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종주기

8구간 천치재 - 오정자재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0. 28. 11:17

호남정맥 8구간  천치재 - 오정자재 산행기

 

1. 일시 : 2007년 11월 24일 (토)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산행 거리 : 9.5km

5. 산행 시간 : 05시간 (09:55 - 14:55)

천치재(09:55) - 임도(10:10) - 500봉(10:30) - 541봉/헬기장(10:58) - 임도(11:10) - 치재산/591M(11:30 점심 30분) - 임도(12:15) - 용추봉/헬기장(12:55) - 538봉(13:05) - 임도(13:25) - 523암봉(13:45) - 361봉(14:25) - 밤나무단지/벌목지대(14:25) - 송전철탑(14:48) - 오정자재(14:55)

 

6. 특기 사항 :

1) 첫 번째 임도


 


                                                                                            < 사진 1 >


                                                                                   <사진 2>

 

천치재에서 약 10분 정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오르면 <사진 1>과 같이 길이 왼쪽으로 굽어지는데 여기에서 소나무 뒤로 돌아가면 왼쪽 산자락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산으로 이어진 길은 약 5분 후에 다시 임도와 만난다. 따라서 밤중에 이곳을 지나야 한다면 임도를 따라 오르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사진2>는 다시 임도를 따라 약 3분 정도 걷다가 왼쪽 산으로 붙어야 하는 곳이다. 들머리에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2) 차량회수

오정자재에서 천치재까지는 시내버스가 다닌다. 천치재에 14시 55분에 도착하여 산행을 정리할 틈도 없이 순창에서 복흥을 경유 정읍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하여 천치재까지 쉽게 올 수 있었다. 버스 요금(1인당 1,000원)을 지불하면서 기사님에게 물어보니 다음 차는 5시가 조금 못되어 통과한다고 한다. 택시는 복흥 택시를 이용하여야 한다.

복흥 신창식 기사님 017 - 650 - 7756 063-652 - 8282

 

 

 

7. 산행지도

 


 


 

 

 

8. 산행기

 

새벽 4시쯤 출발하여 천치재에서 5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방축재에 오후 5시경에 도착하려는 산행계획을 세워 놓고 새벽에 일어나니 때 아닌 비가 제법 거세게 내린다. 비맞는 것을 싫어하는 마눌이 곧바로 꼬리를 내린다. 조금 후에는 비가 그칠 것이니 일단 나가자고 했으나 막무가내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9시가 조금 못되어 출발하여 천치재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다. 신발을 갈아 신고 준비하여 산행을 시작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전에 보아 둔 들머리로 들어선다.

 

10여분 정도 오르니까 널직한 임도가 나타난다. 일단 오른쪽을 따라 임도를 걷는다.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아늑하다. 2분 정도 진행하다가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잡목이 얽혀 있는 길을 5분 정도 걸으니 다시 임도와 만난다. 처음부터 임도를 따라 걸으면서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임도를 따라 3분 정도 걸으니 왼쪽 절개지에 매달려 있는 리본이 손짓을 한다. 급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10여분을 힘들게 오르니 능선이다. 오른쪽에서도 올라오는 길이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잠시 오르니 500봉이다. 왼쪽으로도 길이 뚜렷하나 정맥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재미있을 정도의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 10시 58분에 헬기장이 있는 541봉에 올랐다. 헬기장 직전에서 홀로 걷는 산객을 만난다. 오정자재에서 밀재까지 간다고 한다.


 


                                                                       541봉   헬기장

 

 

 

별 특징이 없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중간에 “제1등산로”,“제2등산로”라고 써 있는 녹슨 이정표가 서 있다. 갈림길도 없는 곳에 왜 이런 이정표가 서 있을까? 아마 가마골 야영장에서 세워 놓은 것인 모양이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널직한 임도로 내려선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이정표가 있다고 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541봉 헬기장을 지나 10여분 만에 만나는 임도. 좌우로 길이 잘 닦여 있다.

 

임도를 건너 오르막을 오른다. 잠시 후 작은 봉우리를 우회하고 나니 오른쪽으로 치재산이 보인다. 급하게 오르막을 올라 11시 30분에 치재산(591M)에 오른다. 정상에는 녹슨 이정표가 서 있고, 선답자들이 달아놓은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햇살이 참 좋다. 하늘도 참 파랗다. 겨울의 초입인데도 날씨가 너무 좋다. 지난번 11월 18일 대구 팔공산에 오르다가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온몸을 떨었던 일을 생각한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과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젖어 이르지만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이래야 떡 두 조각과 삶은 계란 두 개, 사과 한 개가 전부다.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며 내려다 보는 골짜기에 퍽이나 정겹다.

 

산에 들어설 때마다 갈등하는 것이지만, 오늘도 버너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 뜨거운 라면의 유혹이 있지만, 산에서 불을 피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생각하면 한 끼 정도는 가볍게 먹어도 좋을 것이다.

 

발 아래로 보이는 용추계곡과 용연리 마을이 평화롭다. 산에 오르는 이유 중의 가장 큰 것은 바로 이렇게 아래로 내려다 보는 마을의 정겹고 평화로운 모습에서 내 마음까지도 여유로워지는 까닭이다.

 


 


                                                           치재산에 달아 놓은 백곰님의 안내판


                                                       치재산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정맥은 제3등산로 방향으로 이어진다.

 


 


 

치재산에서 본 가야할 능선. 정맥은 가운데 임도를 넘어 용추봉으로 이어진다.

 

12시 정각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산 아래의 낮은 안부를 넘어가는 임도가 보인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아주머니들이 약초를 캐는 듯 한 손에 괭이 같은 것을 들고 올라온다. 한 분은 무엇인가 열심히 캐고 있다. 둥글레를 캐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보고 캐느냐고 물었더니, 말라 죽은 줄기를 들어 올리며 “이것이 둥굴레 죽은 싹이요.”한다. ‘둥글레 죽은 싹’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12시 15분 임도에 다다랐다. 비포장 임도에 내려 앉는 햇살이 말갛다. 생각 같아서는 배낭을 벗어놓고 산 밑까지 한 바탕 달리기나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내달리는 기분은 얼마나 좋을까.

 

 

    치재산을 내려오다가 만나는 임도.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안부를 가로지르는 아래 사진과 같은 다른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건너 오르막을 오른다. 봉우리를 하나 넘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니 다시 임도이다. 임도를 따라 걷는다. 왼쪽 위가 마루금인 것 같았으나 굳이 마루금을 고집할 필요까지 없을 것 같아 그냥 걷는다. 이내 왼쪽의 능선과 만나면서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오르막으로 변한다.

 



 


 

용추봉으로 오르는 길에 쌓인 낙엽. 오늘 5시간을 걷는 동안 원잆이 낙엽을 밟았다.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난다. 어느 때나 산죽은 반갑지가 않다. 어깨 정도까지만 올라와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으나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의 틈도 나있지 않아 진행하는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봉우리를 하나 넘었는데도 다시 산죽은 이어진다. 산죽을 헤치고 다시 봉우리에 올라섰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보니 용추봉이 보인다. 정상이 평평한 것을 보니 헬기장이 있는 것 같다. 밋밋하게 오르막을 올라 용추봉(560봉)에 섰다.

 

정상을 잘 가꾸어진 헬기장이다. 한쪽에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스테인리스 표지판이 서 있다. ‘오정자재 4.3KM’라고 써 있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시원하다. 밤재를 힘겹게 넘고 있는 2차선 도로가 보인다. 쌍치에서 강천산으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남쪽으로 용연리가 한 눈에 보이고 가야할 능선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발아래 어디쯤 용추가 있으련만 보이지 않는다.

 


 


 

용추봉 정상. 교실 두 칸 정도 되는 헬기장이 있고 사면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정맥은 직진하는 능선을 버리고 우측으로 급격하게 몸을 낮추더니 이내 몸을 바로 세운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봉우리를 두 개 넘으니 산죽이 다시 이어진다.

 

13시 25분 두껍게 이어지는 산죽을 헤치며 임도에 내려선다. 우마차가 겨우 지나갈 만한 도로가 낙엽에 묻혀 있다. 리번을 따라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데 마눌은 잘도 걷는다.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숨이 가쁘다. 간간이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해보지만 마찬가지다. 아내가 널직한 봉우리에서 기다리고 서있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508봉(13시 40분)인가 보다.


 


                                                               용추봉을 내려와서 만나는 임도

                            

 


 


                                              523봉에서 본 치재산 오른쪽에 보이는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고개를 가로지르는 임도를 또 만난다

 

 


 


                                                          523봉. 바위로 되어 있고 조망이 좋아 점심식사나 쉬어가기에 좋다


 


                               523봉 직전의 암릉  길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처음으로 만나는 바위지대인지라 감흥이 다르다

 

 

밋밋한 능선을 밟아 나아가니 작은 암릉이 이어지고 13시 45분에 523봉에 도착한다. 바위로 되어 있는 봉우리를 지나 전망이 좋은 곳에서 휴식을 하면 간식을 먹는다.

 

지나온 치재산이 우뚝 솟아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고 활시위처럼 굽어 돌아가는 지나온 정맥길이 한 눈에 보인다. 남쪽 멀리 지난 구간에 지나왔던 추월산 능선이 제법 높이 솟아 있다. 가야한 능선도 보이고 그 너머로 강천산도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정면으로는 담양호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다.

 


 


                                         523봉에서 본 담양호

 

7년 동안 마라톤에 심취하여 산을 떠나 있었다. 풀코스를 달리면서 느끼는 쾌감도 좋았다. 심장이 터질 듯한 질주 뒤에서 캐내는 즐거움은 어디에 적어 둘만 하였다. 그 줄거움에 싸여 마라톤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마라톤은 무엇인가 쫓기는 것 같았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해 내었다. 마라톤 훈련의 일환으로 지리산 당일 종주를 하면서 산이 주는 포근함을 되찾게 되었다.

 

산행은 언제나 여유를 주었다. 묵묵히 걷는 길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산꼭대기에 앉아 내려다보는 세상에서 내면적 자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준다. 그래서 운동화를 벗어버리고 잠발란을 다시 신었다.

 

바위지대를 내려서서 진행하는데 묘 2기가 길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정맥을 걸으며 묘지를 많이 만난다. 그만큼 정맥은 인간과 가까이 있다. 백두대간과 다른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정맥에서는 웬지 다정한 느낌이 있다. 초당골에서 구절재까지 가는 동안 정맥은 방성동 마을 뒷산을 지나가는데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이었다. 물론 정맥길이 동네 가운데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을의 지붕 높이의 산자락을 걸을 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두근거림을 맛보았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는 살수 없는가 보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집이다. 죽었던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남는다. 다만 그의 이야기를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다. 산행을 하면서 묘지를 지나칠 적마다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어느 어르신인지 모르오나 후배가 잠시 곁을 지나갑니다. 생전의 나누었을 어르신의 시간을 되돌려 볼 수 있다면 어디에다 내놓을 만한 할 것입니다.’

 


 


                                                                    벌목지대 왼쪽은 밤나무 단지이다.


 

                        벌목지대를 지나며 본 가야할 능선. 앞의 봉우리를 넘어 송전철탑을 지나면 오정자재이다.

 

 

소잔등 같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다가 14시 25분에 361봉을 지난다. 소나무 숲을 돌아나가자 벌목지대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밤나무 단지 바로 아래 집이 있다. 앞에 작은 봉우리가 하나 보이고 그 너머에 송전철탑이 보인다.

 

오늘 산행도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작은 봉우리를 왼편으로 돌아 오르는데 무릎 정도의 높이로 철선이 둘러져 있고, “전기 위험”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염소목장에서 쳐 놓은 것 같다. 오른쪽으로 급격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바위지대를 돌아가니 송전철탑이다. 왼쪽으로 90°를 틀어 염소목장의 울타리를 따라 내려서니 순창에서 복흥으로 이어지는 792번 도로가 지나가는 오정자재이다. 정맥을 가로지르고 있지만 전혀 고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정자재. 안내판 뒤로 보이는 건물이 다음 구간 들머리이다.

 

 

 

14시 55분 스틱을 채 접기도 전에 순창에서 복흥을 거쳐 정읍까지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온다.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 버스 요금으로 2천원(2인분)을 지불한다. 기사님에게 다음 차를 물으니 5시 정도에 오정자재를 통과한다고 한다.

20여분 정도 후에 출발지였던 천치재로 돌아와 세워둔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배터리가 완전 방전이 되었는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아침에 안개등을 켜놓은 줄도 모르고 산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어쩐지 들머리에 들어서는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보험서비스를 부른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데 경남 번호판을 붙인 4.5톤 트럭이 건너편에 멈춘다. 득달같이 달려가 보니 기사님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아마 길을 묻는 모양인데 상대편이 가르쳐주는 말을 못 알아 듣는 모양이다. 전화기를 바꿔서 통화해보니 호남정맥상의 개운치를 말하는 것이었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드리고 배터리 점프를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을 한다. 차를 돌려서 옆에 세우고 공구함까지 들고 와서 점프선을 이어 준다.

 

시동을 걸고 도와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집으로 향했다.

 

산행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기도 하기 때문에 산행을 하면서 기회만 있으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한다. 모래재에서 슬치까지 걸으면 만난 대구의 부부도 다음날 불재까지 가서 픽업을 해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드렸고, 연석산에서는 금남정맥 진행 중인 광주의 산꾼들을 피암목재까지 20km를 운행하여 모래재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물론 나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는다. 천치재에서 감상굴재까지 가야하는데 복흥 택시 기사님은 정읍에 나갔는데 단풍객들로 인해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지나가는 차를 세웠고, 그분은 뒷자리에 실었던 짐을 손수 치워 주면서 태워 주셨고, 백양사로 가는 삼거리에서 감상굴재까지는 지나가는 벤츠 승용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