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문학

[수필] 거기에는 아름다운 눈물이 있다

힘날세상 2009. 7. 28. 14:42

거기에는 아름다운 눈물이 있다.

 

 

어제밤

평화동 궁전웨딩타운 건물에 있는 평화중국어학원에 8시에 도착하였다.

딸아이가 중국어를 배우는데

개인지도를 하던 중국 선생님이 학원을 개원하는 바람에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그 시간에 그곳에 가서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달리기다.

전에 백악관 형근이 형이 알려준대로 코스를 더듬어 나갔다.

현대 아파트(백악관 형이 사는 곳)입구에 전자시계를 설치해 둔 곳에서 출발하여

주공 아파트 와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사이로 난 4차선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도로는 검은 적막이 감돌고 있고.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회전한다.

형이 알려준대로 지곡정수장 가는 길이 맞는지도 모르고

길이 있으니 일단 가본다.

"근데 이길이 어디로 가는 길이야?"

옆에서 달리는 아내가 묻는다.

"따라와봐.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했으니?"

"누가 그래?"

"백악관 형이"

" 그 분이 어떻게 여길 알아?"

"여기가 자기 손바닥이라는데. 현대아파트 살거든"

우리는 약간 오르막을 달렸다.

조금 달리자 이내 한적한 시골이다.

그때 우리가 본 것은

아!!!!!!!!!!!!!!!!!!!!!!!!!!!!!!!!!!!!!!!!!!!!!!!!!!!!!!!!!!!!!!!!!!!!!!!

무지무지하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

풀벌레며 개구리며 또는 근원을 알 수없는 신비의 소리에 싸여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월화 月花!

이럴 때 짧은 필력으로 어설프게 묘사하는 것은 달빛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곡 정수장은 산꼭대기에 있었다.

누구하나 없는 적막만이 둘러 싸고 있는 곳.

거기서 내려다 보는 야경.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이들 말로

"죽인다!!!!"

"짱이다!!!!!!"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문득 언젠가 모악산에 올라서 바라본 전주시내 야경이 생각났다.

그대들 언제 한 번 야밤에 모악산을 한 번 올라가 보라.

그 환상.

그 가슴저림.

그리고 잔잔한 설레임

모악은 그렇게 밤의 잔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지곡 정수장 고갯길을 몇 번 오르내린다.

작년에 달빛에 덮힌 중인리 벌판을 달리던 생각이 난다.

이름하여

"달빛 자르기"

자 이제 올해도 시작하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봐야 겨우 몇 번이다.

6, 7, 8, 9 월 정도까지나 달릴 수 있을까?

달빛이 살갗에 묻어나는 보름날 언저리 며칠 동안 한번 중인리 벌판을 달려 보자.

한참 달리다가 문득 돌아다 볼 때,

그리고 돌아서서 올 때

그대의 안전眼前에 펼쳐지는 불빛의 파노라마는 아마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제

지곡정수장 코스를 달려보고

백악관 형이 미워졌다.

정말이지 미웠다.

미웠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곳을 감춰두고 혼자서만 달리다니?

내려오다보니

택지를 조성해 놓은 곳이 있다.

어찌하다가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

길이 있길래 달린 것 뿐인데...

아!!!!!!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행복이라는 것은.....

길은 주공아파트 공사장을 지나

산속으로

산속으로

이어지고

달빛에 젖어 우리는

비포장 도로의 푹신푹신한 감촉에 이끌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달빛에 이끌려

숲 속의 고요에 이끌려

풀벌레 소리에 이끌려

그리고 정말 알싸한 향기에 이끌려

우리는 정말 신선된 기분으로 달려 올라갔다.

하나님은 이런 기가막힌 분위기를 꼭꼭 감춰두고 있었다.

이것이 어디 인간의 세계이더란 말이냐?

송강 정철 말대로 이것이 신선의 세계인가?

그것은 정녕

하나님의 세계였다.

달빛!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니까.

그러나

힘날님들이여

그대들이 부부싸움을하였다면

같이 이곳을 달려 보라.

지곡정수장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며

아내의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대들은 그길로 법원으로 가라.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곧장 오르는 길을 따라 달려

비포장 도로를 달려 도착한

작은 호수에서

해맑은 미소로 외쳐대는 달빛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보면서

그대가

남편의

아내의

품으로 파고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대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리라.

거기에는 사랑이 있다.

거기에는 행복이 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눈물이 있다.

거기에는 달빛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대와 그대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그대들

그곳으로 마음을 모아라.

그리고

달려라.

달빛을 달려라.

사랑으로 달려라.

아름다운 눈물로 달려라.

티없는 마음으로 달려라.

그때

그대들은

보게 될 것이다.

그대가 어린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을......

 

달빛에 녹아버린 힘날세상의 넋두리

 

2002. 5. 24

'마라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 아중리, 그 신선한 세계  (0) 2009.07.28
[수필] 동해안을 달리며  (0) 2009.07.28
[시] 은행나무 밑에서  (0) 2009.07.28
[시] 안개  (0) 2009.07.28
[시] 장태산  (0) 2009.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