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종주기

제 19구간 주릿재 - 접치

힘날세상 2009. 6. 25. 16:58

호남정맥 19구간 주릿재 - 접치 산행기

1. 일시 : 2008년 4월 27일(일)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거리 : 25.5km (도상거리 22.1km)

5. 시간 : 10시간(06:35 - 16시 35)

주랫재(06:35) - 420봉(06:45) - 2차선 도로(06:58) - 485.5봉(삼각점 07:15) - 임도(07:40) - 417봉(08:30) - 석거리재(휴게소, 08:45) - 임도(09:10) - 백이산(584.3m 삼각점 09:50 20분 휴식) - 빈계재(58번 지방도 10:35) - 511.2봉(삼각점 11:45) - 600봉(12:10) - 고동재(12:20) - 고동산(709.4m 삼각점, 산불초소 12:45 점심 35분) - SK외서기지국(13:28) - 헬기장(13:45) - 송전철탑(13:55) - 장안치(14:05) - 705.7봉(삼각점 14:17) - 714봉(산불감시초소 14:22) - 임도(14:29) - 선암굴목이재(이정표 14:42) - 664봉(14:55) - 작은굴목이재(이정표 14:57) - 배바위(15:15) - 조계산(884.3m 삼각점 15:25) - 장박골 몬당(869m 15:43) - 송전철탑(16:22) - 송전철탑(16:30) - 접치(두월육교 16:35)

6. 특기 사항

1) 주랫재

 

   <사진 1> 주랫재 정상. 10여 대 정도 주차 공간이 있다. 

 

  <사진 2> 들머리에 서 있는 추동 - 율어간 지방도 확포장 공사 비석 

 

<사진 3>  사진 2 뒤로 열리는 들머리

 

 <사진 4> 들머리는 이렇게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주랫재는 벌교에서 율어로 가는 895번 지방도로가 통과하고 있으며 정상에 철쭉과 유채꽃밭이 조성되어 있고, 주차공간이 넓다. 들머리는 벌교쪽으로 10여 미터 내려가서 왼쪽의 추동-율어간 확포장공사 비석이 서 있는 곳이다.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벌교에서 16시 10분에 출발하는 율어 겸백 방면 군내 버스가 6시 30분 경에 통과한다.

 

2) 석거리재 전 임도 삼거리

 

<사진 1> 이런 임도를 따라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사진의 중앙 

 

 <사진 2> 사진 1의 삼거리에서 도착하면 임도 아래로 시야가 툭 터진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눈에 들어오지만 오른쪽을 보면  이런 컨테이너 하우스가 보인다. 물어 볼 것도 없이 컨테이너쪽으로 걸어야 한다.

 

485봉을 지나 25분 정도 진행하면 넓은 임도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아래로는 대전 마을이 보이고 주변은 벌목을 하여 시계가 확 트인다. 농부들이 리번을 제거해 버린 탓에 길찾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기에서 정맥은 우측에 보이는 하얀 컨테이너하우스 있는 쪽으로 이어진다. 컨테이너 하우스 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50여 미터 진행하다가 임도를 버리고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이후 왼쪽으로 대전마을을 내려다보며 벌목이 된 능선을 따라 50여 분 내려서면 417봉을 지나고 15분 정도 후에 석거리재에 내려서게 된다.

 

3) 접치재

  

<사진 1> 육교에서 본 27번 국도. 챠랑이 있는 방향은 승주 방면이고, 사진의 좌측방향은 송광사 방향이다. 

 

 <사진 2> 위 사진의 좌측 방향. 왼쪽은 육교이고, 사진의 오른쪽으로 보면 저수 탱크가 보이는데 그곳이 다음 구간 들머리인데 통행을 막아 놓았다. 따라서 송광사 방향(사진의 직진 방향)으로 200여 미터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들머리가 있다.

 

<사진 3> 육교 건너편으로 주차 공간이 아주 넓다. 육교의 아래는 호남고속도이다.

 

호남고속도로가 통과하고 있는데 날머리로 나오면 육교가 있다. 육교 주변에 주차공간이 넓다. 육교를 건너면 22번 국도인데 순천에서 송광사를 왕래하는 111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순천까지 요금은 1,000원이고 약 20여 분 소요된다고 한다. 주랫재에 차량을 두고 왔을 경우, 버스로 순천까지 간 다음 순천에서 벌교행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벌교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승주에서 벌교로 가는 버스는 없고, 빈계재 부근에 있는 낙안읍성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5회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주랫재까지 택시를 이용할 경우 택시비는 미터기로 35,000원이다.   017-622-5683 승주개인택시 강경문

 

7. 산행 지도

 

 

 

8. 산행기

 

1. 안개

 

 

420봉에서 본 안개. 보성군 일대를 덮고 있다.

 

안개는 새벽을 끌어 안고

진하디 진한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있다.

안개의 속살을 파고들어 보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차창(車窓)을 스치는

새벽녘의 고요함만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김승옥의 소설이던가

<무진기행(霧津紀行)>에서

무진의 안개를 묘사한 부분을 떠올려본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물이 아닐 수 있을까!

 

무진은 상상의 공간이지만,

작가는

‘전남 순천과 순천만에 잇닿은 다대포 앞바다와 그 갯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을 덮어버린 안개는

김승옥이 보았던

바로 그 무진의 안개가 아닐까.

 

 

 

석거리재 직전 임도에서 본 안개. 안개는 외서면 일대를 덮고 있다.

 

 

산으로 들어서면

이내 발밑에 엎드린 채

황금빛 햇살의 품으로 스며들 것이겠지.

그러나 아직

안개는 새벽을 끌어 안고 있을 뿐이다.

 

 

2. 백이산(伯夷山584.3m)

 

 

 

젖꼭지마냥

도드라진 백이산 꼭대기에서

바람은 상큼한 춤을 추었고

햇살은 말갛게 웃음을 웃고 있었다.

 

 

바람이 상쾌했던 백이산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다가

산꼭대기 부드러운 풀밭에

몸을 눕힌다.

 

 

 

백이산에서 본 가야할 능선

 

하늘을 감돌아 내리는 맑은 기운,

등줄기를 살포시 받쳐주는 포근한 땅의 기운은

정맥의 끝자락을 걷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더 없이 황홀한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

 

 

3. 생명

 

햇살을 그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무게보다

600배나 넘는 흙더미를 밀어 올리며

싹을 틔우는 생명의

고고지성(呱呱之聲)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다져온 생명의 노래는 정맥을 따라 울려 퍼진다.

 

 

 

 

선암굴목이재로 가는 길에 만난 둥글레. 진초록의 향연이라고 할까

 

무리를 지어

삶을 엮어내고 있는

둥글레

진초록의 이야기에

발길마저 숙연해지고

봄은

정맥에서 살고 있다.

 

 

4. 고동산(709.4m)

 

바람이 몰려다니는

꼭대기에서

철쭉이 군무(群舞)를 마련하고 있고

그만큼 맨살을 드러낸

고동산

 

 

 

 

 

이 철쭉이 만개했더라면 아마 발길을 옮기지 못했으리라.

 

 

언제쯤일까

정상 일대를 휘감고 있는

철쭉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날은

터널을 이루어

허리춤을 부여 잡는

선홍빛 꽃봉오리 사이에서

남녘의 바다가 밀어올리는

태양의 울림,

묵은 연가(戀歌)를 듣는다.

 

 

 

고동산으로 오르는 길. 풀잎만이 깔린 민둥산에 바람은 달콤하게 불어왔다.

 

조계산으로 내달리는 산줄기 따라

진하게 그려 놓은 담록(淡綠)의 띠.

누구의 붓질이란 말인가

 

 

5. 조계산(884.3m)

 

 

 

 

바위가 없는 조계산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배바위와 가까이서 본 모습. 한 마리 어린 강아지 같다.

 

배바위에 앉아

산 밖을 보라.

태곳적

누군가 배를 매었다는

그래서 훗날 세상으로 생명을 이었다는

배바위에 앉아

정맥 산행 잠시 멈추고

바위에 붙어 있을

조개껍질이나 한 번 찾아 볼 일이다.

바위가 귀하다는 조계산

육산(肉山)을 헤치고

솟아오른

배바위

 

 

 

 

선암굴목이재부터

잔잔하게 이어지던 부드러운 산길을

곧추 세워 놓은 장군봉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슴에 담아야 할까.

 

조계총림의 송광사보다

선암사로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가히 천하 제일이라고

마음 속 깊이 담아 두고 있는

강선루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길의

정취를 잊지 못하는 까닭일까.

 

 

6. 산죽

 

산죽을 헤치고 걸으며

늘상 떠올리는 것은

바람이다.

 

 

 

 

선암굴목이재로 가는 길에 만난 산죽

 

산죽을 흔들어대던 바람은

언제나 산죽 사이로 스며든다.

실팍한

이야기 하나 간직하지도 못하고

산에 들어도

산죽 밭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바람의 애절한 외침

댓잎 위에서

헤살거리는 햇살을 따라

산의 의미를 다독인다.

 

 

 

산죽밭을 걸을 때마다 바람의 서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빗속에서

산죽밭을 걸어보라.

눈 덮인 산죽을 헤치고 걷다가

문득 목덜미를 파고드는 차가움을 아는가.

그것을 산죽밭의 맛이라고 한다면

도에 지나칠까.

 

 

7. 새

 

장박골 몬당에서

접치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기울어진 햇살을 안고

내려서는데

좀 투박한 듯한 목소리로

새가 노래한다.

 

새는 노래하는데

새가 운다고 말하지 말자.

새벽녘에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울음이라고 하지 말자.

내가 울고 싶으면

새 노래도 울음으로 들린다지만

그래도

새 노래는 울음이라고 하지 말자.

 

 

 

 

아침을 걸으며 들었던 새의 노래는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

흘려내는 새의 노래는

순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속에 찌든

인간의 마음과 어디 비교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새는 노래한다.

 

 

2008.04.27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