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유럽 여행기

2. 패키지는 버스다.

힘날세상 2018. 8. 7. 08:45

2. 패키지는 버스다.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시각에
집을 나섰지.
5시 리무진을 탔는데
서울에 들어서기도 전에
출근시간의 텃세를 당하고
9시에 1터미널에 도착했어.
인솔자가 탑승수속부터 하고
노랑풍선 데스크로 오라고 해서
짐을 부치고 갔더니
우리가 맨 마지막인거야.
엄청 미안하더라고.

가이드님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데려가지  마세요. 분명 짐만 될거니까

생각보다 공항은 붐비지 않더라고.
자동 출국심사를 하고
사지도 않을 면세점을 한 번 돌아다녀주고
43번 게이트  앞에서 폰을 들여다보니
세상에나
진보의 바른 정치인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대한 뉴스가 마음을 흔든다.
아픈 마음을 달래보지만
이게 어디 쉽게 가라앉힐 일인가

아시아나 기장은
회사의 시끄러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이륙하더니
악셀네이터를 팍팍 밟아
30분이나 빠른 시간에
우리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러놓는다.

인솔자가 인원을 체크하고
전국에서 모인 38명이 모두 짐을 찾아서
버스를 타고
오늘 숙소로 간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중심 도시인데도
오직 입국을 위한 장소일뿐
그냥 스쳐간다.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이야.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낯섦이 있기에 여행은 의미가 있는거지.
근데 패키지는 인솔자가 있어서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재미가 덜한거야.

하여튼
이게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야.
독일은 영토는 우리나라의 4배인데
인구가 8천명이라서
좋을 것같다.
숙소인 라이프치히까지 4시간을
아우토반을 따라 달리는데
도회지를 한번도 지나지 않고
이렇게 시골만 달린다.
그것도 산이 없어 지평선이 보이고.

부럽더라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잖아.
그런데 말야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나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산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가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견딜 수 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잖아.
근데 여기는 완전한 가을 날씨야.
너무 시원한거야.
오후라서 그런지 바람끝이 차갑기까지 하더라니까.


중간에 휴게소도 들른다.
기사가 모두 다 내리란다.
싫어. 난 그냥 버스에서 기다릴거야.
안돼.
기사가 도끼눈을 뜬다.

유럽은 2시간 운전하면 무조건
20분  엔진을 정지해야 한다니까.

폴란드인인 기사는 한번 씩 웃더니
내리라고 한다.

지금 당신이 내리지 않으면
난 4시간만에 45분을 쉬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내려줘.

그래도 싫어

어느 순간 나는 갑질을 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너희 나라에
2대 0으로 져줬잖아. 그때부터 너희나라 축구가 좋아졌잖아. 그러니 빨리 내려줘.

그래. 알았어. 내릴게.

휴게소는 어떠냐고?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야.
휴게소라고 손바닥만한 가게가 하나 있고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세상에 돈을 내야해.
나 독일이 이렇게 가난한 줄 오늘 알았어.
그래서 메르켈 총리가 그렇게 남루했었던거야.
그래도 양심은 있나봐.
70센트를 내면 50센트  구폰을 주는거야.
그 쿠폰을 제시하면 물건을 살 때
50센트 할인해주더라고.

숙소가 어땠냐고?
세상에 완전 시골에 있는거야.

나 화장실보고 놀랬잖아.
샤워부스가 나같은 사람도 불편할 정도로 좁아터졌어.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9시 정도였어.
그런데 해가 떠있는거야.
여기는 여름에는  11시 정도 되어야 해가 진다는거야.
방에는 아예 어어컨이 없었는데
잘 때 이불 덥고 잤어.

오늘은 이게 다야.
비행기 10시간 50분 타고
버스 4시간 탄 것이 전부야.
패키지는 이런 맛에 다니는거야.

참 나 지금 뭐하는 거야.
패키지는 버스라고 해놓고 그 이야기는  왜 빠뜨린거냐고.
패키지라는게 낯모르는 사람들 여럿이 모여서 버스  타고 여행 다니는 거잖아.
그러다 보니 이게 묘한게 있더라고.
첫째, 패키지는 버스 타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유럽 여행은 하루 8시간까지 타는 경우도 있지.
그 시간 뭐하냐고?
당근 자는거지.
근데 이게 좋은 점도 있어. 무엇인가 조용히  생각하기 좋더라고.

둘째, 자리 문제로 거슬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거야.
바로 한국의 아줌마 정신  때문이야.
앚아. 바로 자리 쟁탈전이야.
난 이해가 안되더라고.
타자마자 잘 거면서 왜 자리에 목을 매는 건지.
어떤 사람은 저녁에 내릴 때 아예 짐을 놓고 내리더라니까.
셋째, 모두 버스를 타야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한 사람만 늦어도 멈춰야 하잖아. 그런데 꼭 그런 사람이 있다는거야. 어떤 분이 무언가를 사왔는데 그것을 본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바람에 한 바탕 난리가 난 적도 있었어.

넷째, 가방을 하나 더 가지고 가라는 거야.
소형 배낭에다 여행에 필요한 것을 넣고 버스에 실어 두는거야. 우산이나, 신발, 여벌옷 등등 많잖아. 정말 좋아.
그리고 아주 작은 크로스백 같은 데에 여권, 현금 물병 하나 정도 넣어 가지고 다니는거야.


패키지는 버스 여행이야.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그냥 그러러니하고 다니면 되는거야.
어떻게 보면 편하고 좋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