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구간 전주가는 길(장승 삼거리 - 부귀면사무소 14.9km)
1. 일자 : 2017년 10월 9일 월요일
2. 동행 : 산정 산우회 6명
3. 코스 : 장승 삼거리(09:00) - 메타세콰이어길(09:32) - 웅치골(신덕) 마을(10:10) - 직천마을(10:27) - 모래재 휴게소(10:46 - 12:30 점심 식사) - 3정맥 분기점(12:50) - 원봉암마을(14:40) - 설화수홍삼(15:08) - 사인암마을(15:17) - 부귀면사무소(15:30)
4. 시간 : 6시간 30분
5. 지도
6. 고원길 수첩
* 출발지점인 장승 삼거리에는 널직한 주차공간, 화장실, 간이 수퍼가 있고, 6구간 출발지점을 알리는 표지판과 안내지도가 비치되어 있다.
* 모래재 휴게소에는 매점과 수도, 화장실, 넓은 주차장이 있다.
* 6구간은 현재 임시 폐쇄되었으나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3정맥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좌우측 산길은 정맥길이고, 고원길은 임도를 따라 직진하면 된다.
* 봉암리에 내려서면 전원주택지를 조성하느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길을 따라 내려오면 고원길 표지를 만나게 된다.
* 부귀면사무소와 장승삼거리를 연결하는 버스가 있으나 정확한 시각은 장승삼거리에 있는 수퍼에 물어봐야 한다. 장승삼거리 정류장에 시각표가 붙어 있기는 한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부귀택시 010 - 3659 - 9627 부귀까지 요금 8,000원
7. 고원길을 걸으며
통랑한 가을 햇살을 안고
고원길 6구간을 걷는다.
한창 익어가는 가을 속으로 걷는
참 비옥한 시간이다.
출발부터 물벼락을 맞아
축축한 걸음으로
노랗게 웃음짓는 벼이삭 사이로,
맑고 맑은 햇살을 품어
단맛으로 살찌우고 있는 사과밭이며,
늘씬한 몸매 드러내놓고
도시의 군홧발에 짓눌린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있는
메타세콰이어가 늘어 서 있는 고원길을 걷는다.
인적이라고는 다 끊어져버린
묵고 묵은 임도를 따라 걷기도 하고
마을 어귀에서 해바리기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주름진 삶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오늘도
진안 고원길에서
더럽고 더러운 마음을 씻어낸다.
모래재에서
금남정맥을 옆에 끼고
케케묵은 임도를 걷는다.
늘 같이 다니시는 분들과 같이 걷지만
나는 늘 혼자서 걷는다.
발길에서 환하게 웃는
들풀들의 하늘거리는 이야기와
산허리 돌아내리는
청량한 가을 바람,
가장 통랑하고
가장 깨끗하며
가장 신선한
가을 햇살,
오늘 고원길을 같이 걸은 고귀한 존재이다.
우리는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가지만
한 번이라도 자연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그저 자연이 되어보려는 애타는 몸짓일 뿐이다.
만약에 내가 자연이 되어버린다면
한 인간으로서 나는 존재할까.
자연의 품 속에서
본연의 자아 속에
자연을 담아보려는 가치 있는 몸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굴레를
조금이나마 벗는 것이 아닐까.
앞서가고 있는 산우(山友)들의 뒷모습을 본다.
나름대로 바른 마음으로
삶을 이어오고 있으며,
애환이 섞여 있는 걸음이지만
비틀거리지는 않으려는 분들이다.
같이 걷는듯,
같이 걷지 않는,
같이 걸을 것 같은고원길에서
분명한 것은
내가 전혀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내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일깨우기도 하며,
내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혼자 걷는 길,
같이 걷는 길,
나를 다독이는 길,
나 아닌 바깥 세상을 만나는 길이
내가 걷는 고원길이고
내가 걷는 산길이다.
그래서
마을길을 걷고,
들길을 걷고,
강가를 걷고,
산길을 걷는다.
6구간 출발지점인 장승삼거리 정류장 앞에 세워 있는 안내표지.
봉암리에 조성되고 있는 전원주택지로 인해 길이 없어져 완공 후에 노선을 일부 변경한 후에 개통한다고 한다.
출발지점에는 넓은 주차 공간이 있다. 일단은 모래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고원길은 최대한 자동차 도로를 피하려고 한다.
자동차 도로를 벗어나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길이 가벼워진다.
이런 길은 조금 한눈을 팔아도 되고, 긴장감을 늦추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가 있고,
들풀을 다독이고 있는 햇살을 노낄 수 있으며,
시골길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햇살을 받아 존재감이 더 드러나는 거미줄.
먹이를 포획하려는 포충망이지만
나는 거미의 굴곡진 삶을 들여다 본다.
어쨌든 하나의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이고
자연의 진솔한 모습이 아닌가.
장승초등학교를 지나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가는데
길가에 누군가의 공적비가 추레하게 서 있다.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정교를 건너 다시 강물을 따른다.
진안이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어길을 걷는다.
오늘도 같이 걷는 분들.
만나면 힘이 되고, 즐거움이 가득한 분들
산에서 만났지만
산밖에서 더 좋은 사람들이다.
늘 고마운 아내와 같이
드라마 쵤영지로 유명한 참 아름다운 길인데
어느 계절에 걸어도 가슴을 시리게 하는 길인데
알량한 사진은 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
중간에 주차장도 조성해 놓고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한창 마라톤에 심취해 있던 2000년대 초반에 수없이 뛰어다녔던 길이다.
화심온천에서 출발하여 모래재를 올라 이곳 메타세콰이어 길을 달려 장승 초등학교에서 곰티재를 넘어 다시 화심온천으로 돌아오는 길을 달리면서 또 다른 세상을 많이 담아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새잎이 돋아나는 봄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여름 두껍게 드리워진 그늘도 좋았고, 붉게 변해가는 가을의 모습도 환하고 좋았다. 눈이라도 덮힐 양이면 가슴을 파고드는 찬바람보다 하얗게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꽁꽁 얼어붙은 하늘이 참 좋았다.
누군가 생각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을까. 작고 아담한 별장을 한 채 지어 놓았다.
누군가는 이 길을 즐거움을 걸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길에서 또 누군가를 받아들일 것이고,
누군가는 이 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가을이 두터워가는 웅치골 마을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렸던 역사가 살아 있는 마을 웅치골을 지난다.
내 나라 내 땅을 침범하는 왜구들의 만행을 걷어내야 한다는 피끓는 애국심으로 모여든 민초(의병)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버려가면서 지켜내었던 조국의 산하(山河)는 아름답건만, 피를 흘리지 않고 고통의 현장에서 달아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 호의호식하는 가슴아픈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가.
웅치골 마을을 벗어나 큰터골마을로 들어선다.
잘 지어 놓은 전원주택이 아름다운 큰터골 마을
주변의 식당에서 설치해 놓은 항아리.
반사경에서 셀카놀이도 해본다.
큰터골마을을 빠져나와 만난 아름다운 집.
시골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외따로 서 있는 집을 자주 만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른들이 "외딴집"이라고 불렀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들은 "있던 집"으로 알아듣고 그렇게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 알고 있었던 말들이 참 많았다.
"신장노" > "신작로(新作路)"
시골에서 우마차가 통행할만한 넓은 길을 어른들은 "신작로"라고 불렀단. 우리는 그것을 "신장노"로 알아들었고, 그 의미가 넓고 곧게 뻗은 길이라고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새로 생긴 길이라는 뜻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생겼으나 당연히 넓고 곧게 내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세동리 적천마을 앞을 지나가는데 길가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 마을 출신 시조시인인 구름재 박병순 문인의 생가 복원 및 시비 제막식을 하는 날이다.
생가각가복원되었고, 많은 문인들이 모여 시인을 추모하고 있다.
구름재 박병순 선생(1917 - 2008) 진안 부귀 출생. 가람 이병기를 잇는 한국 시조 문학의 거목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한글전용 운동에 앞장섰고, 평생 시조를 위해 살았으며, 1000편이 넘는 시조를 발표했다.
진안공립보통학교, 대구사범학교, 전북대 국문과(1회), 전북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진안농고, 전주고, 전주상고, 전라고 등 여러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전주대, 명지대, 중앙대, 한양대 등에서 강의했다.
경칩이 엊그젠데
봄눈 탐스럽게 내린다
보리 풍년도
까마득한 옛 얘긴데
촌 색시 봄손님 맞은 듯
괜스레 가슴 설렌다
-시비에 새겨진 <봄눈>의 일부
모래재 휴게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댜. 와룡 형님이 휴게소에서 팔고 있는 복숭아 한 상자와 라면 끓일 때 넣자면서 표고버섯을 사온다. 그렇지 않아도 백두산 누님이 가져온 능이도 있고, 아내가 가져온 만두도 있는데 어느 세월에 다 먹으려는지 걱정이다. 한 켠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까지 마셔 준 다음, 식수도 한 병 채워 출발한다. 이곳 지하수는 물맛 좋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여전히 최고의 물맛을 보여 준다.
휴게소에 피어 있는 고추. 고추가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휴게소
휴게소 건너편 공원묘지로 들어간다.
묘지 안으로 들어가면 철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출입시 문을 꼭 닫아두라고 써 있다.
철문을 통과하여 임도를 따르면 3정맥이 갈라지는 주화산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다.
주화산은 호남정맥/금남호남정맥/금남정맥이 갈라지는 곳이다. 이 지점에서 10여미터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산 속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리본도 달려 있는데 그곳은 호남금남정맥길이다. 고원길은 여기에서 주화산으로 오르지 도 않고, 호남금남정맥으로 올라가지도 않고 오직 임도를 따라 직진해야 한다.
3정맥 갈림길에서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풀이 우거지긴했지만 걷는데 어려움은 없다.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서미트 골프장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구절초가 피어 있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걷는다. 느낌이 참 좋다. 고원길을 걸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때묻지 않은 자연 환경을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숲길로 들어서서 조금 걸으면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을 걷게 되고 봉암마을 전원주택 조성지로 내려서게 된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부터 풀이 우거지고 가시넝쿨로 인해 보행이 불편하다.
이렇게 풀을 헤치고 걸어나오면
전원주택 조성지로 내려서게 되고 이후는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황토벽돌로 지은 집을 지나면 고원길을 가리키는 표지를 만나게 된다.(전봇대 있는 곳)
잘자란 배추잎에 내려 앉는 햇살이 참 맑다.
서미트 골프장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만나게 되고 진안방향으로 고원길은 이어진다.
원봉암 마을회관을 지나게 되고
왼족으로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만나게 되는데 자세히 보니 사과대추밭이다. 주인아저씨가 들어와 보라고 한다. 들어가 보니 아기 주먹만한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실컷 따먹으라고 한다. 말려서 파는 것이 아니고 생과일로 판다고 한다. 한입 베어 물어보니 맛이 향그럽고 좋다. 1kg에 15,000 - 20,000원씩 파는데 택배도 가능하다고 한다. 오교수님이 5kg을 사서 하나씩 나눠준다. 전화 010 - 6423 - 8813
국도 26번 도로가 지나가는 거석 사거리에서 도로를 건넌다.
거석 사거리에 있는 송화수 홍삼. 진안에서 홍삼 제조 명인으로 선정된 분이다.
이 홍삼을 이용하여 진안에서 제조하는 태평주가의 전통주 진심 홍삼주도 유명하다. 영국, 핀란드,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주류품평회에서 3연속 금상을 수상한 진심 홍삼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날개돋친듯이 팔리고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츨되고 있기도 하다. 태평주가 홈페이지 http://www.juga.co.kr/
사인암 마을. 여기를 지나면 바로 부귀면사무소이다.
도로를 따라 부귀면사무소로 간다.
사인암 마을에 있는 충혼탑
부귀면 사무소 앞에 있는 개인택시. 건강원도 겸하고 있다.
부귀면 소재지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6구간 종점인 부귀면 사무소이다.
2017년 10월 9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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