 황금폭포 부근이 가파른 오르막이고, 방각 마을 - 마조 마을은 임도를 따라 넘어가는 길이다.
* 중간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은 없다.
* 마조마을에는 버스 정류장과 마을회관에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7. 고원길을 걸으며
진안의 고원을 걷는 고원길을 따라
일곱 번 째 걸음을 걷는다.
오늘은 동행이 두 분이 늘어
모두 8명이서 함께 길을 이어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들녘을 따라
걸으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하면서
세상을 흉보기도 하면서
자식들을 보고싶어 하면서
마을 안길을 따라.
또는
산자락을 돌아
우리는 고원길을 걷는다.
산길을 걷는 것은 그것대로 맛이 있고,
고원길을 걷는 것은 마을과 마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그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휑하니 비어가는
들판에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쌓아보다가
문득 그리움에 휘감긴다.
어린시절
메뚜기 잡고
논두렁에 앉아 풀낚시를 넣어 물고기를 잡고
빈 논에서 축구를 하다가
어른들에게 혼나고
히히덕 거리면 몰려다는던 시절이
들판에 가득하게 쌓인다.
황금폭포 올라가는 길에서
세상을 등진 듯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를 보면서
도대체 우리가 사는 것이 무엇이고
제대로 사는 것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가느다란 물줄기를 흘려내리는 황금폭포를 바라보며
일정한 양의 물줄기를 흘려보내는
저 폭포는 과연 변화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람쥐 쳇바퀴도는 식의 반복된 일상인가.
늘 삶의 변화를 생각한다.
60년의 세월을 지나왔지만
그래서 많은 굴절을 겪어보기도 했지만
글세.....
내 삶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작은 흐름들이 삶의 변화였을까.
심원재를 넘는 임도에
가을이 가득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있든말든
가을은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나무의 옷을 갈아입히고
하늘을 새파랗게 색칠하고
길섶의 풀들을 흔들어 여름내 쌓아왔던 짙은 초록색을 허물어버린다.
그렇게 보면
가을은 참 점령군처럼 난폭한다.
모든 것의 생명력을 짓밟는다.
그런 가을 하늘 아래에서도
구절초는 피어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숲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은 꽃잎들의 하모니가 찰랑거린다.
운장산 아래
더 이상 들어설 수 없는 곳에
터를 닦은 마조마을
쓸쓸함이 휘돌아다니는 공터에서
오늘 걸음을 세운다.
고요인가
적막인가
가을은 그렇게 우리 앞에 있다.
오늘 출발지점인 부귀면사무소
종점인 마조마을에 차량 한 대를 두고 오는 거리가 왕복 30km가 넘는다.
면사무소 앞에 이런 정자도 있다.
둘레길을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요즘 면사무소는 정말 크게 지어 놓았다.
마조마을에 차량을 두고 왔더니 일행들은 먼너 출발하였다. 부귀초등학교 앞으로 난 길을 따라 7구간 첫걸음을 내디딘다.
오늘도 든든한 길동무 이교수님. 체육과 교수님이라 힘이 넘친다.
이렇게 가을이 들어서 있다.
상거석 마을 비닐하우스에 말리고 있는 메주.
이것으로 간장을 담고, 된장을 담아 대처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보낼 것이다. 그섯이 부모들의 마음이다.
음식점을 지나가기도 하고
하거석 마을 전경
여름내 키워서 중간 상인에게 밭뙈기로 팔아 넘겼으리라. 수시로 캐다가 시장에 팔고 있는 것이다. 이 농사을 지은 농부는 이 중에서 얼마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을까. 아마 1/5 정도이지 않을까. 수박 옹사를 하는 분에게 들었는데 밭 한평에 수박이 5통이 열리면 1통은 농부의 몫이고, 1통은 유통비용이고, 나머지가 중간 상인들이 챙겨간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하거석마을을 벗어나 정자천을 따라 걷는다. 바람이 제법 불었는데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제 몸을 지켜내고 있다.
느닷없이 신동엽의 <갈대>라는 시가 생각났다.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였을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것이란것을 몰랐다
신동엽 시인이
대학교 때 지었다는 이 시는 정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엿보인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것이란것을 몰랐다"
이 얼마나 기가막힌 표현인가.
논에 심어 놓은 나무에도 화려한 단풍은 찾아든다.
억새 한 무리가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이름은 몰라도 마음 속에 들어와버린 꽃이다.
이름 좀 모르면 어떠랴.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해주고 서로 마음을 나누었으면 그만이지.
부귀교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대동마을로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대동마을
마을 분들이 모두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결의를 했나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란다.
대동마을회관 옆에 있는 마을의 보호수. 안내표지가 나무에 가려 있긴하지만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야 한다.
대동마을에서 야곡마을로 올라가는 길
초대형 축사가 있다.
넓은 초지도 조성해 놓았다.
산골짜기 전체가 축사이다.
마라버린 풀. 그래서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작고 아담한 야곡마을
야곡마을 뒤로 올라오니 이렇게 농기계가 방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놀다간다.
진안고원길 안내포지. 노란색(인삼을 상징)은 순방향이고, 빨간색(홍삼을 상징)은 역방향이다. 우리는 노란색을 따라간다.
이 좁은 산골짜기까지 농기계가 들어와 수확을 마쳤나보다.
산으로 들로 같이 돌아다니면서도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가.
수확을 하고 있는 트랙터
황금쉼터로 가는 길
콩을 거두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 떡을 나눠주고 있다.
고원길을 걷다보면 마을 분들이 불러 세워 먹을 것을 나눠주시기도 한다. 우리도 이렇게 막을 것을 가지고 와서 만나는 분들에게 드리고 그분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들어드린다. 대부분 타지역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다. 이 할머니는 콩이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고 속상해 하셨다.
올해 농사는 참 잘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쌀값도 괜찮다고 한다.
황량함이 감도는 황금쉼터
정자도 있어서 다리쉼을 하기에 참 좋다.
정자 앞에 있는 연못의 연꽃
돌아다본 황금쉼터
이곳에서 고원길은 우리를 황금폭포로 안내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신기마을이다.
오늘은 여자분들이 우리를 이끌고 간다.
황금폭포 바로 아래에 지어 놓은 별장(?)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고 앞도 완전히 막혀 있는 곳인데 부부가 이곳에서 주말을 즐기고 있다. 앰프시설도 갖춰 놓고서.
부부가 심어 놓은 것같은 치차. 이것으로 노란물을 들이는 것을 어릴 때 봤다.
황금폭포로 오르다가 만난 꽃. 모양새가 기억에 남는다.
황금폭포.
물줄기가 가늘어 아무리 봐도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늘 같이 걸어도 좋은 사람들
비가 오면 대단하다고 한다.
가치마을로 가는 길은 가파르게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나무 계단에도 낙엽이 떨어져 있고
황금폭포 상단
폭포 상단에서 내려다 본 모습
상단의 물줄기를 찍으려했는데 눈이 안좋아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사진 찍는데도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가 되어버렸으니...
다시 가파른 길을 걸어 가치마을로 간다.
이 친구는 또 누구인가. 샛노랗게 화장을 하고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가치마을로 가는 길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 아쉽다. 빛이 있어야 하는데
해발 550 미터인 가치마을
가치마을회관
옆에 있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다. 와룡님이 전주 비빔밥축제에서 사왔다는 비빔빵을 먹었는데 영 아니었다. 바람은 불고 춥고 점심을 먹는 것인지 추위에 떠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침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가시길래 "혹시 가게가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잘 보씨요. 가가게 있게 생겼는가"하며 웃는다. "혹시 집에 라면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한 개나 있을랑가. 근디 왜 그러쇼?"
혹시 많이 있으면 염치 불구하고 우리에게 끌여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넉넉히 돈을 드리고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도로를 따라 신기마을 방향을 내려간다. 요기는 중간에 있는 진상마을
빈 집인듯하지만 가을이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진상 마을회관
여귀인가
신기마을
신기마을회관
방각마을로 가는 길
참 한가해서 좋다
멀리 운장산도 보인다
방각마을 전경
방각마을회관
왼쪽으로 황금저수지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조 방향으로 간다. 이제 심원재만 넘으면 마조마을이다.
돌아본 방각마을
심원재로 오르는 임도
심원재 정상.
고원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임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다. 시야가 트이고 길이 넓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이제 부귀면을 벗어나 정천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래 보이는 마을은 마조마을이고, 가운데 폭 꺼진 곳이 다음 구간에 넘어가야 하는 칼크미재이다.
룰루랄라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마조마을
정말 좋은 자리에 자리잡은 집
새로 지은 집이 많다.
선답자들의 기록에서 많이 보았던 승용차. 안을 들여다보니 최근에도 운행하고 있는 것같았다.
마을 곳곳마다 곶감을 말리고 있었다.
누군가 이쁜 그림도 그려 놓았다.
디딜방아도 하나 만들어 놓았다.
시내버스 회차장에서 바라본 다음 구간에 걸어야 할 길. 이곳에 약간의 주차공간이 있다.
곶감을 많이 생산하는 모양이다.
들은 이야기인데 중국에서 수입한 감을 트럭으로 가져다가 깎아서 국내산 곶감으로 판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마을이야 중국산 곶감을 트럭으로 실어오는 비용이 더 들어갈 듯하다. 동네에서 생산되는 감만으로도 충분할 듯하다.
이게 잘 익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아침에 이곳에 주차를 하는데 마을분이 오더니 이곳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어디에다 주차해야 하냐고 불으니 무엇하는 사람들이냐고 묻는다. 진안고원길을 걷는데 부귀면으로 가서 이곳까지 걸어올 것이라고 말하니 언짢은 표정으로 그냥 세워 두라고 한다. 지금까지 산에 다니면서 시골마을에 주차한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한번도 주차를 하지마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비어있는 널직한 공간에 주차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차를 타고 부귀면사무소에 가서 그곳에 세워 둔 이교수님 차량을 가지고 와서 전주로 돌아왔다.
2017년 10월 29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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