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종주기

1구간 조약봉 - 슬치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0. 28. 12:51

 

호남정맥 1구간 조약봉 - 슬치 산행기

 

1. 산행일시 : 2007224(토요일)

2. 동 반 자 : 아내

3. 날 씨 : 맑음

4. 산행거리 : 26.02Km(모래재 휴게소~슬치) 도상거리21.0Km (조약봉분기점~슬치)

5. 산행시간 : 9시간 10(0710- 1620)

모래재(06:50) - 조약봉(07:10) - 곰티재(09:25) - 만덕산(11:00) - 마치(12: 10) - 북치(13:20) - 임도 사거리 콘테이너( 14:30) - 슬치(16:20)

6. 특기사항

1) 모래재 들머리

모래재 휴게소 건너편으로 조성된 공원묘지이다.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갈라지는 조약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 포장도로를 따라 가다가 만나는 임도를 따라 오르면 세봉임도 기념비를 만나게 되는데 왼쪽으로 약 5분 정도 오르면 조약봉 분기점이다. 그러나 낙엽이 떨어진 겨울에는 모래재 터널 위로 직접 오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사진의 왼쪽에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뒤로 이어지는 우마차길로 들어서서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정맥길을 만나는데 이 정맥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조약봉분기점이다.

 

2) 만덕산 갈림길

 

 

곰티재를 지나 만덕산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원불교 수련원이 보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글귀들을 만나게 된다. 좌우로 갈림길이 있으나 능선을 타고 오르면  사진과 같은 통신 시설물이 있는 3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오른쪽길은 만덕산 정상을 거쳐 점치, 묵방산을 지나 전주시 우아동의 아중역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정맥은 왼쪽길이다. 사진의 철조망을 끼고 가면 된다. 이 후 길은 뚜렷하다. 가끔 갈림길이 나오지만 직진하면 된다. 조금 더 가면 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모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3) 박이뫼산 부근

 

 

  이 구간에서 가장 어려운 곳이다. 만약에 밤에 진행한다면 정말 곤란할 것이다위 사진과 같은 콘테이너가 있는 4거리 안부를 지나면서부터는 산길이라기보다는 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그러나 갈림길이 많고 뚜렷한 특징도 없어서 길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리본이 나무나 전봇대에 매달려 있기도 하지만, 이런 상태로 약 3km 정도 가야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잘 살펴보면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 리본이 붙어 있으므로 주의하여 진행하면 된다.

 

7. 산행지도

 

 

 8. 산길을 걸으며

 

 

 

   * 모래재에서 본 여명. 영취산에서 몸을 빼낸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가 금남과 호남 정맥으로 나눠지는 조약봉 부근에서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있는 가운데 찬란한 햇살이 하루를 열고 있다.

 

  모래재에서 만덕산을 거쳐 아중역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밟아가기로 하고 효자동 전주마트 4거리에서 장승리행 버스에 타기 위해 6시쯤 집을 나섰다. 전주대에서 6시 출발이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4거리에 가보니 버스가 신호대기하고 있지 않은가. 정신 없이 뛰어가서 겨우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요금으로 1인당 2700원을 내고 앉아 있는데 전동성당에서 배낭을 멘 부부가 탄다. ‘저 사람들은 호남정맥을 타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 시간에 모래재 가는 버스를 승차했다는 것은 분명 우리와 같은 코스이거나 아니면 금남정맥, 또는 호남정맥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2년 전부터 호남 정맥 산행기를 통해 자료를 충분히 모아 두었지만 막상 들어서지를 못하고 산림청 선정 100산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오늘도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두고 있던 모래재 - 아중역 코스를 마음에 두고 산행에 나섰는데 두 분을 보는 순간 호남정맥에 대한 가녀린 그리움이 샘솟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예정한 코스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호남정맥으로 들어설 것인가

  640분 경에 버스는 모랫재에 섰다. 내리는 사람은 우리 네 사람뿐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 짐작대로 호남정맥을 시작하려고 한단다.

 순간 마음 속으로 같이 산행을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2,4주 토요일만 쉬는 상황이라서 매주 산행을 할 것이라는 그 분들의 산행계획을 따르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하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호남정맥을 따르기로 굳어져 버린 뒤였다.

 650분 모래재 터널 위로 치고 오르기로 하고 길 건너 우마차길로 들어섰다. 10여분 걸으니 능선길과 만난다. 아중역으로 가려는 생각이었으나 일단은 조약봉 분기점에서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약봉 분기점으로 오르는데 동이 튼다.

  

 

조약봉 분기점에서. 평소에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던 호남정맥 산행을 얼떨결에 시작하고 말았다. 출발 사진을 이렇게라도 찍어서 다행이다.

 

 

710분 기념 사진을 한 장 찍고 출발한다. 두 분에게도 한 장 찍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사양한다.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은 우리가 앞서서 걷는다. 아내에게 슬치까지 갈 것인가 아중역으로 갈 것인가 물었으나 대답을 유보한다. 두 분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는다. 중간에 봉우리에서 쉬면서 가져온 떡과 음료를 나눠 먹는다. 그 분들도 밥을 싸오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매 주일마다 호남정맥을 산행하려고 한단다.

 

 웅치 전적비

 곰티재에 있는 웅치 전적비 안내문

 곰티재. 비포장도로이지만 차량이 다닐만하다.

 원불교 수련원 갈림길  이정표

0925분 곰티재에 내려선다. 마라톤을 하면서 수없이 뛰어 다닌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클럽에서 모래재 - 곰티재 훈련을 하던 날 나 혼자서 모래재에서 곰티재까지 산행한 적은 있었으나 이후 구간은 가보지 않았다.

리본을 따라 다시 산으로 붙는다. 오른쪽으로 군산 포항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하여 만덕산 터널 공사 현장이 보인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하여 지금은 산을 깎아 길을 내지 않고, 고가도로를 놓아 버린다. 따라서 마치 하늘을 달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오도재를 지난다. 넓은 밭이 있는데 밭둑을 따라 돌아갔다. 작물이 없을 때는 밭을 가로질러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선다. 길이 편하다. 그러나 원불교수련원으로 내려서는 부근에서 길은 다시 가팔라진다. 나뭇가지에 불교 냄새가 나는 글귀가 붙어 있다.

 

 

만덕산에서 본 월상리 마을. 공사중인 군산 - 포항 고속도로도 보인다.

 

11시 만덕산 갈림길이다. 이제 우리의 갈 길을 결정해야 한다. 오른쪽 길로 가면 만덕산 정상을 지나 점치, 묵방산을 거쳐 아중역으로 내려서게 된다. 원래 우리가 계획했던 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호남정맥을 따라 슬치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산행기를 읽었던 탓에 마루금의 모습이 대강은 그려진다. 나도 모르게 호남정맥으로 들어서고 만다.


 

만덕산에서 본 산하(山河). 끝없이 이어지는 산하를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물(微物)인가를 생각해 본다.

 

발아래 정수사가 고즈넉이 앉아 있다. 멀리는 모악산이 도도한 자세로 서 있다. 그 옆에는 호남정맥의 일부분인 경각산도 보인다. 참으로 전망이 좋다. 이런 곳에서 정다운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면 그만일 것 같다. 문득 작년 9월에 속리산 산행을 하던 중 속리산을 한 눈에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였던 생각이 난다. 식사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과 하는가가 중요하지 어떤 음식인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만덕산 정상에 선 아내 만덕산에서 본 가야할 능선.

 

쉼터라는 팻말도 지나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꾸어 놓은 서양식 벤치에서 쉬기도 하면서 정맥을 걷는다. 2005년 마라톤을 멀리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을 때 설악산 한계령에서 대청을 넘어 천불동 계곡을 지나 설악동으로 내려섰던 이래 가장 오랜 시간을 걷는가 보다. 당시에 공룡능선을 목표로 갔었는데 산행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내가 몸을 웅크리는 바람에 공룡능을 포기하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지금은 아내도 능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1210분 마치라는 곳을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죽림온천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같이 온 분들과 쉴 때마다 이야기를 나눈다. 그 분들은 강릉에서 약 5년 정도 살았다고 한다. 그때 강원도 일대의 산에 많이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산행 속도는 우리보다 늦다.

점심식사를 하고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부부로 보이는 산객들이 쉬고 있다. 대구에서 사는데 호남정맥 산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분들은 곰티재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분들의 산행 속도는 많이 느린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슬치에서 숙박하고 내일은 불재까지 간다고 한다. 그 분들의 전화번호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불재에서 전주시내까지 차량을 제공한다고 하였더니 몇 번 거절하다가 적어준다. 다음날 오후 3시경에 불재에 가서 그분들을 픽업해서 오는데 전주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하여 성미당으로 모시고 갔는데 자기네들이 밥값을 낸다고 하여 잘 얻어 먹고 시외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앞으로 호남정맥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로는 소식이 두절되었다.

 

북치를 지나며 왼쪽으로 보이는 채소밭. 임도 사거리에서 되돌아본 컨테이너

 

이제 일행이 6명이 되었으나 각자의 속도가 있어서 따로 걷는다.

1320분 북치를 통과한다. 길은 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높은 봉우리를 넘어가는 것도 없이 평평하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오른쪽으로는 죽림온천이 내려다 보이고 남원으로 가는 도로도 간간이 보인다. 왼쪽으로 관촌면 일대의 낮은 산들과 마을이 보인다. 관촌에서 상달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나가는 자동차 한 대 없이 쓸쓸하게 드러 누워 있다. 저런 곳에서 달리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아내가 말한다.

1430분 콘테이너가 놓여 있는 임도 사거리를 지난다. 아마도 도로를 놓는 것 같다. 도로를 건너 맞은 편 언덕 같은 곳으로 올라간다. 이내 평평한 숲 길이 이어지더니 우마차길로 이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을 따라 이동한다. 다리가 아프지는 않았으니 비슷한 길이 이어져 지루한 느낌이다. 이제는 도로를 걷는 것인지 산행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한참을 가는데 마눌이 장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즉시 되돌아간다. 10여분 정도 되돌아가니 길에 장갑이 떨어져 있다.

뒤따라 오던 대구분들과 만났다. 자기들이 주워가지고 갈텐데 뭐하러 왔느냐고 한다. 전주에서 같이 온 분들을 물으니 조금 전까지 같이 왔다고 한다. 이제는 넷이서 걷는다. 이쯤해서는 산길이 아니다. 밭 사이로 난 시멘트 농로를 걷는다.

박서방에게 전화를 하였다. 관촌 석재에 가서 부모님 묘소 둘레석 석재를 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슬치 도착 시간을 말했더니 그 시간에 온다고 한다.

1620분 슬치에 내려섰다. 대구분들은 슬치 모텔에서 숙박을 한다고 한다. 전주에서 온 분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두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앞으로 같이 산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서방이 와서 차를 타고 관촌으로 가는데 아뿔싸, 전주분들이 내려오고 있다.

관촌 석재에 가서 석물을 보고 다시 박서방 차를 타고 슬치로 왔건만 슬치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로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OK OUTDOOR에 산행기를 올리면서 그분들을 찾는다는 내용을 적어 넣기로 했다.

처음으로 긴 산행을 하였고, 엉겹결에 호남정맥을 시작하고 보니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31일부터 영취산에서 본격적인 호남정맥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2007년 2월 24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