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차 변산 관음봉(424.5m 전북 부안) 산행기
1. 일시 : 2012년 2월 11일(토)
2. 동행 : 아내
3. 코스 : 내변산 탐방지원센터(10:00) - 가마소 3거리 갈림길(10:45) - 세봉 3거리(11:44) - 세봉(12:05 점심 55분) - 관음봉(424.5 m 13:20) -
바위 전망대(13;50) - 재백이 고개(14:05) - 직소폭포(14:33) - 내변산 탐방지원센터(15:10)
4. 시간 : 5시간 10분
5. 산행지도
6. 산행 수첩
국립 공원이라서 모든 갈림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초행이라도 아무 염려가 없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로 먼저 오르지 않고 세봉을 먼저 올라 관음봉을 돌아 직소폭포로 내려오는 것이 하산시 무릎에 부담이 덜하다.
가마소 3거리와 세봉 3거리 갈림길.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고 양쪽 길 모두 두렷하다.
위 삼거리에 서 있는 안내판
세봉으로 먼저 오르는 길은 내변산 탐방 지원센터를 통과하자마자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된다. 50분 정도 오르면 가마소 3거리와 세봉 삼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양 쪽다 출입이 가능하다. 가마소 3거리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고 세봉 3거리로 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 오르막길이다. 가마소 3거리로 가는 길은 일단 가마소 3거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
7. 산길을 걸으며
참 오랜만에 관음봉을 오른다. 엊그제 내린 눈을 생각하며 내심 눈이 덮인 산길을 기대했으나 생각만큼 눈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밟아가는 걸음에서 뽀드득 소리가 듣기 좋았다.
처음에는 12명 이상이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모두 빠지고 결국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지 여럿이 같이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능선에서의 조망. 저 멀리 새만금 방조제가 보이고 변산댐과 나여치로 넘어가는 도로가 보인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쌍선봉, 왼쪽 봉우리에 월명암도 보인다. 중앙의 암봉은 선인봉이다.
왼쪽 봉우리는 부사의 방을 간직하고 있는 의상봉, 오른쪽 뒤는 쇠뿔바위봉이다.
맨 뒤가 관음봉, 그 앞이 세봉
능선을 밟아 가는 길은 눈이 호사를 한다. 사방으로 여리는 조망이 그만이다. 뒤돌아보면 의상봉이 원효대사의 부사의 방을 드러내놓고 따라온다. 우측으로는 월명암을 안고 있는 쌍선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나란히 걷는다.
바림이 불지 않아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세봉까지는 우리만의 세상이었으나 세봉에 올라서니 내소사 쪽에서 올라온 산악회 단체팀으로 인해 왁자지껄하다. 세봉 아래 따뜻한 햇살을 품고 점심을 먹는다. 아내가 준비한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다. 호젓한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옆 자리에 산악회 아주머니 회원들 몇이서 자리하여 산정(山頂)의 고요를 흩어버린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뜨거운 생강차 한 잔까지 마시고 자리를 정리한다. 제법 뾰족한 관음봉을 바라본다. 바다를 디디고 서 있는 품새라서 제법 높게 보인다. 생김새도 험상궂은 것이 정상도 넉넉하지 못하다.
쇠뿔바위봉
능선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관음봉은 날카롭게 보이는 것 만큼이나 정상이 비좁았다.
숱하게 산을 올라다니면서 느낀 것은 산 꼭대기에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산은 왠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남덕유산의 정상과 장수 덕유산의 꼭대기를 생각해 보라. 넓은 헬기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장수 덕유산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느낌이지만 남덕유산의 비좁은 공간은 무엇인가 강퍅한 마음이 들어 얼른 내려가고 싶어진다. 어찌 우리 인간이라고 다를 것인가. 사람이 좀 푸근하고 허술한 듯한 사람이 정이 더 가지 않을까. 머리카락 한 올도 흩어지지 않고 넥타이를 맨 깔끔한 정장 차림은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단체 등산객들에게 비좁은 정상을 내어 놓고 우두커니 서 있는 관음봉 사면(斜面)을 돌아 재백이 고개로 향한다. 가파른 바위 사면에 녹은 눈이 얼어붙어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는다. 철 사다리를 하나 넘어서 전망이 좋은 널따란 마당바위에 이른다. 마당 바위 뒤편에 영원히 감추어 두고 싶은 전망대가 숨겨져 있다. 한여름이라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바람을 쐴만한 곳이다.
세봉에서 내려다본 내소사
비좁은 관음봉 정상
관음봉에서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은 조금 험하다
이렇게 철사다리를 올라가기도 해야 한다.
전망이 좋은 마당바위에서 본 곰소만
최고의 휴식을 보장하는 전망 좋은 마당바위. 사람들이 있는 좌측에 더 좋은 전망이 감춰져 있다.
곰소만의 부드러운 살결을 야금야금 핥아대고 있는 밀물을 바라본다. 아무런 색깔도 없고, 맛도 없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바람이 옷깃을 흔들어 댄다. 바위를 병풍 삼아 햇님바라기나 하고 있으면 딱 좋을 햇볕이다.
오래 쉬면 땀이 식어 추위에 짓밟힐 것을 걱정하는 아내는 이내 재백이고개로 내려선다. 건너편에 보이는 신선대 능선으로 자꾸 눈이 간다. 공단에서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막아 놓아 함부로 들어 설 수 없는 곳이라 안타까운 마음만 앞을 가린다.
재백이 고개에서 직소폭포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이내 대소골을 만나고 왼쪽으로 신선대로 오르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출입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안내판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신작로 같은 길을 걸어 직소폭포에 이른다. 이 길은 한 여름 오후 쯤 혼자서 걸으면 참 좋은 길이다.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 걸어도 실족할 위험이 전혀 없는 안락한 길이다.
여성미가 묻어나는 무덤. 왼쪽에 누군가가 짓궂은 장난을 쳐 놓았다.
대소골 들머리. 오른쪽 골짜기를 따라 가면 신선대로 갈 수 있으나 비법정 등산로이다.
직소폭포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 같다. 한 여름에 이길을 혼자서 걸어봐야 삶을 말할 수 있다.
눈 덮인 직소폭포. 제법 당당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안내판에 실려 있는 여름날의 모습
직소폭포는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는 태도로 당당하게 겨울과 맞서고 있다. 힘찬 물줄기를 떨어뜨리며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문득 김수영님의 ‘폭포’라는 시가 생각났다.
직소폭포 옆의 암봉. 무언가 이름을 붙여 줄만하다.
산정 호수 뒤로 보이는 관음봉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가마소 3거리로 가는 길에 있는 바위
내변산 탐방지원센터 주차장
얼어붙은 산정 호수를 돌아 걷는다. 여름에 걸으면 동화 속의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호수이건만 동장군의 횡포는 맑은 수면을 얼음으로 덮어 버렸다. 물론 이 두꺼운 얼음 밑에서 호수는 수많은 생명들의 힘찬 도약을 다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눈에 묻혀 있는 대지 어느 만큼 아래에서 봄의 왈츠를 마련하고 있는 생명의 울림이 있기에 아직 겨울을 지나고 있어도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
실상사 터를 지나면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이다. 5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에 돌아온 주차장은 각양각색의 자량들이 키를 대보며 햇살을 끌어 안고 있다.
2012년 2월 11일 토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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