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종주기

11구간 과치재 - 유둔재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0. 28. 09:04

호남정맥 11구간 (과치재 - 유둔재) 산행기

 

 

 

1. 일시 : 2008년 2월 4일(월)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거리 : 22.4km

5. 시간 : 10시간 30분(07:12 - 17:42)

과치재(07:12) - 344봉(07:45) - 376봉(08:05) - 연산(505.4m 08:30) - 487봉(08:35) - 방아재(08:50) - 400봉(09:15) - 395봉(09:20 간식 5분)) - 비포장임도(09:30) - 만덕산(10:10) - 신선바위(10:25) - 501봉(10:40) -비포장임도(10:45) - 비포장임도(11:00 점심 40분) - 호남정맥 중간지점(11:50) - 비포장임도(12:00) - 수양산 갈림길(12:10) - 선돌고개(12:25) - 국수봉(13:05) - 468봉(산불감시초소 13:25) - 416봉(13:55) - 425봉(제2활공장14:25) - 헬기장(제1활공장 14:30) - 노가리재(14:35) - 450봉(14:55) - 429봉(15:03) - 해남터 갈림길(15:20 휴식 5분)) - 최고봉(15:30) - 까치봉 갈림길(15:40) - 493봉(16:00) - 459봉(16:10) - 새목이재(16:40) - 456.5봉(17:00) - 이산이재(17:05) - 439봉(17:15) - 청주한씨묘(17:35) - 유둔재(17:42)

 

6. 산행지도

 

 

7. 특기사항

1) 과치재 고속도로 건너기

1. 우측으로 별장가든 간판을 따라가다가 중앙분리대가 틈을 보이는 곳에서 무단 횡단하는 방법

2. 별장가든으로 통하는 지하통로를 이용하는 방법 (택시기사에게서 들었음)

3. 주유소 뒤 비닐하우스 건너편 대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 있는 원형 수로.

4. 신촌주유소에서 옥과 쪽으로 약 500미터 정도에 있는 용주사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이용하는 방법

 

이중에서 나는 3번을 이용하였다. 수로의 구조로 볼 때 비가 올 때에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곳이므로 여름에도 비만 오지 않는다면 물이 흐를 것 같지 않았다. 다만 들어가는 입구에 약간의 웅덩이가 있는데 거기만 잘 통과하면 5분 정도면 건널 수 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가장 걱정을 했던 곳인데 원형 수로를 쉽게 찾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 북진하는 경우는 정맥길이 정확히 원형수로로 내려서게 된다.

 


 


                                                                             <사진1>


                                                                                 <사진2>


 

                                                            <사진3>

 

 

<사진1>의 대나무 숲 오른쪽 끝부분(A)에 <사진2>와 같은 수로 입구가 있다. <사진3>은 건너편 출구

 

2) 선돌고개에서 국수봉 가는 길


 


 

선돌고개(왕복 2차선포장도로로 차량 통행이 거의 없음)로 내려서면 길 건너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계단식 논을 끼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우마차 길을 따르면 된다.

 

 

8. 산행기

5시 40분에 집을 나서 전주시 평화동에서 27번 도로를 따라 순창 -옥과까지 간 다음 옥과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13번 도로를 따라 과치재에 도착하니 7시 10분이다. 신촌주유소 뒤 폐도로에 주차를 하고 고속도로를 건너기 위해 고심하다가 비닐하우스 건너편에 있는 대나무 숲 끝에 있는 원형으로 된 수로를 발견하였다. 입구에 작은 웅덩이가 있는데 겨울이라서인지 물이 없었다. 수로 안에 불을 비춰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리걸음으로 건너가는데 다리가 아파 두 번을 쉬어 무사히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빠져 나왔다.

 

수로를 빠져 나오자마자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반겨준다. 절개지 수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저 멀리 괘일산의 암봉이 실루엣으로 다가 오고 신촌주유소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런 곳을 횡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고속도로를 건너서 내려다본 과치재 전경. 사진의 중앙 오른쪽 대나무숲이 끝나는 지점에 원형 수로가 있다.

 

절개지를 올라 왼쪽 숲으로 들어서는데 잡목이 무성하다. 여름에 통과하려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다가 급경사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는데 아내가 힘들어 한다. 산행이 끝날 때까지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노가리재를 지나면서부터는 나 역시 무척 힘이 들어 고생을 하였다.

 

07시 45분에 344봉에 올라선다. 땀이 많이 흘러 자켓의 내피를 벗어 버렸다. 날씨가 풀어졌다고는 하지만 바람의 끝은 그래도 차다. 몸은 춥지 않았으나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차가워 자켓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걷는다.

 

정맥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여 연산인 줄 알았는데 정맥과는 상관없는 봉우리이다. 별 특징도 없는 능선을 걸어 08시05분 376봉을 지난다. 내리막 능선을 걷다가 자은 봉우리를 하나 넘은 다음 커다란 바위를 지난다. 잡목과 가시가 발길을 가로막는다. ‘호남정맥 여름에 타지 마라’는 말을 실감할 것 같다.

 


 



 



 


    연산으로 가는 길. 잔설이 덮혀 있어서 발에 힘이 들어간다. 

 

 

응달진 곳에는 지난달에 광주지방에 내린 40cm가 넘는 폭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이젠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길이 미끄러워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간다. 08시 30분 연산(505.4m) 정상에 섰다. 순천 한백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것 같았다. 묘 2기가 남루한 모습으로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서다가 힘겹게 올라 허름한 묘가 있는 487봉을 지난다. 호남정맥에는 묘가 있는 봉우리가 많다. 대부분 관리를 하지도 않는 폐묘이다. 언젠가 묘를 안장할 때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봉안했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돌보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자손들이 조상들의 마음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화장을 해서 산에 들에 뿌려버려야 하지 않을까.


 


◀ 487봉을 지나 봉우리에서 본 가야할 능선.

 

487봉을 지나 정맥은 뚜렷한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가 싶더니 조망이 좋은 봉우리를 지난다. 산아래로 방아재가 내려다 보이고 왼쪽으로 담양 참사랑병원 건물도 살짝 보인다. 왼쪽 골짜기로 농가가 한 채 서 있다.산불이 났는지 큰 나무는 한 그루도 없는 산자락을 따라 내려선다. 방아재 건너편으로 만덕산이 올려다 보인다. 오름길이 만만치 안을 것 같다. 이윽고 대나무 숲을 지나 방아재에 내려선다. 차량 통행이 뜸한 2차선 포장도로이다. 도로 옆에 우물과 같은 간이 정수시설이 있다.

 

 


 



 


 


    
▲ 과치재 전경과 과치재의 정수시설.  겨울에도 물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여름에는 물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

 

08시 50분 도로를 건너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이내 잘 단장해 놓은 가족 묘지를 지난다. 다시 힘겹게 올라 조망이 좋은 400봉에 오른다. 왼쪽으로는 청운동과 청운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가다가 뒤돌아보니 지난 구간에 걸었던 괘일산과 무이산의 줄기가 뒤따라 오고 있다. 5분 만에 395봉에 도착한다. 아내가 힘들어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삶은 계란과 과일로 간식을 먹으며 15분 정도 휴식을 한다.

 


 



 


◀ 395봉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비포장 도로.

 

9시 25분 출발하여 급격하게 내리막 능선을 5분 정도 내려서니 비포장 도로이다. 왼쪽의 청운동 마을과 오른쪽의 문학저수지를 연결하는 도로이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50여 미터 진행하다가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가시덩굴과 잡목이 발목을 붙들어 진행이 어렵다. 여름 같으면 톡톡히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오르는데 바람끝이 제법 날카로워 자켓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오르니 땀이 많이 흐른다. 묘지를 지나 힘차게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사면을 좌측으로 돌아 헬기장 같은 곳을 지나니 만덕산 정상 직전 갈림길이다. 정맥은 좌측이지만 우측으로 30여미터 진행하여 10시 10분 만덕산(575.1m) 정상이다.

 

 



 



 


조망이 좋은 만덕산 정상과 정상에서의 조망

 

 

배낭을 내려놓고 뜨거운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정맥을 따라 걸으며 간식이나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배낭을 내려 놓고 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진행속도도 느리고 자꾸 쉬려고 한다. 오늘 구간이 제법 길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건만 오늘따라 아내가 힘들어 한다.

 

10여분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 5분 정도 진행하니 전망이 좋은 바위 전망대 위에 소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신선바위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정말 신선들이 내려 앉아 속세를 매려다 볼만한 곳이다. 산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전망이 좋은 곳이 참으로 많다. 서늘한 바람이 좋은 여름날 오후에 소나무에 기대어 앉아 소설책이나 읽으면 더없이 좋을 만한 곳이다.

 


 



 



 


 

신선바위에서 본 무등산과 신선바위

 

마음이 바빠 신선바위에서의 조망을 즐기지도 못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소나무 숲을 지나 능선을 이어가다 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길이 더 뚜렷하지만 정맥은 직진해야 한다. 직진하여 5분 정도 진행하니 이정표가 서 있는 사거리이다.

 


 


 

대덕면 운암리로 내려서는 표지가 되어 있고 ‘등산로’라고 써 있지만 정맥 산행에는 아무 도움이 안되는 이정표이다.

 

이정표에서 직진하여 진행하니 곧 이어 삼거리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니 522봉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도 뚜렷하지만 정맥은 여기에서 좌측으로 90도를 꺾어 나간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2분 정도 진행하니 또 다시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이다. 직진하여 잡목이 얽혀 있는 오르막을 10여분 오르니 돌담이 쌓여 있는 501봉이다. 돌담을 넘어 서니 정맥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내려서는데 오른쪽으로 수양산이 우뚝 솟아 있다.

 

5분 만에 비포장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 완만한 능선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벌목을 하였는지 시야가 트인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을 따라 내려가다가 밋밋하게 오르니 허름한 묘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정맥은 여기에서 우측 1시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완만하게 내리막길이다.

 


 


 

11시에 다시 임도를 만난다. 지도를 보니 좌측의 청운동 마을과 우측의 입석리를 잇는 임도이다. 아내가 점심식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임도 옆에 있는 잘 가꾸어 놓은 묘지에서 바람을 피하며 식사를 한다. 준비해 온 버너를 꺼내 참치찌개를 끓여 식사를 한다. 겨울이라서 버너를 사용해도 될 것 같아서 가져오기는 했는데 겨울이라지만 불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역시 산행시에 버너를 지참해서는 안 될 것 같다.

 

11시 40분 출발하여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선다. 벌목을 하여 길이 없어졌다. 가시잡목 사이를 헤집고 왼쪽의 임도와 나란히 진행하니 다시 뚜렷한 정맥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숲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이제 곧 호남정맥 중간지점을 지나게 될 것이다. 아내가 그 곳이 궁금하다고 한다. 산행 전에 오늘 구간에서 중간지점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아내는 절반을 끝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약간의 기대감도 혼재한다고 한다.

 


 



 



 


▲ 호남정맥 중간지점. 231km지점이다. 여수 산악연맹에서 세워 놓은 스텐리스 팻말이 서 있고 선답자들의 리번이 매달려 있다.

 

팻말 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사진 촬영을 한다. 2007년 3월 1일 영취산에서 첫발을 디딘 이래 14번의 산행을 한 끝에 절반을 완주한 셈이다. 이제 집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어 집을 나서는 시간을 점점 앞 당겨야 할 것이고, 차를 운전하는 거리도 점점 많아 질 것이다. 그렇지만 꼭 완주하겠다는 마음도 그만큼 강해진다.

 

대략 5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서 출발하여 5분 만에 왼쪽으로 따라오고 있던 임도를 건넌다. 힘겨운 오르막을 10여 분 오르니 수양산 갈림길이다. 직진으로 뚜렷하게 이어지는 길은 수양산으로 가는 길이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급격하게 내려서게 된다. 마치 골짜기로 내려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려서다가 다시 밋밋하게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보이고 12시 25분 입석리 고개에 내려선다.

 


 



 



 



 


  
* 입석리 고개 전경

 

입석리 고개는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담양군 대덕면 운암리와 입석리를 잇는 89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차량 통행은 뜸한 편이다. 산행을 마치고 유둔재에서 과치재로 돌아갈 때 지나야 할 곳이다.

 


 



 



 


  이 봉우리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분만에 만나는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월봉산을 보며 내려서야 한다.

 

 

 

도로를 건너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서는데 앞에 국수봉이 외연하게 서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계단식 논을 왼쪽으로 끼고 오른쪽 우마차 길로 들어서서 숲 속으로 들어간다. 제법 급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10여 분 진행하여 봉우리를 하나 넘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다가 산죽 군락지를 지나니 좌측으로 시멘트 포장 임도를 만난다. 정맥은 임도를 따라가지 않고 계속 숲 속으로 이어진다. 벌목을 하여 넘어진 소나무가 길을 가로 막아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 잡목을 헤치고 진행하여 바위지대를 지나 국수봉(557.6m)에 도착한다.(13시 05분) 커다란 전봇대가 서 있는데 용도를 잘 모르겠다. 발을 딛고 오를 수 있는 오름판이 되어 있고 꼭대기 부근에 발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불 감시용 시설 같기도 하다.

 

국수봉을 지나 3분 만에 뾰족한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직진길이 뚜렷한데 오른쪽 잡목 사이로 리번이 매달려 있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리번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눈이 덮혀 있다고는 하여도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너무 희미하다. 아내는 정맥길이 아닌 것다고 한다. 그러나 지도와 지형으로 볼 때 분명히 방향이 맞다. 잡목을 헤치고 50여 미터를 내려서니 오른쪽에 뚜렷한 길이 있다. 판단해 보건데 처음 국수봉 팻말이 있던 봉우리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하는 것을 지나쳐 봉우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잘 꾸며진 인동장씨묘를 지나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녹슨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동네 뒷길을 걷는 기분이다. 쓰레기 버려진 공터에 다다라서 보니 오른쪽 절개지 위로 리번이 보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이곳에서 절개지로 올라 468.3봉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서야 한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보니 진행방향으로 3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철조망으로 된 문이 있고 그 옆에 리번이 매달려 있다. 그렇다면 힘들어 하는 아내를 앞세우고 굳이 절개지를 오르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철조망 문을 넘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468봉이다.(13시 25분)

 


 



 


468봉 직전의 철조망문과 468봉의 산불감시초소

 

소나무 지대를 지나는데 왼쪽으로 다시 펜스가 이어지고 축사와 상외동 저수지가 보인다. 급격하게 내려서는데 앞에 우뚝한 봉우리가 보인다. 앞에 가던 아내가 ‘저 봉우리를 올라갈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난하다’고 한다. 안부에서 오르막 능선으로 올라붙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 동안 마라톤과 산행으로 어느 정도의 근력은 있었기에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바위 봉우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조금 전에 보았던 봉우리가 아니었다. 다시 힘겹게 올라 13시 55분 416봉에 섰다. 고서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조망을 즐길 여유가 없다.

 


 


  활공장에 세워진 비행안전수칙. 타동호인의 무단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서둘러 진행을 한다.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지루한 능선길을 걸어 14시 25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난다. 광주 씨호크레포츠 클럽에서 세워 놓은 안내판이 서 있다.

 

임도 같이 넓은 길을 따라 내려선다. 아마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서 길을 닦아 놓은 모양이다.

 


 


     노가리재

 

 

5분 정도 걸어 헬기장 위에 설치된 활공장을 지나 14시 35분 노가리재에 내려선다. 차평면 유천리와 외동리를 잇는 1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며 차량 통행은 아주 뜸한 곳이다.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오르니 송전철탑이 서 있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코가 땅에 닿을 듯하다. 지리산의 코재를 연상하게 한다. 20여분을 올라 정상에 묘 1기가 자리잡고 있는 450봉에 도착한다.

 

광주호가 내려다 보이고 무등산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그렇다면 산 아래는 식영정, 가사문학관, 소쇄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해남터 갈림길에 서 있는 하서 김인후 선생의 시.

 

좌측으로 90도를 꺾어 소나무가 무성한 내리막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가 다시 오르막을 올라 429.4봉을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독산 401 1985 재설)이 있다. 다시 소나무숲을 따라 내려서 15시 20분 ‘해남터 갈림길’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한다. 유둔재까지 7,141m가 남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 옆에는 하서 김인후 선생의 한 시를 적어 놓은 팻말이 서 있다. 물을 마시며 시를 감상한다. 그 옛날에도 속세에서 벗어냐려는 일념으로 산에 오른 선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름값을 하기에는 초라한 최고봉(일명 장원봉)

 

유둔재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5분 정도 오르니 최고봉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고, 돌탑이 쌓여 있다. 지도를 보니 장원봉은 이곳이 아니라 정맥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1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내 길은 오르막으로 변하고 봉우리를 하나 넘는다. ‘등산로’라고 써 있는 안내판을 지나며 좌측으로 방향을 바꿔 내려서던 능선은 다시 몸을 일으켜 466봉을 만든다. 삿갓봉 갈림길이라는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지도에는 삿갓봉이 아니라 까치봉이라고 되어 있다.

 

시간은 오후 3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유둔재까지는 아직도 6km 이상 남아 있고 아내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 나 또한 허리와 엉치뼈 부근에서 통증이 느껴져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런 말도 없이 걷기만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산행이 아니다. 그저 고행일 뿐이다. 지금까지 정맥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힘들어 한 적이 없었다. 아마 올 겨울 들어 장거리 산행을 못한 탓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2월 22일 방축재에서 과치재까지 산행 후에 아내는 산에 들어서지 못했고, 나 또한 1월 6일에 육십령에서 남덕유산을 거쳐 남령까지 산행한 이후 처음 산에 들었기에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인가 보다. 매주 산행을 이어갔을 때에는 무박으로 댓재에서 두타 청옥산을 넘어 백복령까지 14시간을 걸었어도 아주 즐겁게 산행을 했었다. 역시 꾸준한 산행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주 지루한 시간을 이어가며 16시에 493봉을 넘었다. 이어서 삼각점이 박혀 있는 봉우리를 통과하여 기계적으로 발을 옮긴다. 이제부터는 즐기는 산행이 전혀 아닌 그저 목표지점인 유둔재까지 가야하는 걸음에 불과하다. 이것은 진정한 산행이 아니다. 오늘 산행에서 깨달은 바가 많다.

 

10여분을 걸어 묘가 자리잡고 있는 459봉을 지난다. 왼쪽으로 도로가 보이고 외동저수지가 보인다. 도로는 노가리재를 넘어가는 도로이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다.


 


 



 


 

새목이재의 이정표(위)와 어산이재 이정표(가운데) 456.5봉의 삼각점(아래)

 

16시 40분 30여분을 걸어 새목이재에 도착하였다. 유둔재까지는 3,670미터가 남았다고 써 있다. 아내가 근심이 가득한 한숨을 내쉰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를 하나 넘어서고 계속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걷는다. 다행히 심한 오르막이 아니어서 큰 지장은 없다. 아내도 산행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았는지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17시 정각에 삼각점(독산 409 1985)이박혀 있는 456.5봉에 올랐다. 잡목이 많아 조망도 좋지 않기에 그냥 통과한다.

 

내리막 능선을 따라 내려선지 5분 만에 어산이재를 통과한다. 이제 유둔재까지는 3,400미터가 남았다고 써있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밋밋한 오르막 능선을 올라 10분 만에 439봉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897번 지방도로와 저수지가 보인다. 정면으로는 무등산도 보인다.

 

이제 정맥은 고도를 낮추고 있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니 청주한씨 묘를 지나며 길은 임도로 변해 있었다. 임도를 따라 걸으며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적어 두었던 남면 택시기사(011 - 625 - 0200)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은 기사님이 택시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061 - 114에 담양군 남면 택시번호를 문의하였더니 061 - 383 - 3800번을 가르쳐 준다. 전화를 하여 택시 기사와 통화를 하고 나니 유둔재에 세워 놓은 가사문학관 등산안내도가 앞을 가로막는다. 17시 42분. 10시간 30분의 산행을 마치는 순간이다. 들머리를 확인하고 기다리는데 택시가 올라온다.

 

전화를 할 때 미터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미터기를 작동하고 온 기사에게 이의를 제기했더니 다 그렇게 한단다. 유둔재에서 내려와서 897번 지방도로와 만난 삼거리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물으며 화순 온천쪽으로 갈 것이냐고 한다. 느낌상 돌아가는 것 같아 입석리로 해서 가자고 했더니 그 길이 빠른 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말인지..

과치재에 도착하여 23,000원을 지불하였다.

 


 



 


유둔재 날머리에 세워놓은 가사문학 등산 안내도(좌)와 유둔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