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5구간 구절재 - 추령 산행기
1. 일시 : 2007년 07월 14일 (토)
2. 동행 : 아내
3. 날씨 : 흐림
4. 산행 거리 : 17.1km
5. 산행 시간 : 09시간(07:06 - 17:06)
구절재(07:06) - 320봉(07:32)- 송전탑(08:22) - 소장봉(08:30) - 사적골재(09:10) - 500봉(09:32) - 553봉(10:41) - 굴재(11:28) - 고당산(12:27) - 개운치(13:09) - 481 봉 헬기장(13:28) - 망대봉 중계소 정문(13:48) - 두들재(14:04) - 여시목(14:55)- 509 봉(15:10) - 429봉/국립공원 표지석(15:36) - 복용재(15:50) - 530봉(16:15) - 추령봉( 16:30) - 437봉(16:48) - 추령(17:06)
6. 특기사항
1) 칠보에서 구절재까지
칠보 터미널에서 구절재로 가는 첫 버스는 08:01분이다. 따라서 시간을 기다릴 수 없을 때에는 택시를 이용한다.(요금 5,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칠보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구절재에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추령에서 승용차를 회수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할 경우 구절재까지 더 가야 하므로 비용은 같다.
2) 사적골재
사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전봇대에서 밤나무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물론 왼쪽 시멘트길을 따라가도 된다. 이 길은 사진의 건물 뒤를 돌아서 석탄사까지 이어진다. 밤나무숲으로 들어서서 조금 오르면 시멘트길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우측으로 100미터 오르면 왼쪽 숲으로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숲으로 들어서서 오르면 다시 시멘트길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지는 곳으로 나오게 되는데 여기에서도 길을 따라 오르다가 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이 나온다. 오른쪽은 벼랑이고 왼쪽은 절개지인데 왼쪽 절개지를 올라야 한다.
3) 굴재
굴재를 내려다보며 내려서면 사진과 같은 복분자 밭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에 복분자밭을 끼고 진행하면 복분자 밭이 끝나는 곳(사진에서 사람이 서 있는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비포장도로가 보이고 나가는 길이 있다. 굴재에 오룡동 천주교 안내판이 있다고 하였는데 발견하지 못하였다. 굴재에서 들머리는 복분자밭을 지나 바로 비포장도로를 건너는 곳이다. 리본이 붙어 있지 않아도 비포장도로를 따르지 말고 도로를 건너 직진하여야 한다.
4) 개운치
개운치는 정읍과 쌍치를 잇는 2차선 도로이다. 사진은 개운치를 내려서면서 찍은 것으로 왼쪽의 기와집 옆으로 내려서게 된다. 사진의 오른쪽에 마을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운치에서 들머리는 집 옆으로 진행하여 도로를 따른 다음 “강천산 국립공원 28km”라고 써 있는 갈색 안내판(사진의 중앙에 희미하게 보인다.) 뒤로 올라야 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정면에 있는 481봉을 넘은 다음 망대봉 중계탑으로 정맥이 이어지므로 길찾기에 어려움이 없다.
5) 망대봉 중계소와 두들재
개운치에서 481봉(헬기장)을 넘어서 가면 망대봉 통신 중계소 철조망을 만나게 되면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가야 한다. 잠시후 중계소 정문으로 나오게 되는데 주저할 것 없이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약 15분 정도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길옆에 헬기장이 있고 이어서 길이 <사진>처럼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곳이 나온다. 여기에 반사경이 서 있다. 정맥은 반사경 뒤로 이어지므로 여기에서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6) 여시목
두들재를 지나 외길을 따라 40여분 진행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양쪽에 다 리본이 붙어 있다. 나는 오른쪽으로 진행하였는데 낮은 봉우리를 넘어 여시목으로 나오게 된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면 봉우리를 넘지 않고 바로 가는 길인 것으로 생각된다. 여시목은 교실 두 칸 정도 되는 공터로 왼쪽에 임도가 있다. 여름이라서 잡풀이 키를 넘을 정도 였다. 정맥길은 임도를 따르지 말고 정면에 있는 길을 따라 509봉을 올라야 한다. 리본이 없더라도 상당한 오르막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니니 안심하고 15분 정도 오르면 509봉이다. 봉우리에 올랐어도 2 -3분만 더 진행하면 추령과 내장산 상가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리본이 전혀 붙어 있지 않은 이유는 여기가 국립공원 지역이라고 공단 직원들이 리본을 모두 제거한 같았다. 여시목에서 추령까지 리본이 하나도 없었다.
7) 추령봉 갈림길
복흥 터널 공사 현장을 옆에 두고 530봉 오른 다음 추령봉을 보며 진행하게 된다. 추령봉을 오르기 시작하다보면 길이 왼쪽 사면으로 돌아가는 지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직진하여야 추령봉을 올라갈 수 있다. 나는 왼쪽 사면을 돌아서 진행하였는데 5분 정도 후에 추령봉에서 내려오는 삼거리를 만났다.주의하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8) 추령에서 구절재 차량회수 방법
추령에서 정읍으로 나가는 버스는 거의 없다. 승용차들이 많이 다니고 있으므로 얻어탈 수도 있을 것이다. 추령을 내려서면 내장사 상가지구에서 정읍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아주 많다. 정읍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칠보까지 간다면 모두 두 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칠보 택시를 부르면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미터기를 이용하는데 칠보까지 2만원이 조금 넘게 나오는데 2만원만 받는다. 구절재까지는 5,000원 정도 더 줘야 한다고 한다. 칠보택시(전상용 016-628-0147)
7. 산행기
구절재 들머리.
칠보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터미널로 가니 구절재를 넘어가는 첫차는 08시01분에 있다고 한다. 길 건너 주유소 옆에 택시가 서 있어서 구절재까지 타고 간다. 날씨도 덥고 잡목과 가시넝쿨이 많아 고생할 텐데 왜 여름에 왔느냐고 걱정을 한다. 10여분 만에 구절재에 내리니 07시 14분이다.
밭을 가로질러 들머리로 들어서는데 몇 걸음 걷지 도 않아서 땀이 흐른다. 동네 뒷산 같은 길을 따라 진행하는데 칠보면에서 방송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나무숲을 지나간다. 소나무향을 맡으며 걷는데 발이 푹신푹신한다. 소나무 잎이 떨어져 쌓인 것을 갈비라고 하는데 갈비가 수북하다. 아내는 갈비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며 소갈비를 생각했다고 한다.
낮은 산이라서 그런지 묘지가 많다. 산행을 하다가 묘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묘지 옆을 지나면서 ‘누구신지 모르지만 조용히 지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모악지맥을 따라 혼자 산행을 하다가 엄재를 지날 때쯤 체력이 급격히 감소하여 잘 가꾸어진 묘지 옆에서 누워 있었던 적이 있었다.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하고 누워 있는데 참으로 마음이 편하였다. 사실 묘지에서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경건해지지 않는가.
묘 주위를 화강석으로 둘러싼 묘를 지나기도 하고, 붉은 벽돌로 쌓아 놓은 묘를 지나서 320봉에 오른다. 조망은 좋지 않았다. 사실 호남정맥에 들어서면서부터 조망을 즐긴 것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이다. 여름이라서 나뭇잎이 우거진 때문도 있겠지만, 호남정맥이 대부분 육산이다 보니 뚜렷한 바위봉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어쩌다 만난 바위봉도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여름 호남정맥에서 조망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송전탑>
소장봉. 조망이 별로이다.
백곰님의 산행기에서 송전철탑에서 왼쪽 허궁실 마을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조심하라고 해서 주의하면 걷는다. 철탑이 보이기에 조심해서 걷는데 갈림길은 없다. 철탑 밑으로 정맥이 이어진다. 철탑에서 자세히 보니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있다. 백곰님은 가을에 산행을 하였기에 모든 길이 잘 보였던 것이고, 나는 한 여름에 진행을 하다보니 풀에 가려 갈림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송전탑을 지나면서 길은 제법 경사진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한 고비를 오르자 약간 평평한 길을 이어지다가 다시 소나무 숲을 올라야 한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햇살은 나뭇잎에 가려져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에 떨어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다 받으며 산행한다면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351봉에 올라섰다. 앞서 가는 아내는 쉬지도 않고 통과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들머리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오늘의 산행지도와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게 한 다음 산행 코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나면 언제나 아내가 앞에 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나는 아내의 뒤만 따라서 아내의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결혼생활 23년 동안 나는 아내가 이끄는 대로 살고 있다. 어떤 친구는 자기가 가정을 꾸려가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다. 사실 아내에게 전권을 맡겨 놓아도 선택을 해야 하는 결정적인 일은 나와 의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알아야 할 일은 다 알고 있다.
산행도 그렇다. 아내가 앞을 서지만 갈림길을 만나면 기다렸다가 확인을 하고 진행하므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난 구간에서 보리밭 마을을 지나 구절재에 내려서기 전 잘 가고 있는 아내를 불러 세워 아무래도 잘못 들었다고 20여분을 되돌아 오다가 아내의 추궁에 지도를 들여다보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 08시 30분 소장봉에 도착한다.
아무런 표식도 없고 조망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선행객들의 리본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약간의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한다. 바람도 불지 않고 습도도 높아 호흡이 거칠다.
◀ 사적골재 전경. 오른쪽 전봇대가 서 있는 밤나무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왼쪽 길은 건물 뒤로 돌아서 석탄사로 가는 길이다.
어린 아이 몸통만한 소나무 숲을 내려서다 보니 사적골재가 보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 사진에서 익히 보았던 모습이다. 진행해야 할 길이 눈에 선하다.
사적골재에는 그저 고요가 있을 뿐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뚜렷한 길을 따르다가 건물 옆의 전봇대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밤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오르막을 오르는가 싶었는데 시멘트 도로와 만난다. <사진>에서 보는 왼쪽길이 건물 뒤로 돌아 석탄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100여 미터 오르니 도로가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는 곳에 무덤이 있고, 왼쪽으로 숲으로 들어서는 길에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소나무숲을 오르니 다시 시멘트 도로와 만난다. 길을 따라 오르니 길이 좌측으로 90도 돌아가는 곳에서 왼쪽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은 낭떠러지이다.
벌목지대를 따라 오르다가 산죽지대를 지나니 정상에 묘가 있는 479봉이다. 나무가 없는 곳으로 연이어져 있는 산줄기들이 보인다. 한숨을 돌리며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쉰다.
정맥은 좌측으로 소나무 숲을 따라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든 올라가는 길이든 소나무 숲은 향이 좋다. 휘파람을 불며 앞서 가는 아내를 따라간다. 산죽이 앞을 가로막는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선다. 489봉이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서 안부를 지나 다시 힘겹게 올라 500봉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묘가 있다.
산죽군락을 헤치고 1시 방향으로 내려서 안부를 통과하여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간다. 앞에 가는 아내가 힘들어 한다. 기온이 올라가고 정맥길이 온통 가시덩굴로 덮여 있어서 진행 속도가 느리다.
◀ 운암 3거리부터 개운치까지 산행하는 동안 원없이 따먹었던 산딸기. 가시덩굴이 길을 막아 고생도 하였지만,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연이 주는 혜택을 톡톡히 맛보았다.
산죽군락을 지나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는데 산딸기가 널려 있다. 사실 그 동안 가시넝쿨로 인해 산행에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산딸기는 원없이 섭취할 수 있었다.
산자락을 돌아서 능선을 걷다가 다시 힘겹게 봉우리를 올라서니 국사봉 갈림길(476봉)이다. 좌측으로 갈림길이 있겠지만 풀이 워낙 우거져 갈림길은 발견하지 못하고 우측 1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진행하는데 주저앉을 정도로 힘이 든다. 더운 날씨와 온몸을 휘어감는 가시넝쿨은 한 걸음 나아가는데도 그 고통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 553봉. 백곰님이 달아둔 안내판이 있기에 쉽게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삼거리에서 우측길로 진행하자 오르막이다. 가파른데다가 산죽 군락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아내는 너무 힘이 들어 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데 플라스틱 통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고로쇠 채취를 하던 통인가 보다. 다시 5분여를 힘겹게 오르니 553봉이다.
다시 능선을 따라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잘 단정된 묘가 나온다. 계속해서 밋밋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니 작은 안부를 만난다. 직진하여 작은 봉우리 사면을 지나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진행을 하니 굴재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복분자밭을 끼고 가는데 수확을 끝냈는데도 잘 익은 복분자가 상당히 매달려 있다. 복분자 밭 사이로 굴재로 나서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복분자를 따 먹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따먹으란다. 이미 수확이 끝났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아예 배낭을 벗어 놓고 복분자 밭으로 들어가 실컷 따먹었다.
▶ 굴재 모습. 비료포대가 있는 곳의 양쪽은 복분자밭이고, 마눌이 서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천주교 안내판이 있다고 해서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11시 28분 굴재를 통과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길이 없을 것처럼 잡목이 우거져 있으나 사람 하나 지나갈 길이 뚜렷이 열려 있다. 5 분 정도 오르자 왼쪽으로 벌목지대가 이어진다. 길은 상당한 기울기로 오르막이다. 그러나 우리의 발길을 잡는 것은 산딸기였다. 또한 취나물도 널려 있다.
눈 앞에 고당산이 보인다. 따가운 햇볕을 안고 오르는 일이 쉽지 않다.
◀ 고당산 정상. 나무가 가리고 있어서 어느 곳으로도 조망이 되지 않는다.
12시 27분 굴재를 출발하자마자 지독한 잡목과 가시넝쿨이 앞을 가로막는다. 10여분을 헤쳐 나가니 벌목지대가 나오며 고당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딸기를 따먹으며 벌목지대를 지난 다음, 산죽을 헤치며 빡세게 오르니 고당산(639.7m)이다. 굴재에서 한 시간이 걸렸다. 산딸기에 눈이 팔린 탓도 있겠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만만치가 않았다. 정상은 묵은 묘 1기가 있는데 풀에 가려 식별이 잘 안 된다. 여기에서 칠보산으로 갈라지는 곳인데 이리 저리 둘러 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뭇가지에 리본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길이 있는 것 같았으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다. 햇볕이 너무나 강렬하였기 때문이다.
◀ 고당산 지나 전망대에서 본 정맥길. 희미하게 망대봉 중계탑이 보인다.
겨우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내려선다. 5분 정도 진행하니 조망이 툭 터지는 전망대가 나온다. 가야할 정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개운치 너머로 망대봉 통신 중계소의 철탑이 보인다. 그 아래 우묵한 곳이 개운치인 것 같다. 점심으로 떡 한 조각과 과일을 조금 먹는다.
산죽군락을 헤치고 나가 잡초에 덮여 있는 헬기장을 지난다. 10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잡복과 산죽을 헤치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다시 산죽을 헤치고 진행하니 이름을 알 수 없는 봉우리를 지난다. 다시 산죽을 헤치고 내리막 능선을 내려서니 정읍시와 순창군 쌍치면을 있는 29번 도로가 지나가는 개운치이다. (13: 09)
▶ 개운치 정경. 기와집 뒤 대나무숲 옆으로 내려서게 된다.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강천산 군립공원 28km”라고 써 있는 갈색 안내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땀이 얼마나 많이 흐르는지 물에 빠진 것 같다. 20여분을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481봉이다. 나무에 가려 아무런 조망도 없다. 어느 정도 고도를 높여서인지 정맥길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진다. 간간이 이어지는 산죽을 헤치고 진행을 하자 망대봉 통신 중계소의 철조망에 다다른다. 길은 양쪽으로 나 있으나 뚜렷한 왼쪽길을 따라 철조망을 우측에 끼고 산사면을 따라 진행한다. 오른쪽길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
◀ 망대봉 통신 중계소.
철조망을 따라 사면을 돌아서니 중계소 정문이다.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내려서니 길옆에 시멘트로 된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서 도로가 우측으로 꺾여 나가는 곳에 반사경이 서 있다. 여기가 두들재이다. 정맥은 여기에서 도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숲으로 들어서 5분 정도 오르자 묘 2기가 있는 봉우리다. 다시 잡목지대를 통과하여 봉우리를 지난다. 이어서 계속 이어지는 잡목지대를 통과하게 되는데 정이 뚝뚝 떨어질 정도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여름에 호남정맥 산행을 나선다고 하면 쌍수를 들어 말리고 싶다. 15분 정도 진행하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헬기장인 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잡풀이 우거져 있다.
다시 잡목을 헤치고 20여분을 나아가자 삼거리가 나온다. 양쪽 모두에 리본이 붙어 있다. 오른쪽 으르막길을 따른다. 5분 정도 오르자 묘가 있는 봉우리다. 여기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니 여시목으로 짐작되는 안부가 나온다. 왼쪽으로 뚜렷한 길이 있는데 짐작하건데 조금전 삼거리에서 왼쪽길을 택하면 이곳으로 나오는 것 같다.
안부에 잡풀이 우거져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백곰님이 설치하였다는 안내판도 없고 리본도 달려 있지 않다. 옆에 임도가 있고 그 옆으로 오르막길이 있다. 여기에서 오르막을 따라 올라야 한다. 10여분을 오르면 509봉이다. 여시목에서부터 리본은 없다. 국립공원지역이라고 모두다 걷어낸 모양이다. 그러나 길은 외줄기이므로 염려할 것은 없다. 509봉에서 조금 더 나가니 앞이 툭 터지는 작은 바위 전망대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더욱 더 조망이 잘 될 것 같다. 오른쪽으로 내장산 상가가 내려다 보인다. 정면에는 공사중인 복흥 터널과 뾰족한 추령봉이 보인다.
▲ 509봉 바위 전망대에서 본 530봉(왼쪽)과 추령봉(오른쪽). 가운데 공사중인 복흥터널이 보인다.
◀ 509봉 지나 전망대에서 본 내장산 상가. 앞에 보이는 길이 추령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바위를 돌아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니 완만한 소나무 숲이다. 능선을 따라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하니 누군가 팬스를 설치했었던 듯 철삿줄이 계속 이어진다.
낮은 봉우리를 지나는데 국립공원 경계 표지석이 있다. 국립공원 지역이어서 그런지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정맥이나 대간 산행을 하면서 길찾기가 가장 힘든 구간이 국립공원 지역이다. 국립공원 지역은 대간이나 정맥에 대한 표지를 세워 놓지도 않았고, 산행객들이 달아놓은 리본도 모두 제거해 버리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철망문이 있는 복용재를 통과하자 왼쪽에 ‘위험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줄을 쳐 놓았다. 아마 복흥 터널 공사장에서 세워 놓은 것 같다. 오른쪽에 철조망을 끼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오른다. 아내는 얼마나 빨리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 힘이 빠진다. 한발을 내딛는데도 죽을 것만 같다. 지금까지 산에 다니면서 오르막에서 이렇게 힘들어 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내리막이 더 힘들었는데 오늘은 이상하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보통 때 같으면 15분 정도면 오를 수 있었을 것인데 25분 동안 사투 끝에 530봉에 올랐다. 봉우리에 오르자마자 그대로 드러눕고 말았다.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깜짝 놀란다. 조금 지나자 호흡이 제대로 돌아온다. 매실즙을 한 컵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서 쉬고 나니 괜찮다.
앞에 보이는 추령봉을 향해 출발한다. 길은 밋밋한 내리막이다. 그러나 이내 산죽이 길을 막는다. 산죽을 헤치고 내려서니 가시덩쿨로 얼룩진 안부다. 힘겹게 통과하여 다시 산죽지대를 지나고 오르막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지난다. 봉우리를 내려서자마자 다시 길은 급경사의 오르막으로 변하고 또 다시 산죽이 앞을 막는다. 이어서 커다란 바위지대의 오르막길과 왼쪽으로 돌아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난 길이 뚜렷하여 별 의심 없이 진행했는데 길은 사면을 돌아간다. 이내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조금 전 바위지대 삼거리에서 바위를 올라야 하는데 우회로를 따라와 버린 것이다.
추령봉에 다시 오를까 하였는데 530봉에서 드러누은 것을 상기시키며 아내가 완강하게 거절을 한다. ‘불감청고소원’이라고 아내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약간의 내리막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데 전망이 툭 터지는 곳이 있다. 아래로는 추령이 뱀처럼 기어가고 있고 깊게 파인 골짜기가 보인다. 되돌아 보니 뾰족하게 솟아 있는 추령봉이 자신을 비껴간 우리를 비웃듯이 내려다 보고 있다.
바위가 많은 능선을 따라 걷는다. 봉우리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봉우리들을 몇 개 지났다. 가지고 있던 물은 추령봉을 지나면서 바닥이 났다.
그래도 좌우로 전망이 있고 바람도 약간씩 불어와 그럭저럭 걸을 만하다. 추령을 올라가는 자동차가 악을 쓰는 소리도 들린다.
금방이라도 추령에 내려 설 것 같은데 의외로 산길이 길게 이어진다. 몇 기의 묘지도 지나고 내려서니 왼쪽 숲 사이로 파란 지붕이 보인다
▶ 가야할 능선.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내장산 신선봉이다.
햇살도 많이 기울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 끝은 날카로웠다. 손수건을 쥐어 짜니 땀이 주르르 떨어진다.
산행이 막바지에 달했다. 너무나 힘든 산행이었다. 갈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산길은 동네 뒷산처럼 부드러워졌다.
아내가 괜찮냐고 자꾸만 물어온다. 어쩌다가 들어누워가지고 이렇게 수모(?)를 당하는 것인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530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거짓말같이 괜찮아졌다. 물론 다리는 조금 아팠지만 그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추령을 막 내려서는데 “탐방로 아님”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불법 산행을 했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출입금지 구역이었을까. 지금까지 오는 동안 그런 안내판은 본 적이 없었다.
◀ 추령. 가을에는 이곳에서 장승축제를 한다. 앞으로 복흥 터널이 뚫리면 그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17시 06분. 추령에 내려섰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 이온음료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니 갈증이 좀 가신다. 그제서야 칠보택시를 부른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차참한 몰골로 주저 앉아 있는 우리를 힐끗거리며 지나가는데 칠보택시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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