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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7 차 진달래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수 영취산(510m) 산행기

힘날세상 2019. 3. 31. 12:17

제 457 차 진달래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수 영취산(510m) 산행기

1. 일자 : 2019년 3월 30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상일동 주민센터(07:10) - 봉우재(07:40) - 도솔암(07:55) - 영취산(510m 08:10) - 개구리바위(08:25) - 가마봉(08:35) - 꽃등길 이정표(09:14) - 골명재(09:24) - 가마봉입구(09:44) - 상일동 주민센터(10:05)

4. 거리 & 시간 : 6.20km  2시간 55분(휴식 10분 포함)

5. 지도


초록색은 오늘 산행코스이고, 봉우재부터 골명재까지 빨간색은 임도


6. 산행수첩

* 들머리 상일동 주민센터에는 10여대 정도 주차 공간이 있다. 진달래가 한창일 때는 상암초등학교 운동장이 주차장으로 변한다.

* 상일동 주민센터 바로 아래 보건지소가 있는데 이곳에 물이 잘 나오는 야외 화장실이 있다.

* 산으로 오르는 길은 상암초등학교 담을 따라서 마을로 들어가면 마을회관 지나서 등산로 표지가 있고 길바닥에도 써 놓았다.

* 원점회귀 산행을 위한 코스는 이 코스가 가장 좋을 것 같다.


* 상암초등학교에서 광양방면으로 1km 정도 가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영취산국밥집이 있다.

   전남 여수시 망양로 1270 (지번) 상암동 902   061-684-4355





7. 산길을 걸으며


밤새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차창을 때렸다.

상일동 주민센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느 때처럼 차박을 한다.


세상에 가장 좋은 것이 차박이다.

시트를 접고

침낭을 펴고

둘이 누우면 딱 좋다.

올뉴 소렌토 차량은 시트를 접었을 때

완전한 수평이 되지 않아

그냥도 잘 수는 있지만

나무판을 이용하여 수평작업을 해야 한다.


산행이든 여행이든



저녁에는 목욕탕에서 씻고

주변 식당에서 밥 사먹고

내 마음 내키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자면 된다.



학교나 교회에 찾아가

사전에 허가를 얻는데

어떤 때는 방에 들어와 자라고 하기도 한다.

때로는 치안센터 마당에서 자기도 하고

언젠가 오대산 상원사 아래 주차장에서 잤는데

참된 고요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던 적도 있다.

해수욕장에서 자다가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한 밤에 다른 곳으로 달아났던 적도 있다.

차박이 좋은 점은

신속한 이동성이다.

밖에 나가서는

간단히 먹고

편하게 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차 트렁크 부분에 결합하는 텐트를 구입하여

거실이나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한 곳에 머물러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고

하룻밤 자면 이곳 저곳 돌아다니거나

산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냥 차만 가지고 간다.

식사도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3월 중순부터 10월까지만 차박을 하고

겨울 동안은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그래서 차에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는다.

요즘

캠핑용 파워뱅크를 살까 고민하고 있는데

차에서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많지 않기에

아들이 사준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휴대폰 충전이나 하면 그만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로 옆에

켐핑카 한 대가 주차해 있다.

밤사이에 들어왔나보다.

2020년 2월이면 퇴직을 하기에

캠핑카도 고려해보았지만

캠핑카를 이용해 본 지인이

쌍수를 들고 말려서

구입하지 않기로 하고

지금의 스타일로 싸돌아다니려고 한다.


나중에 차박에 대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새벽 5시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춥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뒹글거리며 기다리는데

어느덧 날이 개고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간다.


준비해 간 고구마, 계란, 과일과 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가 조금 넘어 산행에 나선다.




어젯밤 마당을 통째로 내어주신 상일동 동장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염치가 없지만 산행을 마칠 때까지 주차도 하겠다고 속으로 말씀드렸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오늘은 주민센터가 문을 열지 않으니 허락해 주시리라고 믿는다.



주민센터 주차장에 차박을 한 그대로 차를 두고 몸만 빠져 나와 산행에 나선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보건지소인데 거기에도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었고,

건물 입구에 물이 잘 나오는 간이 화장실이 있다.



주민센터 맞은 편에 있는 상암초등학교 울타리를 따라 영취산 줄기를 바라보며 동네로 들어간다.

내려와서 보니 상암초등학교는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학교에서 주차를 허용해주셨으니 흔적 없이 돌아가기를 바란다.

학교 운동장은 원래 지역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까지는 허용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나중에 보면 담배꽁초가 널려 있고, 플라스틱 술병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서는 운동장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마을 회관 옆에 진례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마을 분들의 휴식처인 모양이다.

여름같으면 지나가는 사람 불러 먹을 거리라도 한 줌 쥐어 주실 것이다.



공감이 가는 시(詩)다.

어린 시절 손발이 부르터서 피를 흘리면서

들판으로 싸돌아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 저녁노을 짙어지면 어머님이 불러와도

들은체 마는체 소꿉놀이 정신팔려


우리는 참 행복했고 즐거웠다.

50년 전 그 어린 시절에는

하루 종일 노는 것이 전부였다.

티비가 없었고,

컴퓨터도 없었고.

먹을 것도 없었지만

우리는 참 행복했고 즐거웠다.




왼쪽 봉우리는 시루봉이고 가운데가 봉우재, 오른쪽이 영취산 진례봉이다.



이런 체육시설을 만나게 되어



뒤돌아보니 떠나온 마을이 정겹다.

상암포등학교와 주민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우측 임도 방향으로 가면 임도를 만나고 가마봉 입구를 지나 골명재로 가게 된다.

미련 없이 봉우재 방향으로 간다.



사실 오늘 산행 코스를 국제신문 안내코스대로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골명재까지 가서

진달래 꽃밭에 취해 있다가 산등성이를 밟아 영취산(진례봉)에 오른 후 봉우재로 내려와

다시 시루봉을 넘고 영취봉을 지나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사근치까지 내려와 임도를 타고

주민센터까지 돌아오는 것으로 잡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사는 아들이 내려온다고 하여 코스를 반으로 잘라버렸다.

늘 좋은 산행을 안내해주고 이렇게 개념도까지 제공해주는 국제신문에 감사드린다.



30분만에 봉우재에 올라선다.

봉우재로 올라오는 길은 완만하고 아주 부드러웠다.



화장실도 있고



음악회를 위한 산상 무대도 마련되어 있으며



먹거리를 파는 식당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산 위에 이런 시설을 세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속리산 문장대 아래에 있는 초대형 식당(지금은 없어졌지만),

설악산 비선대에 있는 식당(이 식당을 이용하게 하려고 화채릉 코스를 막아버렸다는 말도 있다)

지금은 산에서 술을 마시면 범법행위로 벌을 받는다.

그러나 산꼭대기에 올라가 보라.

그 높은 곳까지 막걸리를 가지고 와 팔고 있는 사람들과

그 앞에서 술을 사 마시는 사람들의 추한 모습들이 얼마나 난무하고 있는지.



흥국사에서 올라오면 이곳으로 올라오게 되고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골명재로 갈 수도 있고, 시루봉을 넘어 사근치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진례봉으로 오른다.



봉우재에 세워 놓은 안내판.

파란색은 임도이고 주황색은 산행로이다.



시루봉 방향에도 진달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봉우재에서 시작하는 나무 계단은 주능선까지 이어진다.



도솔암 입구

오른쪽으로 가면 동자승 바위가 있다고 되어 있으나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도솔암 방향에 폭포와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니 도솔암이 가로막아 길이 없었다.





도솔암 오르는 길.

느닷없이 달마산의 도솔암이 생각났고, 속리산 상환암으로 오르는 길이 떠올랐다.

구례 오산의 사성암도 미릿속을 스쳐 갔다.



도솔암은 공간이 아주 좁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그냥 내려다보는 것을 대신한다.

어떤문이 스님께 물어본다.

- 절 뒤로 진례봉에 오르는 길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갑니까?

- 그 길은 아주 험하고 위험해서 막아 놓았어요. 등산로에 설치되어 있는 나무 계단을 이용하세요.

아무리 둘어봐도 길이 없다.

다시 돌아 도솔암 입구로 내려와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나무 계단을 오르자마자 커다란 동굴이 보인다.

서너명 정도 몸을 누일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봉우재.

시루봉과 그 뒤로 영취봉, 호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진례봉 정상 아래 통신탑



진례봉에는 널직한 전망데크가 두 곳이나 갖추어져 있다.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진례봉

산꼭대기는 참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널직한 마당을 내놓고 있는 봉우리가 있는가 하면

속좁게도 몇 사람에게만 자리를 내주는 월악산 영봉같은 얼굴도 있고

영월 덕태산, 문경 황장산처럼 나뭇가지에 싸여 아무 것도 바라볼 수 없는 봉우리도 있다.

내가 올라가 본 산꼭대기 중 가장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산은

정선 가리왕산이다. 그 넉넉함은 힘들게 올라간 아픔을 단번에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최고이 조망을 자랑하는 산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수 덕유산(흔히 서봉이라고 부른다.)을 꼽는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는

진안의 내동산이 첫째라고 생각한다.

좁고 좁아 엉덩이 하나 제대로 내려 놓을 곳이 없지만

내동산의 조망은 올라가 보아야 한다.


내동산 산행기

http://blog.daum.net/himnal/627




진례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바로 앞의 작은 암봉이 개구리 바위, 뒤가 가마봉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GS 칼텍스 정유공장과 묘도 대교

묘도 대교를 건너면 이순신대교가 이어지고 다리 넘어는 광양이다.



다리가 얼마나 필요한가는 이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가마봉

이곳에서 크게 실망했다.

한 주일 늦게 왔어야 하는 것이었나?

대체 진달래가 왜 이러는거야?

아직 피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고, 개체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고, 영취산은 가마봉에 가봐야 한다.



영취산 진례봉의 모습


이 아이들이 모두 활짝 웃어주었더라면,

저 멀리 광양 땅이 또렷하게 보였더라면......



가마봉으로 가면서 자꾸 바라보지만 꽃의 웃음을 들리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상일동 주민센터나 내려다보는데



다시 한 번 실망감을 안겨주는 산등성이

이게 뭐야?

진례봉부터는 진달래 군락이라며?

겨우 이것을 내놓으려고 어제밤부터 불러들였던 거야?




저것이 개구리바위이면 뭐하느냐고.

꽃이 아직도 얼굴을 제대로 내밀고 있지 않은데.




김소월 시인은

이 꽃을 한아름 따다가

떠나가는 님의 발길에 뿌려놓았던가.

그리고

가시는 걸음걸음

그 꽃을 밟고 가라고 노래했던가.

그리고 죽어도 울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인가.


영변에 있다는 약산의 진달래는 대체 얼마나 곱고 아릅답기에

소월 시인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을까.




돌아다본 진례봉



가마봉이 코 앞에 보이는데 아직도 진달래는....




가마봉의 진달래





가마봉 오르는 길




가마봉에서 돌아본 개구리바위와 진례봉



가마봉 오르다가 돌아다 본 영취산 전경

오른쪽은 진례봉, 왼쪽 암봉은 시루봉이고 이어 영취봉, 호랑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마봉 전망대


가마봉에서 바라본 하산길



가마봉에서 임도로 내려서는 능선.

능선을 따라 곱게 펼쳐진 진달래를 보면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곳에서 이 능선을 따라 내려설 것인가.

아니면 돌고개로 가다가 골명재로 내려설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 능선을 버리고 골명재로 내려선 이유는 저 앞에 보이는 벚꽃을 즐기려는 심사였다.

결론은 아주 잘 찬 볼이었다.



가마봉에서 바라본 묘도 대교



골명재로 내려가다가 바라본 능선





다시 돌아본 진례봉



돌고개 축제 행사장으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모습

영취산 진달래는 이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그래서 돌고개에서 가마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사실 진달래는

원래는 흰꽃이었는데

버림받은 여인이 토해낸 핏물이 물들어 붉은 꽃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영취산의 진달래는  진하고 진하게 화장을 하고 붉은 웃음을 웃고 있다.


이어지는 걸음마다

찬란한 감탄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진달래만큼이나 화려한 옷으로 단장한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또 멈추어

자신을 진달래의 향연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산행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고

오직 붉은 꽃과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








이제 산을 내려선다.

아니 눈에 품었던 진달래를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러나

산을 나섰다고해서

마음 속에 담아 놓은 진달래 붉은 웃음이 어디 사라지지나 하겠는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꼭꼭 채워진 감동과 감동의 가치는

오랫동안 남아 몇 번이고 흐뭇한 이야기를 흘려 낼 것이니

오늘 걸었던 산길은

두터운 시간들로 살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골명재로 내려간다.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 마음을 묻고

진달래의 춤사위에 매어 있고 싶었지만

아들이 내려온다는 바람에

괜히 걸음이 빨라지는게 아닌가.



그런데

저건은 왠 일인가?

누가 있어 저렇게 벚꽃을 피워놓았다는 말인가.


이런 모습을 지켜본 것일까.

조선 성종 때 문인 불우헌 정극인은

벼슬에서 물러나

처가가 있는 태인에 불우헌이라는 집을 짓고 살면서

봄의 기운과 봄을 맞는 마음을 담아

상춘곡이라는 가시를 지었는데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


이렇게 노래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이 마치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것같다고 했는데

오늘

진달래와 벚꽃이 어울어진 모습은

누군가 일부러 그려 놓은 것같은 느낌으로 몰려 왔다.




골명재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부드럽고 푹신하였으며

봄의 왈츠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정녕 봄은 이런 모습이었다.

정념 봄길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었다.

채 느끼기도 전에

느닷없이 몰아닥친 더위로 인해

그 존재가 실종되어버린

봄, 봄날을

오늘 골명재로 내려서다가 흡족하게 즐기고 즐기었다.

그야말로

상춘객(賞春客)이 되었다.





골명재로 내려섰다.

좌측은 돌고개로 이어지고 우측은 봉우재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벚꽃 단지를 가보았으나

숲을 보려면 숲으로 들어가면 안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돌아 나왔다.

이제부터는 벚꽃들의 세상이다.

수더분한 벚꽃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치장하고 쳐 바른 화장발을 앞세우는 도시 처녀들의 화려한 입담이 아니라

땀냄새 풍겨나는 시골 아낙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였다.

60년대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얼굴이었고,

발걸음이었고,

삶의 애환이었다.

골명재로 내려선 것이 잘했다고 몇 번을 되뇌이며

아끼고 아껴가며 벚꽃길을 걷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외갓집에 가는 마음으로

봄이 가득차서 넘치는 온정(溫情)을 담고 또 담을 수 있었다.












벚꽃이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렇게 벚꽃 동산을 이루어 놓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임도에서 넘쳐나는 봄날

이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연인의 마음으로 걸어야 할까.

모녀간의 걸음으로 걸어야 할까.

부자지간의 시간으로 걸어야 할까.

늙은 부부의 애틋한 사연으로 걸어야 할까.

저들의 담록색 이야기를 어떻게 새겨두어야 할까.

길가에 내려 앉는 햇살의 잔잔한 노래는 지금 어떻게 불러야 할까.





가마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났다.

길은 길과 이어지고

어느 곳에서든 사람과 만난다.

그래서 길은 곧 사람이다.

사람이 길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사람은 길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임도에서 내려다본 상암초등학교


가마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고서

정말 몇 걸음 걸으면 왼쪽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있다.

몇 개의 리본이 아니었더라도

산을 몇 곳 올라본 사람이라면

상암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넓은 임도보다는

좁은 산길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오르가즘이 훨씬 짜릿할 것이라는 느낌에

미련 없이 산길로 내려간다.

역시 잘했다.

산길이 들려주는 이야기며

산길을 풍겨내는 봄의 향기는

하나의 희망이었고

또 하나의 산행이었다.



다시 시멘트 길을 만났지만

이미 상암초등학교가 가까워 져버렸고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여

산행에서 벗어나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 되어 있었다.




다시 돌아온 진북 마을 속살을 더듬어 내려오던 눈길을 들어



시루봉을 다시 한 번 품어 보는데







어느덧 마을은 소박한 그림들을 그려 놓고는 환한 웃음을 내놓는다.

그래서 세상에는 그림이 있어야 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어야 하고

그 그림을 들여다보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영취산 산등성이를 올려다 보고

봄을 캐고 있는 아낙들의 등허리에 내려 앉는 햇살도 즐겨보고

오늘 산행을 갈무리하여

마음 속에 곱게 담아 놓는다.


얼마큼의 세월이 흘러

다시 끄집어 내어볼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또 다른 하나의 산의 품에 안겼다.


산에서 내려온 시각이 10시 10분.

산에 오기 전부터 보아 두었던 식당으로 갔다.









11시도 안된 시각이라서

영업을 하고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원래는 뼈다귀해장국을 먹어야 하는데

아내가 끓여준 것을 실컷 먹었기에

생태탕을 시켰는데

다시 한 번 잘 찬 볼이었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이 일품이었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생태 한 마리가 몸을 구부리고 얌전히 잠들어 있다.


영업시간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이곳이 공장지대라서

아침 식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고

주말에는 퇴근하고 나면 사람이 없는 이유라고 한다.

여수 시내에 있는 2호점은

사장님 친구분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진달래에 빠졌다가 벚꽃 향기에 눈을 뜬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