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일 나고야 - 다카야마 - 사라카와고 - 다카야마 (10월 2일)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7시에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로비로 나오라고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사카에 역에서 동산선을 타고 나고야 역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다.
이틀 동안 묵었던 나고야 선호텔.
사카에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고야 역으로 간댜.
나고야역에 가니 문을 연 식당이 없다. 모두 11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써 있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창문 밖으로 분주히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월요일인 까닭에 모두들 출근을 하는 모양이다. 열차 시간을 기다리는지 샌드위치 가게에서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산하는 사람들, 백팩을 멘 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젊은이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중년들. 자신의 삶을 위하여 또는 가족 부양을 위하여 오늘도 일터로 내몰리는 사람들,
나는 오늘 유유자적 여행을 즐기고 있지만, 저들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다. 35년째 아침이면 츨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여 쓰러져 자는 반복된 일상을 엮어오지 않았던가. 피곤에 지친 자의 모습. 젊은이나 중년, 노년 모두에게 어쩌면 삶의 한 단면일 것이다. 저렇게 힘들지만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 아닌가.
열차 시간이 되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가지고 개찰구로 갔다. 우리가 산 표는 자동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보이고 타야 한다.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몰라서 가지고 있는 표와 조금 커다란 표를 동시에 주었더니 그 중 하나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돌려준다. 온통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타야하는 열차는 8시 40분에 출발하는 나고야발 도야마(富山)행이다. 개찰구를 나오면 이렇게 우리가 타야 하는 열차에 대한 안내표지가 있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안내표지만 잘 따르면 어려움은 없다.
우리는 도야마까지 가지 않고 중간의 다카야마(高山)에서 하차해야 한다. 표를 확인해 보니 우리 좌석은 3호자이어서 이렇게 표시된 곳에서 기다리니 열차가 정확하게 우리 앞에 선다.
아침 시각이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열차에도 승객들이 많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값은 비싸다.
식사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요즈음 커피가게에 가면 내가 가서 주분하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벨이 울린다.) 가서 받아오고, 마시고 나면 그릇을 가져다 반납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값은 참 비싸다. 오늘 우리가 잠시 앉아 있었던 샌드위치 가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손님인지, 종업원인지 알 수 없다. 서비스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주고 사는 손님들이 그릇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대릐 흐름인가.
열차 내부.
나고야에서 출발한 열차는 기후(岐阜), 게로(下呂), 다카야마(高山)에서 쉬는 특급열차이다. 차안에 다음에 정거하는 역이름이 표시되고 방송으로도 나온다. 중간에 승무원이 두 번이나 차표 검사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표를 구입해서 개찰할 때부터 도착하여 역사를 나올때까지 한 번도 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승무원이 다 확인하게 되어 있다.
기후, 게로역을 지나 다카야마역에 도착했다. 시골의 작은 역이다. 일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역사에서 바라본 다카야마 시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쪽 출구로 나간다.
다카야마역에서 바라본 건너편 모습
길을 건너서 돌아본 다카야마 역의 모습
구글맵을 작동시키고 숙소를 찾아간다.
참 편안하다
다카야마를 본 첫 느낌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 다카야마에 머무는 동안 내내 품고 있던 느낌이었다. 길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정겨운 분위기. 에전에 딸아이가 살았던 '삼척'의 느낌이었다. 그때 '삼척'에서 노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공기 좋고, 복잡하지 않고, 그래서 여유가 넘치던 '삼척'. 지금 다카야마가 바로 그런 노낌이다.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이다.
숙소 이름이 특이하다. Rickshow Inn.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을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고요하다못해 적막하다. 아니 호젓하다. 도대체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다. 이른 시간이어서 체크인을 할 수 없고, 짐만 맡아준다고 한다. 1층에 있는 커다란 방이 우리가 묵을 방인데 청소가 한창이다. 가방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체크인을 하는 사무실.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사무실보다 특이하였다.
다카야마의 거리. 이곳이 가장 중심 거리인데도 이렇게 한가하다.
숙소 주변에 있는 절. 사라카와고(白川鄕)로 가기 위해 다카야마 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가다가 이 탑이 보여 나중에 꼭 가보자고 했다.
다카야마 버스터미널.
나고야에서 버스를 타고오면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후지산으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얻어들은 바에 의하면 다카야마 주변에 2,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많다고 한다.
나고야에서 JR 기차표를 구입할 때 받은 티켓을 이곳에서 버스표로 바꿔야 한다. JR 기차표는 나고야 - 다카야마, 다카야마 - 게로, 게로 - 나고야 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처음 구입할 때 승차 열차를 미리 지정하면 좌석이 적힌 표와 또 다른 카드(아래 사진) 를 준다. 이것을 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모두 3장을 주는데 사라카와고행 버스표를 받을 때에도 이 중 한장을 주어야 한다. 어떤 것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므로 다 보여주면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가져간다.
버스터미널에서 받은 시라카와고 왕복표. 승차 시간이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 버스나 탈 수 있다. 정말 친절한 기사가 돌아올 때 표는 돌려 준다. 잘 가지고 있다가 돌아올 때 제시해야 한다.
4번 홈에서 시라카와고행 버스를 기다린다. 11시 50분 시라카와고행 버스에 탔다. 이곳이 출발지이므로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시라카와고까지는 딱 1시간이 걸렷다. 앞에 보이는 숫자판은 버스 가격표이다.
시라카와고 마을.
눈이 많이 와서 짚으로 엮은 뾰족하고 두꺼운 지붕을 올린 집이 많다.
시라카와고 버스 터미널.
무엇인가 종교적 상징물인 것 같다.
눈이 와야 제 값을 하는 마을이라서 맑은 날에는 아늑한 운치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가늘게 비가 내렸다. 비가 왔기 때문에 돌아다니는데는 약간 불편했지만 작고 작은 시골마을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참 아늑했다.
어딜가나 먹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식당 안에 걸려 있는 고양이 그림. 튀김 우동, 소바, 두부정식을 시켜서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판에 사진과 가격이 나와 있어서 주문하는데는 손가락이면 충분했다.
식사를 하고 나와 전망대행 셔틀버스를 탔다. 1인당 200엔. 승차시간은 겨우 10여분. 사실 걸어서 올라가도 15분 정도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길도 아니고 포장도로이므로 걸어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다카야마로 돌아가야 하고, 비가 오는 관게로 버스를 탔다.
버스는 전망대 입구에서 내려주었다. 전망대로 걸어가다 보니까 추수를 한 벼 이삭을 이렇게 매달아 놓았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년 벼를 베어 논바작에 깔아 놓았다가 어느 정도 마르면 다발로 묶어 논두렁에 세워 놓았었다. 그런데 일본은 이렇게 벼이삭이 아래로 가게하여 말리고 있다. 비가 들어가지 않도롤 비닐로 덮어서.
이 건물 뒤에 최고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시라카와고 마늘.
마을 전경
전망대에서 마을로 걸어내려오면서 마을을 촬영하고 있다.
걸어오면서 바라본 마을.
정말 짦은 시간에 내려오게 된다. 걸어서 올라간다면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는 길 입구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에서 이어진다. 현장에서 바라보면 전망대도 보이고 올라가는 길이 어느곳인지 알 수 있다.
내려가는 길
조금 당겨본 모습
전망대에서 마을로 내려오다가 마을 입구에서 만난 집.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마을을 돌아다닌다. 아들이 가져온 카메라의 광곽렌즈에 빠져보기도 하고, 내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 특히 망원랜즈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국적인 마을이 풍겨내는 마력에 젖어 느릿느릿 돌아다닌다. 이런 곳에서 하루 정도 자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다가, 문득 천재 소설가 이상(李箱)이 쓴 수필 '권태'(1937년 조선일보)가 생각났다. 경성에서 살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평안남도 성천이라는 벽촌에 가 있는 동안 일주일만에 자신을 짓눌러온 권태를 표현한 것이다.
이 마을에서 1주일 정도 머물면 권태에 빠질까.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아도 일주일이면 권태를 느끼지 않을까.
다카야마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3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 업청나게 길다. 버스가 도착하고 순서대로 승차했는데 우리는 간발의 차로 승차하지 못했다. 정복을 입은 터미널 직원이 와서 1명이 탈 자리가 있다고 한다. 우리 뒤에 서 있던 여자분이 타겠다고 나선다. 보조의자인데도 탈거냐고 영어로 물었다. 그 여자분은 얼른 올라탔다. 버스는 더났다. 우리는 비오는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처량해졌다. 다음 버스는 한 시간 후에 있다. 고개를 떨구는 찰나, 비를 맞고 이러저리 뛰어다니던 직원이 10분 후에 임시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그 기분은 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고 다카야마로 돌아왔다. 다카야마 전통거리를 구경하러 가는 도중에 아침에 보았던 절을 지나가게 되었다. 들어가봤다. 불교 사찰인 비탄국분사(飛騨國分寺히다고쿠분지 일본 나라 시대[奈良時代]인 741년에 쇼무[聖武 701~756] 덴노의 칙령에 따라 각 구니[國]에 세워진 절이다)였다.
입구에 세워 놓은 육지장(六地藏)
육지장은 중생의 고환(苦患)을구해준다는 여섯명의 지장보살로 지옥도의 단타, 아귀도의 보주, 축생도의 보인, 수라도의 지지, 인간도의 제개장, 천상도위 일광을 나타낸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이 현세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지장보살은 죽은 뒤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을 덜어준다고 한다.
국분사 정문. 이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거대한 탑이 있었다.
정원에 누군가의 석상을 세워놓았는데
히다고쿠분지 본당. 우리 절로 보면 대웅전 같은 곳이다. 안에는 여러분의 불상이 모져져 있다고 한다. 올라가보니 소원을 적을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종이를 매달아 놓는 곳이 있었다.
완전한 형태의 3층 목탑. 교토 청수사의 삼층탑이 생각났다.
목조로 된 종각.
1200년이 되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본당 앞에 있는데 절 마당을 거의 압도하고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 본 몬당
은행나무 안에서 다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의 불상은 또 무엇인지.
본당 앞의 석등에 내려 앉은 이끼.
하다고쿠분지를 나와 큰 길을 따라 미야가와강쪽으로 간다. 다카야마의 핵심은 미야가와강 건너편이라고 봐야 한다. 다카야마역에서 미야가와강까지의 거리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이므로 걸어서 다니는데 어려움이 없다.
미야가와강에 있는 鍛冶橋 직전에 있는 二四三屋. 떡꼬치를 구워서 팔고 있다.
미야가와강에 있는 단야교(鍛冶橋). 영어로는 Kaji Bridge라고 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전통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정말 맑은 불이 흐르고 있는 미야가와강 앞에 보이는 도로 위에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아침 시장이 열린다.
다리 위에 있는 조각상인데 다리가 길어서인지 足長像이라고 한다.
족장상 건너편에 있는 조각상으로 손이 길어서 手長像이라고 한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유토피아일까.
일본의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거리.
비오는 거리를 슬슬 걸어보는데
잡화를 팔고 있는 가게에 붙어 있는 붓글씨가 아름다워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데... 아무리 읽어보려고 해도 흘려쓴 글자를 알아볼 수가 없다. 서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흘려쓴 글씨의 내용을 이해하려는 것보다 이해한 몇 글자를 바탕으로 전체의 분위기를 내멋대로 그려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힘차게 뻗어나간 획의 역동성, 글자가 배치된 전체의 조화 등, 붓글씨를 하나의 그림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말도 안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붓글씨를 이렇게 감상하기도 한다.
이 동네에는 일본 전통 술을 빚는 양조장이 여러 개가 자라잡고 있었다. 우리 소주잔만한 200엔 짜리 잔을 하나 사면 무제한으로 시음할 수 있다. 단, 한 종류의 술을 두 번 마실 수는 없다. 대략 10 여가지의 술을 전시해 놓고 파는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컷 마실 수가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또한 일본 된장을 파는 가게도 있어 된장국을 시식하게 하면서 제품을 팔기도 하였다.
페루에서 왔다는 젊은 연인들.
비탄소정이라고 써있는데... 비탄은 일본어로 '히다'라고 읽는데 이곳 지명이다. 町은 한자로는 밭두둑 정인데, 일본어에서는
주택가에 자리잡은 치과의원. 간판이라고는 작은 글씨가 써 있는 나무 간판이 전부다. 호화찬란한 우리 간판과 비교된다.
날이 어두워져 숙소로 돌아오니 입구에 불을 밝혀 놓았다.
숙소 입구. 참 아기자기하다. 축소지향의 나라라고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 놓으면 사람들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오늘 우리가 묵을 방. 교실 1/3 정도의 크기였다. 이렇게 3인용 베드가 놓여 있고
원형 탁자와 길다란 소파가 두 개나 있고, 아주 커다란 욕실까지 갖추고 있다. 숙박비는 21만원 정도이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하여 낮에 보아 두었던 소고기집으로 갔다. 일본의 3대 소고기 중의 하나라는 '히다규(飛騨牛 다카야마산 소고기)' 전문 식당이다. 우리는 6시 정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일단 접수를 했는데 8팀이 대기중이라고 한다. 30여분 기다리다가 순번을 받아서 입장했다.
식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소고기 경진대회에서 입상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소고기가 이렇게 보여도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
우리를 위해 소고기를 굽고 있는 아들.
착하고, 요리도 잘하고,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아이를 빨리 결혼시켜야 우리는 굴레를 벗고 홀가분하게 돌아다닐 것인데.....
식사비가 대략 15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배부르게 실컷 먹었다.
식사를 하고 비오는 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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