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차 치악산(1,157m) 산행기 |
1. 일시 : 2010년 10월 24일(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국형사 주차장(07:10) - 탐방지원센터(07:21) - 보문사(07:46) - 향로봉(08:44) - 곧은치(09:06) - 1,097봉(09:26) - 입석사 갈림길(10:28) - 비로봉 정상(11:03 점심 50분) - 세렴폭포(13:21) - 구룡사(14:00) - 버스 정류장 (14:10)
4. 시간 : 7시간
5. 지도 :
6. 산행수첩
1) 국형사 주차장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고 깨끗한 화장실과 약수터가 있다. 원주에서 다니는 시내버스 종점이기도 하 다.
2) 식당 및 목욕탕
원주시내에서 치악교를 건너 4차선 도로를 따라 국형사 방향으로 가면 왼쪽으로 건영아파트가 있고 그 앞에 동원스파월드라는 사우나가 있다. 요금 5,000원 (사진의 초록색 지붕 건물. 주차공간이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할 경우 뒤에 있는 건영 아파트에 주차하라는 안내문이 있다.)
국형사와 관음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있는 할멈숨두부 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음식이 맛있고 깔끔하다. 할멈정식 1인 10,000원. 식당 앞에 모텔도 있어서 숙박하기에 좋다.
3) 차량 회수
국형사에 주차하고 구룡사로 하산했을 경우 구룡사에서 원주시내로 들어오는 41번 버스(20분 간격)를 타고 남부시장에서 내려서 8번 시내버스(1일 12회 운행)를 타거나 택시(미터 요금 6,600원)를 이용하면 된다.
7. 산길을 걸으며
어제 용문산 산행 후 6번 국도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달려서 치악교를 건넌다. 다음 지도 로드뷰에서 확인한 동원스파월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층에 헬스장을 겸하고 있었는데 목욕탕은 별로 사람은 없었으나 깨끗한 편이었다. 냉온탕, 사우나를 드나들며 어제의 피로를 말끔히 풀고 한 시간 만에 나왔다.
로드뷰에서 본 순두부집을 찾아간다. 국형사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할멈숨두부라는 간판이 보인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메뉴를 보고 할멈정식을 시킨다. 청국장, 맑은 숨두부(순두부라고 하지 않고 숨두부라고 한다.), 돼지고기 편육, 흑두부, 더덕무침이 나오고 정말 맛있는(특히 짜지 않은) 반찬이 10여 가지 나온다. 1인 10,000원이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국형사 주차장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는 찻집과 음식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시트를 접고 자리에 누우니 8시 30분이다. 차량이 들어와서 화장실 옆에 주차했다가 한참 있다가 나가기에 가보니 약수터에서 물을 받아 가는 사람들이다. 물병을 들고 물을 받아 마셔보니 물맛이 참 좋다.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종소리에 잠을 깨었다. 국형사에서 울리는 종소리다. 자리에 누운 채로 종소리를 듣는다. 부처의 자비가 이럴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처음으로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국형사 주차장 위에 있는 찻집
국형사에서 향로봉으로 오르는 길
국형사 전경.
김치찌개를 끓여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10분 출발한다. 10여분을 걸으니 탐방지원센터이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지는데 아주 가파르다. 이내 숨이 가쁘다. 그러나 새큼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처럼 상쾌한 공기가 참 좋다. 길섶에는 무르익은 가을이 온갖 얼굴을 내밀어 발길을 잡는다.
거제도에서 왔다는 산객들을 만난다. 본대는 구룡사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이곳으로 넘어오고 있는데 자기들은 7시간을 걸을 자신이 없어 향로봉이나 다녀오려고 한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주차장에 세워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온 모양이다.
보문사로 오르는 길에 만난 폭포
보문사 전경
35분 만에 보문사에 도착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한 아침이다. 10월 9일에 간월재에서 일출을 맞았지만 그곳은 밀려든 사람들로 인해 이런 느낌은 누리지 못했었다. 문득 호남정맥을 걸으면서 새벽에 산으로 들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어둠을 가르며 산으로 들어서는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겉옷을 벗고 가파른 길을 오른다. 30여분 만에 능선에 섰다. 정읍에서 시집왔다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새벽 5시 30분에 남편이 국형사까지 데려다 주어서 혼자 올라왔다며 1주일에 두 번은 올라온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10여분 정도 쉰다. 국형사에 오르는 포장도로가 힘들다고 하자 출입금지팻말을 세워놓고 막아놓은 능선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올라오면 좋다고 한다. 그러나 공단직원들이 지키는 경우가 있어 자신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문사에서 향로봉으로 오르는 길. 아주 가파르다.
지능선. 이곳에서 좌측으로 출입금지선을 넘으면 국형사로 이어지는 오붓한 길이 있다고 한다.
향로봉에서 본 원주시. 왼쪽 아래에 건영아파트가 보인다. 멀리 구름 속에 솟아 있는 산은 어제 오른 용문산이다.
향로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10여분 오르니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비로봉 갈림길이다.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평평한 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어 향로봉에 이른다. 아침에서 깨어나는 원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먼저 도착한 어느 분이 남대봉을 가르쳐준다. 남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힘차게 보인다. 상남지원센터에서부터 걸어야 완전 종주인데 시간상 중간지점인 향로봉으로 올라 온 것이다.
관음사에서 오르는 곧은치
곧은치 안내판
곧은치 바로 위에 있는 헬기장. 비박하기 딱 좋은 곳이다.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능선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니 관음사에서 올라오는 곧은치이다. 이곳에서 비박을 한 듯한 젊은이들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막 일어선다. 산에서 좋은 사람들과 밤을 보내는 것은 생각 만해도 좋다. 지난 여름 용갑형과 서상의 한 학교 후정에서 보낸 밤을 잊지 못한다.
곧은치를 지나자 다시 넓은 헬기장이다. 몇 명의 산객들이 앉아 원주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걸어 1,097봉의 삼각점을 확인한다. 꼭대기에 돌탑이 선명하게 보이는 비로봉이 가깝게 보이건만 능선은 활처럼 휘어서 돌아간다.
1,097봉의 삼각점
1,097봉에서 본 비로봉
1,097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산길. 향로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이렇게 잔잔한 길이 많았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오르내림을 하면서 걷는다.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말갛다. 입석사로 갈라지는 쥐너미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구룡사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데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안내판이 가로막고 있다.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사다리병창길을 따라 올랐다가 이 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길을 열어 놓는다면 사다리병창길의 혼잡을 어느 정도는 덜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전위봉에서 본 비로봉
비로봉 감시초소
비로봉을 오르는 계단.
비로봉 정상.
눈 앞에 비로봉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참 느긋하다. 비로봉 전위봉을 지나니 비로봉 감시초소가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감시한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군대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 공략’, ‘점령’, ‘전략’ 등의 말을 아무런 의식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감시’나 ‘초소’는 영낙없는 군대용어가 아닌가. ‘비로봉 안내소’라고 써 놓아도 좋았을 것이다.
왼쪽으로 계곡을 따라 세렴폭포까지 이어지는 하산길이 열려 있다. 이제 정상까지는 지루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오늘따라 아내가 힘들어 한다.
뒤에 보이는 것이 용왕탑, 일부가 보이는 것이 산신탑이다.
사다리병창으로 내려서는 길에 있는 칠성탑
비로봉 정상에는 세 개의 돌탑이 서 있었다.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일명 용진수)라는 사람 이 꿈에 비로봉정상에 3년 안에 3개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혼자 돌탑을 쌓았다는 것인데 1962년 처음 쌓기 시작하여 1964년 5층으로 된 돌탑을 모두 쌓았으나 1967년과 1972년에 알 수 없는 이 유로 무너졌던 것을 용창중씨가 각각 그해 복원 하였으나 1994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 진 것을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가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남쪽탑은 용왕탑, 중앙탑은 산신탑, 북쪽탑은 칠성탑이라 칭하며 용창중씨는 1974년 작고하였다 한다.
비로봉에서 본 전위봉. 오른쪽 암봉이 신선대이다.
비로봉에서 본 천자봉. 능선이 발길을 당길만큼 아름다웠다.
사다리병창길의 바위. 이곳부터 계단이 시작된다.
사다리병창 안내판이 있는 곳.
산신탑 부근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잼을 바른 식빵과 과일이다. 천지봉으로 뻗어가는 능선에 자꾸 눈길을 팔면서 식사를 마치고 사다리병창길로 내려선다. 치악산하면 사다리병창길을 연상할 만큼 이름난 길이다. 하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진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걸음이 늦다. 한 시간 정도를 내려오니 사다리병창 안내판이 서 있는 곳이다. 사다리 병창은 암석 군(群)이 사다리와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고, 암벽 사이에서 자라난 나무들과 어울어져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風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병창은 영서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한다고 써 있다.
세럼폭포 다리
세렴폭포
1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내려오니 계곡길과 만나는 세렴폭포이다. 세렴폭포는 가녀린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구룡사에서 이어지는 밋밋한 도로를 따라 그곳까지 올라온 행락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단풍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온 계곡이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세렴폭포에서 구룡사로 가는 길
구룡소
구룡사
구룡사 은행나무
길가에 전시되어 있는 시화.
구룡사에서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
서둘러 구룡사로 향한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진행이 쉽지 않다.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는 구룡사에 이르렀다. 구룡사는 원래 아홉 구(九)자 구룡사였는데 후에 거북 구(龜)자를 쓰는 구룡사로 되었다고 한다. 치악산 비로봉에서 산세를 타고 내려오는 곳의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는데, 전설에 의하면 원래 대웅전 자리에 연못이 있어 아홉 용이 살았는데 의상은 연못자리가 좋아 그곳에 절을 지어려고 용과 도술시합을 하여 용들을 물리치고 절을 지었는데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절이 자꾸만 쇠락해지자 한 스님이 찾아와 개탄하면서 사찰 입구에 놓인 거북바위 때문이라며 그 바위를 깨어 없애면 좋아질 거라 말하자 이 말을 믿고 바위를 쪼개자 오히려 신도가 줄고 패찰하기 직전까지 도래된지라 한 도승이 찾아와서는 사찰을 지키는 거북의 혈맥이 끊어졌다며 지금이라도 거북을 살리기 위하여 구(九)를 거북 구(龜)로 쓰라고 하여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사천왕문 뒤편으로 넓은 공터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노란 웃음을 보이고 있다. 문득 곽재구 시인의 은행나무라는 시가 떠오른다.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재구 시인이 은행나무를 보고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어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고 희망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이다. 발밑에 무수하게 낙엽이 뒹글고 있어도 우리들은 가을의 숲 속에서 희망을 말한다. 가을에 산으로 드는 마음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구룡사를 나서며 등 뒤에 내려 앉는 햇살이 참 따사롭다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포근하게 안아 주고 있는 느낌은 가을 산이 가져다주는 품격 높은 선물이 아닐까.
구룡사 일주문
단풍나무에 내려앉은 햇살
구룡사 시설지구
구룡사 버스 정류장.
구룡사 매표소를 나서니 바로 시설지구이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있길래 달려가보니 제1주차장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이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원주행 시내버스도 그 자리에서 탄다고 한다. 그래서 보니 시내버스 시각표가 붙어 있다. 20분만 기다리면 된다. 원주까지 차비는 1,100원.
4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원주 의료원 앞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국형사 주차장으로 가서 외롭게 기다리고 있는 애마를 타고 충주 - 음성을 거쳐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전주에 도착하니 오후 7시 30분이다. 4시간이 걸린 셈이다.
2010년 10월 24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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