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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차 완도 상황봉 산행기

힘날세상 2012. 5. 8. 13:30

 

177차 완도 상황봉 산행기

1. 일자 :  2012년 05월 06일 일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대구리 주차장(06:05) -  심봉(07:35 아침 식사 20분) - 상황봉(08:10) - 하느재(08:50) - 전망데크(08:57 15분 휴식) - 백

             운봉 (09:40 휴식 25분) -  업진봉(10:22) - 숙승봉(10:58) - 완도청소년수련원(11:48) - 불목리 버스 정류장(12:05)

4. 시간 : 6시간

5. 산행 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대구리 새동백 수퍼 옆 길이 들머리이다. 주변에 대흥석재가 있고 그 옆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차량 숙박을 하려고 했는데 통행 차량 소음으로 근처에 있는 화흥초등학교 뒷뜰로 갔다. 마침 선생님 한 분이 계셔서 주차를 하고 차에서 숙박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쾌히 허락을 한다. 그리고 교직원용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있으니 간단한 샤워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어제 청산도에서 나와 여객터미널 부근에 있는 해수탕에서 피곤을 씻었기에 샤워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2) 갈림길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서 산행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산길 또한 대구리에서 301봉까지 오르고 나면 능선으로 이어지며 봉우리마다 최고의 조망터가 눈의 호사를 시켜주기에 최고의 산행을 할 수가 있다.

3) 차량회수

 완도의 군내버스는 완도 터미널을 기점으로 하여 서부 - 남창(대구리 방향), 동부 - 남창(불목리 방향)을 왕복하는 노선과 신지도를 왕복하는 노선이 있다. 버스의 행선지표지판에는 완도 - 동부(서부) - 남창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남창은 완도대교를 가리킨다. 대구리에서 시작하여 불목리 완도 청소련수련원으로 하산했을 때 청소년 수련원에서 불목리까지 10여분 걸어나가면 군내버스를 탈 수 있다. 군내버스는 종점이 터미널이다. 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로 옆이 서부로 가는 버스 승강장이다. 이곳에서 서부로 가는 버스를 타고 대구리에서 내려 차량을 회수하면 된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군내버스는 대략 50분 간격으로 다닌다.

불목리에 도착하여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정류장을 알려주면서 버스 시간은 모른다고 한다. 정류장에 가니 청년이 있어서 물어보니 12시 10분에 온다고 한다. 버스는 정확히 도착했고 완도 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 25분 정도 되었다. 서부로 가는 버스는 12시 45분이었다. 버스요금은 불목리에서 완도까지 1,300원, 완도에서 대구리까지 1,100원이다. 

 

 

대구리 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 애석하게도 불목리 정류장에는 붙어 있지 않았다.

 

 

7. 산길을 걸으며

 

아직 아침이 열리기 전에 산으로 든다. 발걸음만 가벼운 것이 아니라 마음도 날아갈 듯 가볍다. 밤의 이야기에 흥건히 젖어 있던 숲은 신선한 시간들을 널어 놓고 있었다. 그런 숲을 걷는다. 어쩌면 내 마음을 걷는 것일 수도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의 끈들을 놓아 버린다. 산에서는 오로지 산을 보아야 한다.

난대림의 숲속으로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선다. 신선이 숲 속에 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신선은 별것이 아니다. 내 마음에 따라 신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송강 정철이 자신을 적선(謫仙:하늘나라에서 잘못을 하고 인간세계에 귀양 온 신선)이라고 한 것도 자신이 느끼는 분위기가 신선과 같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산은 이른 아침에 들어야 한다.

 

심봉(心峰 598m)

그 이름만큼이나 마음을 들여다 보게하는 봉우리이다. 밤이 새도록 푸르디 푸른 남해의 수면을 뒹글어 모든 더러움을 씻어내고 깨끗한 몸뚱아리로 올라온 아침의 바람은 한가닥 남아 있는 속(俗)한 기운을 쓸어가 버린다. 산 자락이 시작하는 화흥리 마을이 고요에 싸여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세월을 열고 있다. 나도 덩달아 움직임을 멈추고 마음을 열어 본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힘들어가는 교단(敎壇). 마음을 짓눌러오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 시끄러움. 도피하고 싶은 심사(心思)...

바람은, 남녘의 섬에서 솟아난 이 봉우리에서 가슴을 헤집고 있는 이 신선한 아침의 바람은 찢겨진 마음을 조금은 싸매 주었다. 산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 왔다. 

 

능선을 따라 걷는다. 

앞서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 걷는다. 발걸음의 속도는 언제나 아내의 걸음에 따르게 된다. 뒤따라 가는 나는 조망도 즐기고, 납짝 업드려 있는 들풀과도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면서 걷는다. 앞서 가는 아내 또한 자신의 방식대로 산을 즐긴다.  같이 산을 걷지만 어찌보면 따로 걷는 듯하지만, 결정적인 조망터에서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기거나, 힘든 걸음으로 무거워진 다리쉼을 할 때면 같은 행동한다. 갈림길을 만나면 아내는 나를 기다려 어느 길을 따를 것인가 의견을 나눈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 또는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는다.  

 

상황봉을 지나 백운봉으로 가다가 만난 고개 하느재. 

동쪽 대야리와 완도 수목원을 잇는 고개이다. 완도 상황봉에는 여러 개의 임도가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지난 여름 장맛비가 내리던 날 비옷을 입고 임도를 걸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 후 여러 차례 비만 오면 임도를 걷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임도를 걷는 일은 존재감이 분명하지 않은 즐거움이 있다. 산길이면서도 신작로이기도 하고, 그래서 산행이기도 하고 편안한 걷기이기도 한 묘한 즐거움이 있다. 사방으로 조망을 즐길 수는 없지만 굽이를 돌아들면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하는 설레임이 있다. 암릉을 걸으면서 느끼는 짜릿함은 없다지만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의 시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편안함이 있다. 그래서 올 여름에도 조용한 임도를 따라 빗속을 걸을 것이다. 

 

백운봉에 섰다. 

'백운봉'이라고 새겨 놓은 커다란 자연석에 기대앉아 깊어가는 적막을 즐긴다. 문득 새소리조차 자취를 감추어 버린 완전한 고요속에 젖어든다. 평평한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이 참 맑다. 인간들의 삶도 저렇게 맑을 때가 있을까. 탐욕을 벗어버리면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루의 시간을 다 바쳐서 누워 있고 싶었다. 좀 묵은 세월을 반추해보며 내가 걸어온 시간들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유년시절에 헤어진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일은 산에 오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에는 혼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무리지어 산에 오르거나, 마음에 맞는 몇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길을 걷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혼자서 오르는 산은 많은 것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산에 오르는 목적이나 의미를 버렸다. 1대간 9정맥이니 기맥이니 지맥이니 하면서 산으로 들어서는 일,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라는 목적을 두고 산을 찾는 일은 이제 하지 않으련다. 어느 산을 오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오르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숙승봉의 우뚝한 암봉에서 오늘 산행의 걸음을 되돌아본다. 상황봉에서 이어져 온 능선을 바라보며, 산자락을 덮고 있는 진초록의 물결을 바라보며 다시 돌아가야하는 시끄러운 세상과 샅바를 맞잡을 힘을 얻는다. 산길은 언제나 살아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산길은 언제나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어 주었다.

이틀 동안 걸었던 남녘의 섬. 그리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화흥초등학교에서 바라본  붉은 달(어떤이는 그 달을 '눈물 많이 흘린 눈동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행의 이야기는 다소곳이 이어졌다.

 

산을 내려온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세상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다른 산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힘찬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그 또 다른 산행이 나를 신선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에...

 

                                                                       또 다시 걷고 싶었던 상황봉을 나서며 힘날세상

 

<산행 사진> - 카메라를 놓고 가는 실수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대구리 산행 들머리. 길 건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위 사진 옆에 있는 산행 안내도

 

대구리 들머리에서 축사를 지나 산으로 들어서는 곳의 안내판

 

심봉을 오르다가 첫 전망대에서 본 대구리 간척지

 

걸어온 능선

 

숲 속으로 찾아온 햇살. 사진으로는 신선한 아침 이미지를 드러낼 수 없었다.

 

심봉에서 내려다본 신지대교

 

심봉에서 본 지나온 능선. 능선 아래 화흥초등학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심봉에서 본 상황봉

 

참으로 깨끗한 아침 바람이 살고 있는 심봉. 이름만큼이나 마음을 씻어주었다.

 

봉수대가 있는 상황봉. 분위기는 백운봉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봉 봉수대

 

상황봉 아래 대야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 대야리에서 상황봉으로 올라 심봉을 다녀와서 백운봉, 업진봉까지 갔다가 다시 백운봉으로 돌아와서 대야리로 하산하는 코스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엔 그렇게 걷고 싶다.

 

백운봉으로 가다가 본 대야리 저수지. 오른쪽 능선으로 상황봉으로 올라 백운봉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원점 회귀 산행을 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본 백운봉. 좌중간에 수목원에서 세운 전망데크가 보인다. 하느재까지 차로 올라와서 좋은 사람들과 하룻밤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위 사진 전망데크에서 본 해남 달마산. 저수지 있는 곳은 완도 수목원이다.

 

임도가 지나가는 하느재. 이곳에서 5분이면 전망데크에 오를 수 있다.

 

하느재에 세워 놓은 수목원 안내판

 

전망데크에서 본 백운봉. 꼭대기 모양이 다섯 개의 봉우리 중 최고였다.

 

백운봉에서 본 해남 달마산

 

백운봉에서 본 상황봉. 느릿한 걸음으로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는 하느재 임도가 눈길을 끈다.  

 

백운봉의 넓은 조망대

 

지금까지 산에서 본 정상석 중에서 최고인 백운봉. 자연석이다.

 

백운봉에서 대야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의 이정표

 

잠든 스님의 모양이라는 숙승봉. 보기에는 대단하지만 뒷쪽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상황봉의 산길은 대개 아껴가며 걷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부드러웠다.

 

정상석의 크기가 너무 커서 어울리지 않는다.

 

업진봉에서 숙승봉으로 가면서 본 숙승봉의 모습

 

숙승봉의 꼭대기. 이곳에서 보는 완도대교와 두륜산의 모습이 참 좋았다. 

 

 하산지점인 불목리 저수지. 저수지 둑으로 내려서 둑아래 시멘트 도로를 따라 청소년 수련원 주차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오른쪽은 해신 촬영장이다.

 

 청소년수련원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자동차 전용도로 밑을 통과해 사진에 보이는 불목리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한다.

 

 산행 날머리. 오른쪽 시멘트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간다.

 

 위 사진 바로 옆에 있는 장보고 야영장.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 불목리로 가다가 되돌아본 백운봉(좌), 업진봉(중), 숙승봉(우)

 

 불목리 삼거리. 오른쪽에 완도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12시 10분 버스를 탔다. 완도로 가는 버스는 대략 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완도대교 아래 동원기사식당의 찌개 백반. 7,000원인데 반찬이 맛이 있었다. 

 

전주로 돌아오다가 백양사 휴게소에서 본 하늘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