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 406 차 정읍 두승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7. 6. 4. 21:41

제 406 차 정읍 두승산 산행기

1. 일자 : 2017년 6월 4일 일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황토현 푸른터 수련원(13:05) - 유선사(13:35) - 두승산(444m 14:06) - 망선대(14:18) - 말봉(14:29) - 끝봉(14:47 - 15:05) - 노적봉(15:25) - 황토현 푸른터 수련원(15:50)

4. 시간 : 2시간 45분

5. 지도 :


        * 이 사진은 전주 두타행님의 블로그에서 퍼온 것입니다. 제가 등산 어플(산길샘)을 작동시키기는 했는데 갑작스런 사정으로 종료를 못하고 집에까지 와 버리는 바람에 제 기록을 사용할 수 없어서 산행 전에 참고로 받아두었던 두타행님의 산행 기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두타행님께서 너그럽게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 두타행님은 끝봉 정자에서 이정표 3 방향으로 산행을 했지만 제가 걸은 길은 끝봉에서 다시 이정표 2로 돌아와 노란선을 따라 이정표 5 지점에서 노적봉 방향으로 산행하였고 이후는 두타행님과 코스가 같습니다.



6. 산행수첩

 * 들머리 황토현푸른터 수련원에는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 수련원에서 시멘트 도로를 따라 50여 미터 가면 산행 안내판이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이곳에서 광주노씨세천비 뒤로 이어지는 넓은 길을 따라가면 유선사로 오를 수 있다. 우측 보문사 방향은 끝봉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 이정표가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푸른터 수련원으로 원점 회귀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7. 산길을 걸으며


짧은 시간 동안

산에 다녀와야 할 상황이라

가까우면서도 걷기 좋은

두승산을 찾아간다.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끝봉에서 노적봉을 거쳐 황토현 푸른터 수련원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처음인지라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던 까닭이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푸른터 수련원으로 원점회귀하는

두승산 지도가 없었는데

마침

두타행님의 산행기를 접하게 되어

그분의 족적이 담긴 GPS 기록을 캡춰해서

한낮에 산으로 든다.


햇살도 따갑지 않은 것은

청량한 바람 때문일까.

짙은 숲이 만들어내는 두꺼운 그늘 때문일까.

느릿한 걸음으로 올라서는데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유선사에 올라선다.


그윽한 유선사는

바람의 천국이었다.

대웅보전 처마끝으로 매어달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부처님이 슬몃슬몃 내어 놓는 자비를 끌어안고

세상도 이렇게 아름다워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의 마음도

부처님 1%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발 아래 펼쳐지는 들녘에서

문득 평화로움을 본다.


두승산 작은 산등성이를 따라

시간을 밟아간다.

망선대에서

조망을 즐기는 호사를 하다가

저 멀리 펼쳐진 내장산 능선에 마음을 얹어 보기도 하고

발밑으로 파고 들어올듯한 서해의 파도에

몸을 맡겨보기도 한다.

산은

언제

어느 곳으로 들어가도

마음의 평화를 주고

나를 지배하고 있는 추함을 닦아 준다.

그래서

산이 좋다.


오늘 만난 부안에서 사신다는 부부 산객과 벌인

해프닝을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줄 때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고 

의사 전달이 분명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오늘 두승산이 가르쳐준

커다란 깨달음에

감사하며

또 다른 산행을 그린다.




푸른터 수련원 주변에 주차를 한다.


수련원 주면에는


이렇게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수련원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른쪽에 작은 저수지를 끼고 몇 걸음 걸으면


산행 들머리이다.

유선사로 오르는 길은 앞에 보이는 산행 안내판과 광주노씨세천비 사이로 이어지는 넓은 길이다. 오른쪽 시멘트 길은 끝봉에서 보문사를 거쳐 하산하는 길이다. 주변을 확인하다가 사진 왼쪽에 주차된 검은색 SUV 차량을 확인하고 누군가 먼저 산으로 들어간 분이 있는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서막이었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산길로 들어섰다.


유선사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넓직한 길을 따르다가


잘 가꾸어진 묘지 앞에서


이렇게 좁은 길로 바뀌고


짙은 그늘을 따라 올라가게 되면


땀이 맺힐 무렵 유선사 직전 헬기장으로 오르게 된다.


헬기장에서 보는 유선사 주차장


유선사 입구에 이정표가 있다.


유선사 대웅보전.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에 찾으면 참 아름다운 절이다.

대웅보전 왼쪽에 백호가 한 마리 앉아 있는데 풍류적으로 볼 때 유선사의 위치가 좌 쳥룡을 좋은데 우 백호가 약해서 커다란 백호를 한 마리 앉혀 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부처님도 태양광 발전기를 사용하시나 보다.


유선사 종각 옆에서 앉아 내려다 본 들녘.

참 서늘하고 청랑한 바람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바람이 너무 좋아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걸어 두승산으로 향하는데 규모가 작았지만 쌍계사 석문을 연상하게 만드는 바위를 지나고


산불 감시초소와 통신시설이 설치된 봉우리를 지나니


망화당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만난다.


무엇인가 한자로 새겨놓았는데 희미해서 읽을 수가 없다.


가야할 망선대와 말봉. 그리고 나무에 가려진 끝봉이 보인다.


오른쪽 봉우리는 하산하게 되는 노적봉이다.


또 다른 통신시설을 지나는데


상학봉이라고 적어 놓았다.


상학봉에서 바라본 두승산, 망선대, 말봉


상학봉의 이정표


두승산 정상.

전혀 조망이 없고 아주 좁은 봉우리로 옆으로 우회길이 있어서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두승산 정상


두승산에서 내려와 말봉으로 가다가 만나는 안부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


위 지점에 있는 또 다른 이정표


위 지점을 돌아본 모습


망선대


망선대에서 바라보는 조망.

정읍시 방향


노적봉 뒤로 영산기맥을 이루는 입암산(좌)과 방장산(우) 라인이 바라보인다.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배영고등학교


이렇게 바위에 망선대라고 새겨 있다.


말봉으로 가다가 만나는 바위


말봉. 별 특징이 없는 봉우리이다.


서래야님이 말봉이라고 달아 놓았다.

이분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왠만한 몽우리에 오르면 이런 표찰을 볼 수 있다. 전주의 완산칠봉에도 이 표할이 달려 있다. 대단한 산꾼임에 틀림없다.


끝봉으로 내려가다가 부부 산객을 만났다.

" 거꾸로 올라오셨네요?"

"끝봉 정자까지 갔다가 차 때문에 되돌아가는 길입니다."

"차를 어디에 두셨는데요?"

"유선사 아래에 두었는데요."

 여러 차례 말을 나누면서 푸른터 수련원 들머리에 세워 놓은 검은 SUV 차량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되돌아 가지 않고 끝봉 직전에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발길을 돌려 같이 끝봉 방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내려오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산에는 자주 갔지만 초보 산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서 만수동 방향으로 하산하라고 말하면서 노적봉 방향으로 가다가 보문사로 내려가라고 말했다. 사실은 나도 이길을 걸어보지 않았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도 못했었다. 설마 관음사라는 절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을 줄이야. 끝봉에서 푸른터 수련원 방향으로 가려면 이곳까지 되돌아와 만수동 방향으로 가다가 다음 갈림길에서 노적봉 방향으로 가야한다.


끝봉에 세어진 정자.

바람과 조망을 즐기며 20여분을 머물렀다.


끝봉에서의 정읍 시내방향 조망


지나온 능선. 높은 봉우리가 망선대이다.


하산하게 될 노적봉


끝봉의 정자를 한 번 되돌아보고

만수동으로 내려가는 곳(두타행님의 기록상 이정표 2지점)까지 되돌아 간다.

이곳에서 정자 왼쪽으로 내려가면 두타행님이 걸은 길이다.


만수동 갈림길에서 잠깐 내려오니 첫번째 갈림길(이정표 5지점)이다. 나는 두타행님의 산행기를 보면서 보문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중간에 노적봉을 올라가는 갈림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부안분들에게 이 길을 가르쳐 준 것이다.

"저희는 내려가다가 노적봉을 올라갔다가 내려 갈 것인데 두 분은 그냥 가시면 보문사를 지나 주차해 둔 곳으로 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직진 방향으로 뚜렷한 하산길이 열려 있는데 이정표에 관음사라고 써 있다. 그래서 주변을 살펴보니 노적봉이 보이는데 지형으로 볼 때 노적봉 방향으로 가야 보문사로 내려간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분들이 이곳에서 지형을 보고 판단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일단 노적봉 방향으로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갔을 것 같아 마음이 여간 쓰이는게 아니다.

보문사를 거쳐 푸른터 수련원으로 하산하려면 이곳에서 무조건 노적봉 밯향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 보문사 방향 표지를 하나 더 해놓았어야 한다.   

 

잠시 후 두 번째 갈림길이다. 이곳에는 이렇게 보문사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노적봉을 올라갔다 오기로 하였기에 노적봉 방향으로 간다. 보문사 방향은 아주 평평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위 지점에서 노적봉으로 오르는 길


노적봉은 잠깐이면 오르게 된다. 정상은 무덤이 한 기 있을 뿐 아부런 조망도 없는 봉우리이다.


노적봉 정상에 있는 표지.

노적봉 정상에는 내려서는 길이 두 곳이 있다. 푸른터 수련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표찰이 달려 있는 방향 즉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보면 오른쪽 길이 뚜렷하므로 헷갈리지 않겠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 겨울에는 조심해야 할 듯하다.


내려서는 길은 완만하다. 시누대밭을 지나기도 하고, 방향이 조금 엉뚱한 방향인 것 같기도 하지만 중간에 무덤을 만났을 때 무덤을 가로지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가야하는 것만 조심하면 정확하게 푸른터 수련원 정문으로 내려오게 된다.


다시 되돌아온 푸른터 수련원.

차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유선사로 오르는 들머리 방향이다.

위 차량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노적봉에서 내려온 길. 작은 다리가 있다.


내려와서 들머리 방향을 바라보니 검은 차가 그대로 있다. 아뿔싸. 부안 분들이 예상대로 관음사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차량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차량에 전화번호가 없다.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얼마나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인가. 서둘러서 차를 돌려 관음사로 향한다. 입석리로 나와서 만수리 방향으로 가는데 만수리에 거의 다 갔을 무렵 도로를 따라 걸어오는 두 분이 보인다. 두 분을 픽업하여 다시 들머리까지 모셔다 드렸다. 두 분은 길을 잘못 찾은 자기네가 더 미안하다며 말하고, 나는 나대로 길을 잘못 가르쳐 드린 것 같아 미안함을 어쩌지 못했다. 서로 잘 가라고 인사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참 좋은 교훈을 얻었다.



2017년 6월 4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