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2차 오대산(1,563 m 강원 평창) 산행기
1. 일시 : 2012년 5월 26일 토요일
2. 동생 : 아내
3. 코스 : 상원사 주차장(05:30) - 상원사(05:40) - 중대사자암(06:05) - 적멸보궁(06:30) - 오대산 비로봉(1,563 m 07:25 아침식
사 50분) - 상왕봉(08:58) - 두로령 갈림길(09:15) - 임도(09:33) - 상원사 주차장(10:30)
4. 시간 : 5시간
5. 산행 지도
6. 산행 수첩
* 국립공원인지라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산행에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다만 두로령 갈림길에서 북대사(미륵암)앞 임도로 내려선 다음 임도를 따라 상원사 주차장으로 하산할 경우, 임도를 따라오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북대사 앞 임도에서 소명골로 내려오는 지름길이 있지만 2017년까지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막아 놓았다. 입구에서 보니 내려서는 길은 뚜렷하게 보였다. 다만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공단 직원들이 임도 순찰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조심해야 할 것이다.
7. 산길을 걸으며
어젯밤 9시가 다되어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불빛 하나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태고적 어둠이고 원시적 적막이었다. 오직 나뭇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서는 별빛만 있었다. 도시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제대로 된 어둠 속에서, 내 숨소리에 젖어 깊은 잠의 골짜기로 빠져 들어갔다.
밤새 소리도 없이 다가와 어둠을 걷어내버린 새벽이 하루를 열어 놓는다. 오대산을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앞서는 아내는 벌써 준비를 마치고 재촉의 눈길을 보낸다.
새벽의 틈을 비집고 오대산의 품으로 들어선다. 어디선가 한 마리 새가 맑은 노랫소리로 발길을 이끈다. 폐부 깊숙히 찔러오는 새벽의 향기는 누구에게 함부로 말해주고 싶지 않을 만큼의 청아한 맛을 뿌려 놓는다.
산은 새벽에 들어서야 한다. 아니 새벽에는 산으로 들어서야 한다. 새뜻한 공기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산은 새벽을 만나 이야기를 다독여 놓는다. 그 신선하고 말간 이야기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다. 새벽은 돌돌 흐르는 시냇물만큼이나 맑은 생각들로 산길을 열어 놓는다. 내딛는 발걸음이 산길을 따라 가라앉아 있는 말갛고 신선한 이야기들을 흩어 놓을까, 슬몃슬몃 흘려내는 숲의 노랫줄기를 걷어차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산 밖의 무거운 것들은 다 털어 놓는다.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오노라'하고 노래부르던 월산대군의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새벽을 걷자. 무념무상(無念無想)이라고 했던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걷는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나는 속세에 너무 찌들리며 살아왔던가. 자꾸만 탐욕이 마음을 휘어 잡는다. 그리고 머릿속은 거미줄처럼 상념들이 얽히기 시작한다.밤을 지배하던 두껍디 두꺼운 어둠을 걷어내는 새벽은 어디서 오는가.새벽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지금 나는 마음을 비우고 있는가. 내가 살아온 삶은 어디가서 자신있게 말할 수는 있을 정도는 되었는가. 오늘 오르는 오대산이 몇 번 째 오르는 산인가. 비로봉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산의 물결을 바라볼 것인가. 3일 간의 강원도 여행을 어떤 빛깔로 칠해 볼 것인가.
자꾸만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어느덧 나는 속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청정심(淸淨心)을 갖는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도(道)는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보다.
적멸보궁에 섰다. 우리나라에는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다섯 곳에만 자리하고 있다는 적멸보궁,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기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는 적멸보궁에 섰다. 화려한 연등으로 단장한 적멸보궁은 밤새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나온 아침햇살을 가득 안고 있었다. 세상의 악하고 나쁜 것들을 걷어내고 선하고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자비가 넘쳐나고 있는 듯했다. 연등에 달아 놓은 수 많은 사람들의 소원들은 한결같이 복을 비는 내용들이었다.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은 자신이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자신들에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무엇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신앙심만 가진다면 세상은 정말 가치있고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른 자리를 뜬다.
오대산 비로봉.
'한국의 자연'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는 분들을 만났다. 산에서 보는 일출과 아침의 신선한 이미지를 담아 내려고 밤을 새워 산에 오른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제작해 놓은 프로그램을 우리는 안방에서 보면서 탄성을 연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방으로 조망되는 산너울을 바라보면서 한아름 안겨오는 햇살을 끌어 안으며 오대산 비로봉에 섰다. 산을 오를 때마다 다짐하는 것이지만 산에 대한 욕심을 내지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행여 산을 정복하려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지 말자고 마음에 새긴다. 산에 들어서는 산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산이 몸을 일으켜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길을 가파르게 세우면 한 발 한 발 땀으로 내디디며 자신의 삶을 한 번 돌아보고,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을 안겨다 주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산 밖 세상의 이야기에 조용히 마음을 실어 볼 일이다. 산은 그냥 동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로봉을 지나 만난 헬기장에서 아침을 먹는다. 산 밖을 내려다보며 아내와 마주 앉아 먹는 아침은 참으로 맛나다. 동해를 감싸고 올라오는 두꺼운 해무. 주변에서 노란 웃음을 웃는 민들레를 바라보며 산행의 즐거움을 반추(反芻)한다.
상왕봉에서 포근한 아침 햇살을 만난다. 여름이 시작하는데도 높은 산의 아침인 까닭에 햇살이 따사롭다. 상왕봉의 돌탑에 기대어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를 둘러본다. 호령봉,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산줄기에 감도는 기운을 느끼며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두로봉 갈림길에서 북대사로 내려선다. 이내 북대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난다. 북대사는 300미터를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망설이다가 그냥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소명골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있으나 2017년까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길을 막아 놓았다. 임도를 따르지 않고 소명골로 이어지는 뚜렷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하산시간을 30분 이상은 단축할 수 있다. 갈등을 하다가 규범을 따르기로 한다. 임도를 따라 걷는 것도 좋았다.
한 시간만에 도착한 상원사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월정사 입구 매표소 앞에 있는 보배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어서 시원한 주차장에서 시간을 죽인다. 탐방지원센터에 전화기 충전을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받아준다. 친절한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보배 식당에서 점심을 마치고 다음 산행지인 선자령으로 향한다.
8. 산행 사진
오대산 주차장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
관대걸이. 세조의 갓을 걸어 놓았다는....
증축중인 상원사
상원사 계곡
중대사자암 입구
중대사자암으로 오르는 길
중대사자암
중대사자암의 객실
중대사자암 비로전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
우리나라에 다섯 곳에만 있다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 아침 공기가 참 신선했다.
오랫 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오대산에 올랐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다가 만난 헬기장. 최고의 아침 식사를 하였던 곳이다.
위 헬기장에서 본 강릉쪽 조망.
상왕봉으로 가는 길. 정말 아끼며 걷고 싶은 길이다.
상왕봉으로 가다가 되돌아본 비로봉.(왼쪽 봉우리)
상왕봉(앞 능선 맨 왼쪽)과 두로봉(뒷 능선 가장 높은 봉우리)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상왕봉으로 가다가 만난 나무. 이런 평평한 길과 나무가 많았다. 한 겨울에 무릎까지 빠지며 걸었던 기억이 있다.
묘한 느낌을 주는 나무
상왕봉. 참 느긋한 마음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상왕봉에서 돌아본 비로봉(맨 왼쪽 봉우리)
이곳에서 북대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두로령 갈림길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임도에 있는 이정표
위 지점에는 구급함도 있다.
위 지점에서 본 소명골 갈림길. 오른쪽 막아 놓은 곳 뒤로 뚜렷한 길이 열려 있다.
상원사 주차장 하산지점의 화장실. 차가 있는 곳이 상원사로 오르는 들머리이다.
월정사 매표소 앞에 있는 보배식당. 몇년전 겨울 산행 때 맛에 반해 또 찾아갔다. 구수한 누룽지를 주어서 잘 먹었다.
산채정식. 1인분 13,000원. 음식이 짜지 않고 담백하다.
오대산의 아름다움에 빠진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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