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1구간 송치재 - 한재 산행기 |
1. 일시 : 2008년 6월 6일(금)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거리 : 31.9km (도상거리 25.1km)
5. 시간 : 10시간 20분(06:10 - 16:30)
송치재(06:10) - 임도 삼거리(매화동산 간판 06:20) - 집(고로쇠 판매 간판 06:28) - 병풍산 갈림길(道 삼각점 06:45) - 537봉(06:57) - 농암산(476.2m 07:20) - 장사굴재(임도 07:33) - 480봉(08:07) - 죽청치(08:20) - 갈매봉(508.2m 08:33) - 500봉(08:50) - 마당재(09:00) - 헬기장(09:25) - 갓걸이봉(689m 09:45 간식 20분) - 708봉(10:25) - 미사치(10:50) - 447봉(10:55) - 475봉(10:59) - 능선삼거리(11:30) - 계족산분기점(11:45) - 깃대봉(858.2m 11:50 휴식 7분) - 830봉(12:05) - 월출재(12:25) - 월출봉(780m 12:35) - 785봉(12:50 점심 25분) - 형제봉 직전 안부(13:55) - 형제봉(14:05) - 새재(14:15) - 등주리봉(893m 성불사 갈림길 14:28) - 도솔봉(1,123.4m 15:15) - 안부삼거리(15:33) - 헬기장(15:40) - 참샘이재(15:44) - 따리봉(1,127.1m 16:05) - 한재(16:30) - 송어양식장(16:52) - 논실마을(15:00) - 진틀마을(15:15)
6. 특기사항
1) 송치재
17번 도로에서 송치재로 올라가는 길은 두 곳이 있다. 구례에서 접근하는 경우 송치터널 입구에 있는 오른쪽 ‘송치리’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 지하통로를 이용하여 17번 도로를 건넌 다음 옛길을 따라 올라가거나, 송치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순천에서 접근하는 경우 역시 송치 휴게소를 지나 송치 터널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 지하통로를 이용하여 올라가는 길과 송치 터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내려서 구레에서 접근하는 도로를 따르면 된다.
송치재에는 야망 연수원이 있는데 아주 넓은 주차장이 있다. 연수원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많다.
송치 연수원 우측 도로를 따라 올라오자 마자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경주정씨 묘소.
경주정씨 묘소를 지나 만나는 임도에서 우측 숲을 따라 진행하면 다시 이 곳 삼거리로 내려선다. 여기에서 왼쪽길을 보면 좌측 숲으로 리번이 많이 붙어 있다.
매화동산 삼거리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서 진행하면 만나는 도로에서 약 50 미터 진행하면 만나는 집.
쟁맥은 집으로 들어서는 길을 따라서 가로줄을 넘어 우측으로 굽어지는 수렛길을 따르면 된다. 이후 산길이 이어진다.
송치재에서 들머리는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이다. 입구에 리번이 달려 있지 않지만 도로를 따라 고로쇠 판매한다는 간판이 세워져 있는 집까지 진행해도 되고,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 길이 굽어지는 곳에서 오른쪽 리번이 달려 있는 곳에서 숲 속으로 들어서 임도를 만날 때마다 숲 속으로 들어서면서 진행해도 앞에서 말한 집 앞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도로를 버리고 집 뒤로 이어지는 수렛길을 따라야 한다.
2) 마당재, 미사치
갓걸이봉 오르기 전에 만나는 마당재.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도 청소마을에서 순천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사치. 여기에서 우측으로 약 30분 정도 내려서면 심원마을에서 순천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순천으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다음 접속 거리를 생각하면 미사치에서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나 비상시에는 마당재에서 하산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심원에서 순천으로 나가는 버스 시각은 06:10 07:10 08:30 09:40 11:00 12:40 14:00 15:20 16:40 17:40 18:40 19:40 20:30 21:20이다.(순천시청 홈페이지 확인)
3) 등주리봉
성불사 하산길 이정표가 서 있는 등주리봉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성불사로 하산하여 광양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05:50 06:50 07:50 08:40 09:40 10:40 11:40 12:40 13:40 14:40 15:40 16:40 17:40 18:50 19:40 20:40 21:30 21:50 (광양시청 홈페이지 및 광양교통 061-762-7295 전화 확인)
4) 참샘이재, 한재
따리봉 직전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참샘이재. 우측으로 논실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논실마을에서도 이 곳으로 오르는 갈림길 표시가 되어 있다.
한재. 좌측은 구례방향이고 우측이 논실방향 하산길이다.
여기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논실마을에서 광양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한재에서 하산하지만, 시간이 급한 경우에는 따리봉 직전 헬기장 아래에 있는 참샘이재에서 하산하면 1 시간 이상은 절약할 수 있다. 한재에서 논실마을까지는 차량도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내리막길이므로 빨리 걸을 수 있다. 시간에 쫓겨 빨리 걸은 결과 한재에서 논실까지 30분, 논실에서 진틀까지 15분 소요되었다. 논실에서 버스 시각이 맞지 않으면 약 1km 정도 더 내려가 진틀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논실 --> 광양 0700 1030 1350 1820 진틀 --> 광양 0730 0800 0940 1140 1220 1420 1620 1740 1900 2020 (요금 1,000원 광양시청 홈페이지 및 광양교통 061-762-7295 전화 확인)
5) 차량회수
진틀에서 광양시내까지는 약 25분 정도 소요된다. 광양중학교 앞에서 하차하니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맨 앞에 있는 택시에게 송치를 물어보니 잘 안다고 한다. 정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친절하고 인상이 좋은 분이었다. 송치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의외로 요금을 25,000원만 받는다. 광양택시 성정화 기사님 061-763-3333, 016-9646-0072
7. 산행지도
8. 산행기
1. 임도(林道)
송치재를 올라서면 만나는 임도. 임도를 따르는 것과 몇 십 미터 위에 있는 마루금을 따르는 것은 무슨 차이일까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정맥을 따라 걷다보면 임도를 가로지를 때도 있고, 임도를 따라 걷기도 한다. 오늘처럼 임도를 따라 걷든지, 마루금을 따라 걷든지 결국은 서로 만나는 경우에는 어느 쪽 길을 택할 것인지 갈등한다.
아내는 늘 마루금을 고집한다. 물론 임도를 따라 걷는 것보다는 숲으로 들어서는 것이 맛나는 산행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고정관념에 빠진 것이라면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 10구간 금과면 방축재에서 출발하면 이내 88고속도로를 만난다. 고속도로가 마루금을 관통하고 넘어가므로 마루금을 고집한다면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마루금인지 숲 길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길을 10여분 걷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횡단하여야 한다. 처음에 고속도로를 따라 갓길로 약 200미터만 진행하면 되는 것을 마루금을 따른다고 도로를 두 번이나 횡단하는 일이 옳은 일이었을까.
오늘도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섰지만 불과 5분도 되지 못하여 다시 임도로 내려서기를 세 번이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월성재. 짙푸른 숲을 감아 돌아가는 임도. 하루를 이어서라도 걷고 싶은 길이었다. 전주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뛰어 넘던 곰티재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2. 道
병풍산 갈림길에서 만난 표지석
노자는 ‘도(道)’라는 사상을 처음으로 정립하였다고 한다. 도는 눈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으므로 무(無)라고도 한다고 한다. 또한 도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자연(自然)’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도(道)는 누구에게도 간섭당하지 않고, 또 남을 간섭하지도 않기 때문에 무위(無爲)라고도 한다고 한다.
노자는 도(道)는 어디에고 존재한다고 말한다. 길가에 뒹그는 돌멩이에도, 풀밭에서 구르고 있는 다 떨어진 고무신짝에도, 부러진 나뭇가지에도 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랬다. 정말 도는 길가에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도(道)’라고 쓰인 돌이 마루금에 서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노자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도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산길을 걸으며 내 마음에 담겨 있는 도(道)가 무엇일까를 더듬어 본다.
언제부터인가 복잡한 생각은 안하려고 하고 있다. 어느 곳에 속하지도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느낌 병풍산 갈림길에서 만난 표지석 이 오는 대로 산으로 든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여 많고 복잡한 사회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사회에서 한 발 벗어나 보니 편안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워서 좋다.
3. 리번
호남정맥의 시작점 영취산의 리번들
정맥을 걸으면서 수 없이 많은 리번들을 만난다. 영취산에 걸려 있던 리번, 호남정맥 중간지점을 가로지르고 있던 리번들, 산꼭대기에서 흔들리고 있던 리번들.
외롭게 걷고 있는 산길에서 만나는 리번들을 보며 선답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걸었을까를 생각할 수 있었고,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리번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던가. 누군가가 먼저 지나갔다는 사실 하나로 발길을 이어갔고, 밑도 끝도 없이 골짜기를 향해서 내려가는 길도 선답자들의 리번을 보고 확신을 가지고 따르지 않았던가.
산꼭대기에 달려 있는 수 없는 리번들. 처음으로 정맥길에 들어 섰을 때는 그것이 지저분하다거나 꼴사납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뻔한 곳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이 달아 놓았단 말인가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몇 구간을 걷고 나서는 산꼭대기에 리번이 많이 달려 있을수록 산행의 의미를 다독이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봉우리에 올라섰구나. 그들은 무엇을 보았으며, 어떤 화두(話頭)를 들고 정맥을 걸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리번을 매단 사람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지만, 왠지 친근감이 들었고, 마치 곁에서 같이 걷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역시 리번은 산행의 동반자였고, 그대로 정맥의 마루금이었다.
4. 사진
형제봉에서 본 도솔봉. 도솔봉을 따리봉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도솔봉 정상에 설 때까지 독도에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뒤에 보이는 것이 따리봉이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산을 가르쳐 주신 선배님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셨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이 없어도 마음에 담아 둔 산길이 더 생생히 그려낼 수 있어야만 진정으로 산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진기를 들이대는 나에게 아직 멀었다고 핀잔을 한다.
그런가 보다. 나는 아직도 어디를 가든지 사진기를 들고 가고, 사실 정맥을 걸으면서도 힘차게 뻗어간 산줄기를 향해 마음을 열기보다는 셔터를 누르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마루금을 걸으면서 어김없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산에 들어가는 마음이 여물지 못했나보다.
형제봉에 선 아내
5. 고개
청소골로 내려서는 마당재
정맥을 걸으며 참으로 많은 고개를 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넘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고개를 지나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고속도로를 통과하기도 했고, 국도나 지방도, 또는 숱하게 많은 임도나 수렛길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도대체 고개 이름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령’, ‘치’,‘재’, ‘고개‘ 이런 말들은 어떤 이유로 붙여진 것일까.
중요한 것은 고개는 사람들이 소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자연을 거스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산 넘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만약에 고개가 없었다면 인간들의 소통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문화의 번짐이나 세상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섞였을 것인가.
청소골로 내려서는 미사치
구례와 광양을 잇는 한재.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정맥 산행은 이런 고개가 있기에 훨씬 수월하다.
그렇다면 산줄기는 사람들의 틈을 가르고, 문화와 언어를 나누어 버린 하나의 ‘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개는 어떻게든 서로의 마음을 이어보려는 사람들의 고귀한 손길이었지 않을까. 그러한 정맥을 밟고 다니는 산행은 인간들이 뛰어 넘으려고 했던 하나의 ‘벽’을 밟고 다닌다는 것이리라. 그렇다. 마루금이 갈라놓은 삶의 터전을 정맥을 걸으면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산줄기를 따라 양쪽의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6. 산을 나서며
논실 마을 삼거리. 왼쪽은 참샘이재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한재로 오르는 길이다. 따라서 참샘이재에서 따리봉을 넘지 않고 내려섰다면 도솔봉의 조망과 바람의 참 맛을 실컷 누렸을 것이다. 바삐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급한 마음으로 따리봉을 넘은 것이 진정 가슴이 미어진다.
광양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는 곳. 논실 계곡은 여름에는 광양 사람들이 다 몰려오는 곳이라며 주인이 자랑을 했는데 그 아름다운 계곡을 즐기지 못하고 말았으니...
산을 나선다. 마음속에 담겨 있던 온갖 것들을 모두 털어 놓지 못하고도 산을 나선다. 진틀마을에서 5시 4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정신없이 걷는다. 도솔봉에서 따리봉을 넘어 한재까지 1시간 15분만에 내려섰다. 따리봉에서 쉬었다 가라며 붙잡았던 분들의 손길도 뿌리치고 서둘러 내달려야 했던 것은 버스를 타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등주리봉에서 성불사로 하산하였더라면 깃대봉이나, 형제봉에서 느긋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고, 한아름 햇살을 안고 달려드는 바람의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재에 가득한 고요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을 것이고, 한재에서 논실마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안고, 눈에 가득 담아왔던 산줄기를 되새겨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무엇이 그리 바빴단 말인가. 한 시간 늦게 논실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더라면 도솔봉의 햇살도 제대로 끌어 안아 보았을 것이고, 따리봉에 앉아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 백운산과 함께 외망포구로 빠져드는 정맥의 뒷꼭지도 질펀하게 들여다보았을 것이 아닌가.
한재에서 논실로 내려서는 길. 버스시간에 마음을 뺐겨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게 내려섰다. 차라리 한 시간 늦은 버스를 탔더라면 도솔봉에서부터 여유를 누리는 산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도솔봉(1,123.4m)에서
호남정맥 산행을
벗어날 무렵
백운산을 오르는 길에서
만난
도솔봉
햇살
말간 바람
우리는 무엇을 걸었는가
무엇을 담았는가
세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여야 하는가
2008. 06.06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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