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0구간 접치 - 송치재 산행기 |
1. 일시 : 2008년 5월 25일(일)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거리 : 20.5km (도상거리 17.6km)
5. 시간 : 9시간 15분 (07:15 - 16:30)
접치(07:15) - 돌탑(07:48) - 오성산(606.2m 07:57) - 전망대(08:10) - 두모재(08:20) - 390봉(08:35) - 466봉(08:50 간식 10분 ) - 유치산(530.2m 09:30) - 닭재고개(09:45) - 전망대(10:00) - 뱃바위(유치산 정상표지석 10:20 휴식 5분) - 752봉(헬기장 10:40) - 634봉(11:20 점심 30분) - 매실밭삼거리(12:10) - 413.2봉(12:12) - 노고치(857번 지방도로 12:20) - 611봉(12:55) - 문유산 갈림길(13:40) - 비포장 임도(14:05) - 607봉(14:16) - 비포장 임도(14:50) - 바랑산(618.9m 15:30 간식 20분) - 406봉(16:20) - 송치재(구 17번 국도 16:30)
6. 특기 사항
1) 접치
이번 구간의 들머리 접치는 접근이 아주 용이하다. 호남고속도로 주암 IC나 승주 IC에서 나와 22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순천에서 송광사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이용하여 송치터널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옛길을 따라 오르니 송치고개다. 미리 약속해둔 승주 개인택시(017-622-5683 강경문 님)를 타고 오늘 들머리인 접치로 이동한다. 이동시간 약 25분, 택시요금 17,000원.
접치 들머리.
안개가 짙어 산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신선하다.
접치 두월육교 앞 커다란 저수조가 있는 곳을 들머리로 알고 있었으나 택시 기사가 길을 막아 놓았다며 조금 더 진행하여 고개를 내려간 다음 ‘오성산 입구’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 내려 준다. 선답자들이 많이 이용한 듯 리번이 많이 달려 있다. 약 5분 정도 오르니 두월육교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데 그길은 통행이 많지 않았는데 풀이 많이 우거져 있다.
2. 노고치
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2차선의 85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노고치에 내려서면 길 건너로 폐가가 한 채 보인다.(사진 1) 입구에 쇠사슬이 가로 걸려 있고, 등산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쇠사슬을 넘어 폐가의 마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수렛길을 따라가다가 처음 만나는 삼거리(사진 2)에서 우측으로 들어서야 한다. 주민들이 이곳에 걸려 있는 리번을 모두 제거해 아무런 표식도 없다. 왼쪽으로 넓은 초지가 있고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다. 우리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수렛길을 따라 직진하는 바람에 약간의 알바를 했다. 수렛길을 따라가며 보니까 오른쪽으로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는 경사진 밭이 있고 그 위가 마루금으로 보인다.(사진 3) 생각 같아서는 매실나무 밭을 약 100여 미터 치고 올라 마루금으로 가고 싶었지만, 매실나무 밭이 끝나는 시점에 소나무 숲이 있어서 그곳에서 치고 오르려는 생각을 계속 진행하였다. 그러나 소나무 숲은 도저히 치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와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외롭게 서 있는 나무(사진 4)를 푯대로 삼아 매실나무 밭을 치고 올랐다. 올라가다 보니 그곳은 온통 고사리 밭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사리를 재배하는 관계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애써 키운 고사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걸음을 디뎌 마루금으로 올라섰다. 이후는 리번도 많이 달려 있고 길도 뚜렷했다.농가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3) 송치재 직전 임도 갈림길
바랑산에서 보면 송치재의 기도원 건물이 내려다 보이고 이어지는 정맥의 마루금을 확인할 수 있다. 바랑산에서 정맥길은 정상 10여 미터 직전에서 우측으로 내려간다. 20여분 정도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갑자기 리번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 길가에 늘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여튼 임도를 만나는 순간부터 임도가 10시 방향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숲속으로 직진하는 희미한 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입구에 리번이 달려 있지 않지만 일단 숲으로 들어서면 길이 분명해지고 곧바로 리번도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17번 국도의 송치터널을 지난 곳으로 내려서게 되기 때문에 아주 곤란하다. 우리는 무심코 임도를 따라 내려섰는데 두 개의 리번이 있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진행하다가 17번 국도를 보고서야 되돌아 왔다. 물론 되돌아오면서 리번은 모두 제거해서 정맥길에 달아 놓았다.
4) 송치
송치
송치는 17번 국도의 터널 공사로 인해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다. 정상에 연수원 건물이 있고, 아주 넓은 주차장이 있다. 송치 날머리에 임도가 보이고 넓은 공간이 있다. 우측(연수원 정문쪽)으로 20여분 내려서면 송치터널 남쪽 입구에 다다르게 되고 순천행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약 20분 간격으로 다닌다고 한다.
7. 산행지도
8. 산행기
1. 산으로 들어서며
안개가 가득한 숲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니 오른쪽으로 두월육교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새벽 5시 15분에 집을 나선다. 모두들 잠이 든 시각에 집을 나서는 것은 산행 시간을 고려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벽녘에 들어서는 산행의 신선함을 느끼기 위함이다. 그러나 산에 올라야 할 시각에 집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아쉽기 그지 없다.
새벽을 걷는다는 것, 그것도 밤의 이야기가 가득한 숲속을 걷는다는 것은 긴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이 아니던가.
택시를 내렸을 때 접치는 온통 안개에 싸여 있었다. 적당한 시정거리를 드러낸 어슴프레한 안개는 들머리 숲길을 보일락말락할 정도로만 열어 주었다. 안개가 오랫동안 우리를 감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성산에 섰을 때 발밑이 온통 진한 안개에 덮여 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밧줄이 걸려 있는 오르막을 땀을 흘리며 오를 때만해도 두텁게 감싸주던 안개는 30여분 정도를 걸어 돌탑에 도달했을 때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2. 보는 산과 걷는 산
중국 장가계의 보는 산
기대가 무너져서 그럴까. 발걸음이 무겁다. 중국 장가계 여행으로 2주 동안 산행을 안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중국의 장가계 여행은 분명 산으로 들어선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다 보는 산이었다.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기기묘묘한 암봉들을 케이블카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단지 눈으로 바라보는, 그야말로 관광이었을 뿐이다. 일주일 이상을 걸어서 산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런 곳을 걸어서 산행한다면 가히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산행중 만난 햇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부드러운 곡선미. 걷는 산에서 안을 수 있는 감동이다.
발로 걷는 우리산. 걷는 산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산의 모습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딸기를 실컷 따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역시 산은 땀을 흘리며 걸어야 한다. 성삼재에서 슬리퍼에 양산을 쓰고 한들한들 걸어 오르는 사람들이 느끼는 노고단은 어떨까. 화엄계곡을 거슬러 코재에서 구슬땀을 쏟으며 다리품을 팔아 오르는 환희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어떻게 말할지라도 역시 산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3. 산꼭대기에서
오성산에 섰다. 텅 빈 산불감시초소에 쓸쓸하게 떨어지던 햇살이 정상표지석 밑에 소복하게 돋아난 풀잎에서 반짝인다. 지난 구간 지나온 조계산이 금방이라도 다가올 듯하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무등산의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는데 흐릿한 하늘은 심사(心思)가 뒤틀렸는지 조계산의 실루엣을 살짝 보여 주는 것으로 만족을 강요한다.
뱃바위의 모습(좌)보기에는 이렇지만 막상 올라가보면 전망이 아주 좋다.
뱃바위에서 되돌아본 정맥
차라리 뱃바위가 유치산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커다란 사각기둥의 정상석이 서 있는 뱃바위의 조망이 훨씬 좋은 까닭이다. 생각 같아서는 뱃바위에 앉아 세월을 좀 돌아다 보고 싶었다.
뱃바위 꼭대기에서
늘 같이 산행하는 아내
아내와 같이 산행하는 것이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가끔씩은 혼자서 길고 긴 산행을 하고 싶다. 여럿이 모여서 산에 다니지 않으려는 것은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내와 같이 걷는 산행도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어쨌든 아내의 뜻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오늘 뱃바위에 앉아 굽이쳐 흐르는 산하(山河)를 품고 많은 시간들을 갈무리하는 것도 긴 거리를 걷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으리라. 물론 지난 구간 백이산 꼭대기에서 아내랑 호사롭게 누렸던 햇살을 생각하면 누구랑 걷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걷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리를 지어 왁지지껄하게 오르는 산행보다는 몇몇이서 발걸음 죽여가며 자연의 소리에 스며들어가는 산행을 이어가고 싶다.
4.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
노고치를 지나 두 시간 남짓 걸었을 때 혼자서 걷는 에이원님을 만났다. 미사치에서 노고치까지 북진중이란다. 홀대모인 에이원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터라 참으로 반가웠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고 하기에는 산길에서 만나는 반가움이 너무 큰 까닭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아 발길을 돌리고 나서 10여분 정도 지났을 때야 노고치에서 4시 30분 버스를 타려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서로 산행을 마치는 시각이 비슷하기에 송치에 둔 차를 노고치로 몰아 전주까지 동승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순천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다음 구간 산행을 하셨다고 한다.
노고치에서 두 시간 남징 걸었을 때 만났던 에이원님. 북진 중이셨는데 호남정맥을 마친 날에 전주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잔잔한 분위기에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해주는 분으로 홀대모에서 활동중이시다.
바랑산 직전 임도에서 만난 산악자전거 동호회
아쉬움으로 걷다가 임도에 내려서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인데 자전거로 호남정맥을 달린다고 한다. 전북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이 있어 물어보니 다음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국적인 동호회라고 한다.
걸어서 호남정맥의 의미를 찾아 보는 것이나 자전거를 타고 호남정맥의 허리를 넘으며 산하(山河)의 아름다움을 새겨보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이고 눈으로 담아내는 것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않은가.
몇 번의 사양에도 막무가내로 내미는 손을 거절하지 못하여 한 봉지의 떡을 받아들고 바랑산으로 오른다.
5, 숲
숲에서 만난 말간 햇살. 이런 길을 걷는 의미는 무엇일까
햇살이 날카롭다.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햇살은 말갛기는 해도 따가웠다. 터널을 이룬 숲으로만 걷는 산행이고 보니 그 독한 햇살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봉우리나 마루금에 떨어지는 햇살을 맨몸으로 받아낸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숲은 그래서 좋다. 마루금에서 보면 온 산을 다 덮은 듯하지만, 숲 속으로 열린 길이 얼마나 많은가.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얼마나 상쾌하던가.
온 숲이 발가벗었던 겨울, 산줄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에 들어선 산마루에서 이제 내려가야 할 때가 가까워진 지금, 온 산은 넉넉하고 풍성한 숲을 두르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발가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외망 포구에 내려섰을 때 얼마나 허전했을까.
숲의 향기를 잊지 못해, 숲의 감동적인 노래를 내려놓지 못해, 숲의 아늑함을 잊지 못해, 이제 또 다른 산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의 산줄기를 따라가는 산행보다는 호젓한 모습으로 손짓하는 작은 산에 들고 싶다. 시간도 잊고, 거리도 상관없이 그저 산 속에 머물고 싶다. 그 고독한 꼭대기에 앉아 세월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돗자리 하나쯤 들고 들어가 팔베개하고 스르르 잠이라도 들었다가 문득 눈을 떴을 때, 마음 가득 밀려드는 그리움이라도 간직할 수 있다면 흡족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2008. 05.25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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