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1차 선운산 산행기
1. 일자 :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주차장(08:20) - 경수봉(09:20) - 마이재(10:00) - 도솔봉(10:15) - 국사봉(10:50 휴식 10분) - 견치산 갈림길(11:05)
- 소리재(11:15) - 용문굴 갈림길(11:30) - 낙조대(11:45) - 천마봉(11:50 점심 40분) - 도솔암(12:53) - 진흥굴(13:00)
- 선운사(13:50) - 주차장(14:10)
4. 시간 : 5시간 50분
5. 지도
6. 산행수첩
1) 경수산 들머리
경수산 들머리는 주차장 옆 동백호텔 뒤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체신청 연수원을 지나 경수봉 민박 마당에서 왼쪽에 보이는 파란 지붕 옆이다.
경수산은 경수산이라는 안내판 뒤쪽으로 100여 미터 가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이다.
주차장에서 동백호텔로 가는 길. 이길을 따라가면 경수봉 민박에 다다른다.
겅수봉 민박. 좌측 파란지붕집 옆에 들머리가 있다. 전봇대가 있는 길을 따라 가야한다.
이정표가 등산로 입구를 안내해 준다.
2)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7.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따라 걷는다.
조금씩 등을 보이려는 가을을 따라 걷는다.
무엇때문인지
하늘은 색깔을 잃고
바람만 불어댄다.
선운산은 그렇게 가을을 두르고 있다.
산등성이에서
가녀린 햇살을 부등켜안고
가을 뒤쪽으로 걷는다.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 강인호, 가을에는
국사봉 오름길에 만난 가을은
퍽이나 조용하다.
바람이라도 한 자락 불어오기를 기다리건만
마음까지 혼자가 된다.
앞에서 걷는 아내를 앞세우고
혼자가 되어도
외롭지는 않다.
산길이 이끄는대로 걸음을 옮긴다.
강인호 시인처럼
괜히 부끄러워진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는
내 발걸음이 부끄럽다.
천마봉에서 도솔암을 끌어 안는다.
부처는 저렇게 포근한 자비를 내리고 있건만
우리는 마음에 탐욕으로 가득찬
우리는
저 아름답고 고귀한 자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큰 그릇이 아니라
빈 그릇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안도현, 가을의 소원
안도현 시인은 참 욕심도 없다.
초록 잎파리 하나도 그리워하지 않는 마음
가을 산에서
이런 마음을 키워가야 하지 않을까.
선운사로 향하는 걸음을 더디게 하는 것은
쥐어짜면 붉은 물이 주르르 흐를 것만 같은
단풍을 좀 더 오래 품어보고 싶은
알량한 마음이다.
가을은 고운 얼굴로 등을 돌린다.
우리는 고운 얼굴만 바라보다가
가을이 흘리는 이별의 아픈 눈물은 보지 못한다.
그저 고운 가을 얼굴 짓이겨지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돌아서면 그만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하얀 눈을 기다린다.
가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우리들은.
산길을 걷다가
문득 부끄러워진다.
가을을 걸었을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을 뿐
가을을 보지 못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을에게 손 한 번 내밀지 못한 걸음을
걸었다.
...... 힘날세상
경수봉에서 본 가야할 능선. 맨 오른쪽은 견치산이다.
경수봉. 진짜 경수산은 이정표 뒤로 100여 미터 더 가야한다.
마이재. 선운사에서 석상암을 지나 오르면 이곳으로 오르게 된다.
햇살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길. 이런 길을 정말 걷고 싶었다.
도솔봉에서 내려다 본 선운사. 동백꽃 숲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가을은 바람과 함께 떠나고 있다. 허전함은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사봉에서 돌아본 참당암. 맨 뒤가 경수봉, 가운데가 도솔봉이다.
견치암은 이 안내판 뒤로 가야 한다. 견치산에 서면 선운산의 산등성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도솔암 뒤의 암봉
대장금을 촬영했다는 용문굴. 굴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바위 밑이다.
용문굴의 단풍
낙조대. 역시 대장금 촬영 장소이다.
천마봉에서 본 사자암. 거대한 암봉이다.
천마봉에서 본 도솔암의 단풍
도솔암.
선운사로 내려서다가 만난 단풍.
진흥굴 옆에 있는 장사송. 수령이 600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진흥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 감는 가을의 모습
가을은 저렇게 쓸쓸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저렇게 화려한 치장을 벗고 혹독한 겨울을 부등켜 안고 연초록의 봄을 토닥거리게 될 것이다.
가을은 흐르는 시내를 따라 멀어져 가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내려 앉는다. 가을은 무엇인가 놓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의식의 심층부에 담겨온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세월은 나무도 비껴가지 않는다. 깊게 파인 주름살에 덕지덕지 붙은 것은 인간이나 나무나 삶의 이야기이다.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지나온 삶의 시간들이다.
생각해 보면 가을만 가는 것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가을을 걸었던 우리들도 산을 나선다. 저 나뭇가지에 새 잎이 돋아나듯이 우리는 또 다른 산행을 생각한다. 화려할 것 같은 또 다른 산행을.
.................................................................................................................... 선운산에서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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