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새벽은 안개로만 있다.
삼천(三川)이 낳아 놓은 새벽은
되려
삼천을 걷어다 제 몸에 두르고 짙은 안개 속으로만 숨는다.
감추어 둔 속살에서 연보라빛 삶의 노래라도 흘러나올까?
어둠을 털어 눈 시린 햇살을 장만하고 있을까?
붉은 황톳길 밟아
터질 것처럼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달리는 발걸음은
진회색으로만 이어지는데.
울음뿐이라고,
오르막길뿐이라고,
오목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을 어루만지며
지쳐 달려들어도 안개는 뒷걸음만 칠 뿐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고갯길
안개 속에 감추어 눈물을 지울 때,
한 아름 가득 안아도
비싯비싯
품을 빠져
다시 살아나는 안개가
상쾌한 패배의 물결을 일렁일 때,
이까짓 안개가 무슨 대수냐며
불쑥
머리를 들어 내려다 보는 모악(母岳)의 정수리에 앉아
삶의 아픔에 짓밟힌
그래서 마흔 세 살의 가장(家長) 자리를
이제 겨우 콧수염이 자리잡기 시작한
아들녀석에게 내어 놓고 한강으로 들어가 버린 친구는
남들이 깔아 놓은
색깔도 이쁜
빨간
자전거길이나 운동 삼아 달리란다.
그리고 마라톤을 인생이라고 말하지 말란다.
'마라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 거기에는 아름다운 눈물이 있다 (0) | 2009.07.28 |
---|---|
[시] 은행나무 밑에서 (0) | 2009.07.28 |
[시] 장태산 (0) | 2009.07.28 |
[시] 덕천사에서 (0) | 2009.07.28 |
[시] 눈오는 날 (0) | 2009.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