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3
안평수옥을
그대로 품고서
길을 건너 안평고보 安平古堡로 간다.
다시 한 번 돌아다 보니
덕기양행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쉬워하고
그래도
잘있어. 다음에 또 올게.
안평고보는 어디에 있지?
잘 모를까봐
이렇게 안내를 하고 있잖아.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잠깐 걸었는데
저기 안평고보의 감시탑이 보이는군.
그런데
무슨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 있는거야?
모른다고?
그럼 가보면 되지.
가보자고.
타이난시 안평구
커피 동호인들이다.
분명 사진을 찍었는데?
온갖 커피 머신을 가지고 나와
종류도 다양한 커피들을 내놓으며
향을 이야기 하고
맛을 이야기 하고
그 커피를 팔고
무어라고 정보를 나눈다.
나야 뭐,
커피를 안 좋아하니까
그래도 향은 좋다.
길을 따라 정문으로 가는데
느릿하게 걸어
시간을 늘여본다.
어?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 있네.
중국어로 된 책만 있을 건데?
그래도 한 번 들어가보자고.
서점!
대형서점보다는
묵은 내가 나는 헌책방이 좋다.
전주에는
초코파이로 유명한 풍년제과 부근이
헌책방 골목이다.
얼마전부터
전주 출신
소설가 양귀자님이 운영하는
홍지서림이라는 전주를 대표하는 서점에 기대어 늘어선 헌책방 몇 곳.
가끔씩 그 곳에 들러
묵은 책들이 정갈하게 내놓는
낡은 향을 맡기를 얼마나 했던가.
청마 유치환이 죽고 난 후
그의 정인 情人 이영도가
청마에게 받았던 5천여통의 사랑의 편지 중에서
스스로 골라 담은 책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샀었지.
안평서옥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서점에는
아무도 없다.
책보다는
다른 기념품같은 것을 팔고 있었고.
책들 들여다 보다가
노신의 <아Q정전>을 봤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집에 한 권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져왔어야 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것은 번체자로 쓰여진 것이었는데
그것도 대만식 주음부호까지 달려 있는.
역시
살까말까 할 때는 무조건 사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감각이 무뎌졌다는 말인가.
이것은 분명 무슨 캐릭터일 것인데
알 수가 있어야지.
손자손녀에게 하나씩 사다 주었어야 했어.
나는
왜 이런 것 사는 것에 인색한지 몰라.
사실 여행 다니다가 사온 것들이
천덕꾸러기가 되는 일을 흔히 본 까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가들에게 하나 사다 줄걸하는 후회감이 든다.
서점 옆에 이런 조각이 있더라고.
할머니의 표정이 좋잖아.
어디 외출하시려는가 봐.
머리 단장을 하시는 것을 보면.
할아버지의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도 보이지?
좋아
이렇게 살아야 해.
나중에 더 늙으면 꼭 이렇게 살아야겠어.
할아버지 할머니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오른쪽으로 이렇게 입구가 열려 있더라고.
ㅋㅋ
정식 입구는 이곳말고 직진하여 돌아가게 되어있더구만.
이곳을 가보니까 그렇더라고.
그렇다고 내가 뭐 개구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잖아.
당당하게 걸어갔지.
정문으로 들거가기 전에
담 너머로 한 번 들여다 보니
품새가 예사롭지 않구만.
아 아이들 좀 봐.
오락에 빠진것 좀 봐.
어릴 때 이런 것 다해봤잖아.
옆에서 봤더니
10NT를 넣고
구슬을 열 개를 받아
하나씩 넣으면서
노란색 홈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온 갯수에 따라
과자를 주는 것인데
컵을 들고 있는 아이가
6개가 빠져나왔는데
저 아저씨가 주는 것은 겨우 사탕 한 개
무조건 아저씨가 이기는 것 같아,
그래도 아이들은 동전을 계속 넣고 게임에 빠져들더라고.
언제까지 아이들만 바라볼 수 없잖아.
들어가봐야지.
저기가 매표소로군.
표를 사야지
안평수옥과 마찬가지로 입장료는 50NT야.
100NT 들여밀고
양거런兩個人하니까 두 장 주더라고.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면 안되냐고?
당연히 되겠지.
이곳은 박물관이야.
근데 이상하게도 우리가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오는 거야.
안평고보의 전경.
오른쪽은 정성공의 동상이야.
정성공이 누구냐고?
청나라 때 장군으로
대만을 점령하여 대만을 착취하고 있던 네덜란드군을 물리치고
38년 동안 이어오던 네덜란드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준 영웅이야.
그러니까
대만 어디에 가나
정성공은 영웅중에 영웅이지.
아무리 봐도
저기 저 하얀 망루는
나중에 지어 놓은 것 같았어.
어쨌든
저 망루 폼나더라고.
저 안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너무나 좁아.
막상 올라가보면
별 것도 아냐.
그래도 어디 그래?
막상 가보면 올라가고 싶어지지.
사방으로 조망이 좋은 것이
딱 군사요새로 적격지더라고.
저 앞에 보이는 건물
저거 천태궁이야.
안평고보 정문으로 나가면 바로 코 앞이야.
꼭 한 번 가봐.
건물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내부를 한 번 보라고
안평고보 안에 전시되어 있는 거야.
당시 사용한 무기들도 같이 있더라고.
남의 나라 역사라 느낌이 진하지는 않았지만
이 무기를 들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가족의 품을 떠나 왔을
이름모를 병사들이 아른거리더라고.
산에 다니다 보면
희미한 흔적이 남은 성벽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성에서 군사들을 지휘했던 장군보다는
이름도 없이 무기를 들고 나섰던
병사들이 생각나더라고.
이순신 장군이 훌륭한 장군이지만
그가 일본군을 물리친 것은
그를 보필했던 군사들의 힘이 아니겠어.
이 무기를 들고
외적의 침략에 맞섰던 그 병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저 나무가 잎이 무성했을 때
여기서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비오는 날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여자가
저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사진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열띤 설명을 하고 있는 노란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와
등을 돌리고 돌아서는
저 아저씨의 모습도
하나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인데
저렇게 바다가 다 내다보이는 것이
최고의 요새이지 않은가.
이곳에서 파수를 서던 군사는
밀려드는 외로움을 어떻게 달랬을까.
전시되어 있는 대포.
글쎄 이 대포를 쏘아서
얼마나 많은 적군을 물리쳤을까마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했을 군인들의 정성이 느껴지기는 했지.
요새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
이들은 분명 보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어났고
병사들이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말야.
이곳에 앉아
저 아래로 보이는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시집이나 읽어도 좋으련.
내려가다가
그림자 놀이도 해보고
어떻게든 걸음을 아껴가며 걸어본다.
이제 천태궁으로 가봐야지.
천태궁으로 가는 길은
안평고보 정문으로 나오면
이렇게 천태궁의 지붕이 보이므로
길을 찾고 말고가 필요없지.
천태궁은 내부로 들어가 볼 수가 있어.
그리고 무료야.
안에는
중앙에는
분명 부처는 아닌데
알 수없는 분이 모셔져 있는데
온갖 꽃들로 화려하게 꾸며 놓았더라고
중앙을 중심으로 양 옆에
수선존왕과 사해용왕이 모셔져 있고
가운데에 커다란 목탁도 있었어.
문제는 향을 피워 놓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더군.
오래 못있겠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그래 나와야지.
나오다 보니까
한쪽에 문성대제를 모셔 놓았다고 써 있길래
복도를 따라가 가보았는데
여기서 빌면
학업이나 승진에서 큰 복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나야 뭐,
이제 이런 것들과는 무관하고
어디 월하노인이나 만나면
아들녀석 짝을 좀 점지해달라고 사정하려고 했는데
여기에는 안계시더라고.
근데
월하노인도 능력부족인가봐..
2013년에 루캉에 갔을 때
월하노인을 모신 궁이 있길래
아들 녀석 손잡고 빌었는데 지금까지 안들어주더라고.
나중에 들었는데
나와 달리
아들녀석은 최대한 늦게 만나게 해주세요, 이렇게 빌었다네.
천태궁을 나오면서
배웅해주는 분들께 세상의 평화와
젊은이들의 꿈을 이루어주시기를 빌었는데
꼭 들어주셨으면.....
이제
츠칸러우로 가서
그 유명하다는
도소월 度小月의 단즈면과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오징어국수를 먹기로 했어.
구글은
천태궁을 등지고 봤을 때
왼쪽으로 가다가
첫 사거리를 지나 88번, 99번 버스를 타라고 알려 주더군.
갔지.
그런데 아무리 가도 버스 정류장이 없는거야.
구글은 이미 지나쳤다고 성화를 부리고.
내 어이가 없어서
가다가 공갈빵을 팔길래 하나 사먹고
계속 가는데
파출소가 나오는 거야.
구글에는 이 부근에 정류장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잘 살펴보니
정말 정류장이 있는데
이게 우리나라 정류장같이 안생겼고
달랑 기둥하나 서있더라니까.
그러나 알아보지 못할 밖에.
기둥에 버스 번호가 써 있더라고.
됐다.
여기에서 기다려 보자.
그런데
도대체 버스가 다니지를 않는거야.
파출소에 가서 물어볼까.
그래 좋다.
가서 물어보자.
바로 그 때
택시 한대가 스르르 멎는거야.
그러더니
"노 버스, 택시"하는거야.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은
아침에 타이난역 앞 정류정에서 봤던 버스 시각표야
평일이라고 하루에 3대밖에 없던.
2번 버스도 있었는데?
아내가 그냥 택시타고 가자고 한다.
택시기사는 나만큼 서툰 영어로
투데이 노버스. 온리 택시
이렇게 말한다.
알았어, 그래서 택시 탔잖아.
그 기사 출발하자마자 왼쪽을 가리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바라보니
"문장우육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30분 정도 달렸을까.
기사는 우리를 츠칸러우 앞에 내려 주었고
146NT를 받아들고 갔다.
안평수옥의 감동에 젖은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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