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205차 남덕유산(1,507m) 산행기

힘날세상 2012. 10. 8. 10:04

제205차 남덕유산(1,507m) 산행기

1. 일자 :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2. 동행 : 도라지, 프로즌

3. 코스 : 육십령(04:20) - 할미봉(05:35) - 헬기장(07:20 아침 식사 1시간) - 장수덕유산(서봉09:30 30분 휴식) - 남덕유산(11:05 휴식 30분) - 월성치(12: 25 휴식 휴식 35분) - 계곡(13:35 점심 1시간 50분) - 황점(15:50)

4. 시간 : 11시간 30분(한 분의 컨디션 난조로 시간은 의미가 없음)

5. 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육십령의 들머리는 생태계 복원 공사로 인해 들머리가 옮겨졌다. 서상쪽으로 20여 미터 가면 왼쪽으로 도로가 있는데 도로 입구에 산행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을 지나 50여 미터 더 가면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라는 안내판이 있다.

2) 갈림길

   국립공원이므로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서 있어서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

3) 차량회수

   영각사나 황점 방향으로 하산했을 경우에는 서상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서상 개인택시(010-6383-0025 ) 황점에서 육십령 2만

      원. 참고로 괘관산 산행시 북릉 기점인 은행마을에서 빼빼재까지는 13,000원이라고 함.

   토옥동 계곡이나 안성 칠연계곡으로 하산했을 경우는 장계 택시(063-352-0040  063-352-1660)를 이용한다.

 

7. 산길을 걸으며

 

어둠을 안고 산으로 들어선다.

덕유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이더니 이내 가느다란 빗줄기를 뿌려 불쑥 들어선 우리를 맞아준다.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밟아

우리가 마음에 담아 둘 덕유산의 너른 품을 생각하며

다소곳이 걷는다.

어둠을 따라 산길을 걸을 때마다

연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를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그 위험(危險)이 이와 같은데도, 이상스럽게 물이 성나 울어 대진 않았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요동의 들이 넓고 평평해서 물이 크게 성나 울어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물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서 나온 오해(誤解)인 것이다. 요하(遼河)가 어찌하여 울지 않았을 것인가?

그건 밤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한 곳을 보고 있는 눈에만 온 정신이 팔려 오히려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에, 무슨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젠 전과는 반대로 밤중에 물을 건너니, 눈엔 위험한 광경(光景)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귀로만 위험한 느낌이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이 가파른 길을 감추고

눈을 가려 먼 길을 덮어 버리기에

귀만 열고 걸으며

어둠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의 이야기도 그럴 듯하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들어볼수록 맛이 난다.

게다가 내 발자국 소리마저

가슴을 울린다.

 

어느땐가 광양 백운산을 걸었다.

짙은 안개가 온 산을 휘감아 불과 5-6미터만 열어 주었을 뿐

나는 사람도 없는 산길에서 철저히 혼자였다.

백운산에서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통쾌한 산등성이를 걸으며 시원한 조망을 기대한 산행이었으나

그날 나는 나로 향하는 나의 눈길에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나를 보았다.

 

왜 밤에 산을 걷느냐고 말한다.

밤에는 몇이서 발걸음을 맞추어 걸어도 자신의 발걸음에 정신을 집중하느라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자연히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자신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연암은 말하는 것이다.

 

,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깊숙히 가라앉아 있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저 내면세게 근처에만 머무를 뿐이다.

 

할미봉에 섰다.

제법 험준한 얼굴을 가진 봉우리가 이름은 푸근하게도 할미봉이다. 헐머니의 넉넉하고 자상한 모양새가 아니라 밧줄에 매달려야 하는 것을 아마도 남의 할머니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도라지가 힘들어한다.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체력을 가진 그가 왜 발걸음이 무뎌졌는가. 

산으로 향하는 걸음이 목공예술에 눌려버렸으니..

헬기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발걸음의 방향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장수덕유산에서 삿갓골재에서 황점으로 내려서는 것으로 분명한 선을 긋는다.

그래서 얻은 것은 비옥한 시간이다.

건너편에서 자신의 키높이를 내세우고 있는 남덕유(봉황산이라고 한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이어 놓는다. 

토옥동으로 내려서는 능선도 찬찬히 바라보는 느긋함을 즐겨보다가

바쁠 것 없는 걸음으로 남덕유로 간다.

약간 차가움을 키우고 있는 남덕유에서 눈의 호사를 즐긴다.

힘차게 달려가는 백두대간의 굵은 힘줄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자기도 봐달라며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을 솟구치며 구애를 하는 진양기맥과도 진한 운우의 정을 나누고

발 아래 고즈넉하게 엎드려 있는 황점마을의 평화로운 얼굴도 쓰다듬어 보면서

시간을 즐긴다.

 

월성치에 내려서

가로막힌 토골 방향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느 여름날 이곳에서 만난 전주의 이영진님(상불재)을 생각한다. 

산에서 시인이 되는 상불재님의 산행기는

왜 산에 올라야 하는가

산에서 무엇을 담아와야 하는가를 일깨워 준다.    http://www.san1915.com 

 

삿갓봉을 넘어 삿갓골재에서 황점으로 내려서려던 발길을

월성치에서 바른골로 돌린다.

참 한적한 바른골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황(黃)이 좋을까

적(赤)이 좋을까

등(橙)이 좋을까

문득 초연히 여름색깔로 남아 있는 록(綠)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가파르게 내려서던 산길이

맑은 계류를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신선이 된다.

어쩌면 송강 정철이 말하던 적선(謫仙)쯤은 되었을까.

넉넉한 시간과

천혜의 공간에서

여유롭고 풍성한 식탁을 차려 놓고

가을 오후의 고즈넉함과

느긋함을 만끽한다.

 

문득

골짝에 가득한 봄날의 이야기를 그려본다.

나뭇가지에 매어달리는 담록의 이야기와

풀숲에서 몸을 일으키는 꽃들의 향그러운 군무(群舞),

덕유산 자락을 감돌아 흘러온 시냇물의 노랫가락은

봄의 시간이 가져오는 축복이 아닐까.

온 골짝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겨울이 써내려가는 서사시도 제법 웅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인간은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골짝을 빠녀져 나오는 때쯤해서

오늘 산행이 제대로 된 산행이었다는 것을 공감한다.

계획대로 덕유 종주를 이어갔더라면

무룡산을 넘을 즈음부터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그저 의무감에 발걸음을 옮겨 놓았을 것이고

다른 분들과 같이 걷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참 일그러진 얼굴로 걸었을 것이다.

그것은 산행이 아니라 분명히 고행이었으리라.

 

황점 마을에 내려 앉은 햇살이 참 말갛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호출한 서상택시가 남령 고갯길을 내려왔다.

 

 

육십령 주차장. 공사로 인해 사진 중앙에 보이는 전봇대 뒤로 들머리가 옯겨졌다.

 

할미봉 정상

중강의 이정표

 

덕유교육원 갈림길

 

어느덧 날이 밝았다.

 

헬기장에 핀 구절초

 

 

헬기장 지나서 올려다 본 장수 덕유산

 

서봉으로 오르다가 본 남덕유산

 

서봉(좌)과 남덕유산(우)

 

서봉

 

프로즌. 산악 자전거의 프로

 

도라지. 예술 감각이 뛰어나 목공과 그림에 조예가 깊다

 

서봉 오르기 전에 만나는 밧줄구간

 

할미봉과 깃대봉. 백운산과 장안산이 보인다.

 

 

서봉 부근엔 단풍이 이미 시작되었다.

 

서봉에서 토옥동계곡으로 내려서는 능선. 9월에 이곳으로 서봉으로 올랐는데 도중에 폰을 잃어버려 남덕유산을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가 폰을 회수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아껴두고 싶은 산길이었다.

 

서봉 정상에서 도라지를 기다리고 있는 프로즌

 

서봉에서 본 덕유산 줄기. 삿갓봉, 무룡산, 맨 뒤가 향적봉이다.

 

 

서봉에서 본 남덕유산

 

서봉에서 남덕유로 가는 길의 단풍

 

되돌아 본 서봉

 

남덕유 직전의 이정표

 

위 이정표에서 바라본 덕유산 능선. 삿갓봉과 무룡산 뒤로 향적봉이 보인다.

 

 

남덕유에서 본 덕유교육원 방향 능선

 

 

남덕유 정상에서

 

남덕유를 내려가는 길

 

육십령으로 가는 갈림길

 

남덕유에서 남령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을이 점령한 덕유산 주능선 길

 

월성치. 이곳에서 만났던 상불재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곳에서 가로막힌 쪽은 토옥동 계곡을 따라 계북으로 내려가게 되고, 우측은 바른골을 따라 황점으로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야 하는 바른골을 확인한다

 

월성치에 있는 이정표

 

월성치에서 내려서는 길

 

가을이 완연하다.

 

 

오늘 발이 간질간질한 프로즌

 

이때쯤엔 도라지도 회복이 된 것 같았다

 

 

 

 

 

 

계류를 만나는 곳에 세워진 이정표

 

위 이정표 있는 곳의 다리 밑 계곡에서 풍성한 점심식탁을 펼쳤다.

 

황점으로 내려서는 길

 

바른골

 

황점 마을 앞 도로

 

오늘 힘든 산행을 한 도라지

 도로에 세워 진 안내판

                                                                          즐겁고 호사한 산행을 즐긴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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