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만 자유 여행기

[60대 부부 9박 10일 대만 자유 여행기] 28 타이페이 - 화산 1914 & 베이터우 수미 온천

힘날세상 2018. 2. 16. 20:10

 


2018. 01. 28.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는 거야.

비가 내릴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리니까 여러가지로 걱정스럽더라고.

4살짜리 아이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입장이고 보니.

정말 심란하더라고.

조식이 좋더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魯肉飯 루로우빤 - 밥위에 돼지고기 볶은 것을 올려 주는-도 있고

따끈한 국물을 담은 단즈미엔,

밥을 먹을 수 있는 적절한 요리 등이 준비되어 있었지.

그뿐 아니라

두유와 시리얼, 식빵까지 있더라고.

이쁜 채아도 아침밥을 잘 먹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기분 좋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나가는 채아.

나는 뒤에서 빈 유모차를 밀며

언제든 아가를 태울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따르고,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보조자일 뿐이다.


 


우리가 지하철을 이용하여

시내로 나가고 들어올 때 이용했던

Z10번 출구.

참전지하가 站前地下街라고 서 있는데

메인역에서든

지하철역에서든

Z구역은 站前地下街라고 안내하고 있어.

따라서 이 호텔에 묵는다면

그리고 지하철이나 기차역을 이용한다면

바로

Z구역과 站前地下街라는 내용을 잘 기억하고 

이를 이용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거야. 


 


이 사진은 Z10번 출구에서 찍은 거야.

사진 오른쪽 지붕이 살짝 보이는 것은

메인역이야.

왼쪽의 하얗고 길죽한 건물이

공항 MRT역이야.

사진 왼쪽 D-LINK라고 써 있는 건물부분이 Y18번 출구야.

지난 번 포스팅에서

호텔 찾아오는 방법을 설명했었지.

이 사진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거야.




 이것은 Z구역 지하도야.

站前地下街는 이렇게 생겼다는거야.

Z10번 출구 부근에 간단한 음식점도 있어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겠더라고.

값도 싸고 맛있었지.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용어를 설명하려고 그래.

왼쪽은 구입이고 오른쪽은 충전이야.



지하철을 타고

충효신성역에서 내렸어.

비가 오기 때문에

비교적 실내에서 놀 수 있는

화산 1914로 가려는 거지.


충효신성 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니까

초등학교가 있더라고.

초등학교 담을 따라 직진하니

고가도로가 있고

우회전하니 딱 보이더군.


지금부터는 화산 1914 문창원구야.



 

뭔가 행사가 있는 모양이야.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천막을 많이 쳐 놓았더라고.

나오면서 보니까 뭔가를 팔고 있던데.





뭔가 건물이 특이하지.

특이하다기보다는 낡았지.

화산 1914 문창원구

Huashan 1914 Creative Park


여기는 1914년 최대의 주류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1987년 문을 닫은 이래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는데

연극, 전시, 공연, 박람회 등이 열리는 문화공간이 된 거야.





아이들이 좋아할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많던데

돌아다니다 보니

무슨 아동들을 위한 특별전 같은 것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고.

핑크색을 좋아하는 채아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겉으로는 이렇게 낡아 빠진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뽀샤시하게 가꾸어 놓았어.

역시 아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해 놓으니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이 가득하더라고.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이어가는 동안

채아는 즐거움의 꼭대기에 올라서는 동안

나는 비에 젖는다.







채아를 기다리는 동안

비는 내리고

비내리는 풍광에 젖어 든다.

이국에서 내리는 비는

바닥을 적시고 있지만

어딘지

내 마음에 떨어지고 있다.

이국의 향수일까.

비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겨울에 내리는 빗줄기가 가져다주는

그리움의 두께를 흠뻑 흠향한다.


겨울에 내리는 비인데도

봄날에 내리는 가느다란 비가 떠오르는 것은

앞서 가며 종종걸음을 보여주던

어린 채아의 가느다란 걸음 때문일까.


정지용이 남겨놓은

'비'라는 시가 내 앞에 어른거린다.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서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 정지용, <비> 전문




 


  2층에 앉아

내려다보는 빗방울은

마음을 흔들어 오고

시간은

저만의 걸음걸이로 멀어져 간다.



채아는

키즈 카페는 아니지만

비슷한 곳에서 노느라고

시간을 놓아버렸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는

비에 빠져 들어버렸고

그래도

비는

산새의 종종걸음마냥

내리고 있다.


안먹는다는 것을 달래고 달래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이게 나름

유명한 집이란다.


일식이라는데

가격만큼 정갈하고

혀끝을 감아 온다.




 점심을 먹고도

이런 캐릭터들과

한참을 놀고

놀다가




아직도

미련이 남은 듯

자꾸만 걸음을 멈추어댄다.

오늘 만난

캐릭터들에 대해

하루 종일 입에 올리더니

저기 있는 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겠다고

당당히 들어가더니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 나온다.


 

 

빗물에 빠져든 채아는

흐려지는 반영(反影)이 재밌다며

산새의 까칠한 종종걸음을 친다.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앞서가는 여행이 아니고

딸이 이끄는 대로

채아의 뒤만 따라다니다 보니

육체적으로는 더 힘들고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통통거리는 생동감이 살아나고

아이의 재롱이 안겨다 주는

가느다란 행복감이

와락 밀려들어온다.




비에 젖고

바람에 시달린 몸을 달래보자고

베이터우까지 MRT를 타고와서

신베이터우를 연결하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열차를 바라보던 채아는

어? 작고 귀여운 어린이 열차가 왔네.

그랬다.

작고 귀여운 어린이 열차를 타고

신베이터우 앞에 있는

수미온천으로 갔다.


개인룸을 2시간 빌렸는데

3,000NT를 내고 들어갔는데

물도 좋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도 좋았다.


사실 나는

온천보다는

지열곡이나 슬슬 걸어서

그 진하 유황 내음이나 호흡하고

빗줄기에 젖어보고 싶었는데

15분 온천물에 담그는 것으로

온천욕을 끝내고

창문에 달라붙는 산자락을 보며

산에 대한 그리움이나

잔뜩 쌓아 놓았다.





 MRT를 이용하여

Z구역 10번 출구로 나오다가

그 유명하다는

총과병을 하나씩 사고

바로 그 옆집에서

노육반과 물만두탕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와

프론트 옆 식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먹어주는 것으로

오늘의 여정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