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코스 산동 - 주천(15.81km)
1. 일자 :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2. 동행 : 산정 산우회 7명
3. 코스 : 산동면 사무소(09:20) - 현천마을(09:40) - 연관마을(09:59) - 계척마을(10:45) - 밤재(12:30 - 13:25 점심 식사) - 지리산유스호스텔(14:13) - 용궁마을(14:50) - 주천안내소(15:10)
4. 시간 : 5시간 50분(휴식 1시간 10분)
5. 지도
6. 둘레길수첩
1. 출발지인 산동면 사무소와 도착지인 주천면 파출소 앞에는 대형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2. 중간에 식사할 곳이 없으므로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3. 밤재 정상에는 정자와 수도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4. 주천에 도착 후 식사할 곳은 주변에 많이 있다. 추천할만한 곳은 1코스 도착지점인 운봉읍 입구에 있는 운봉허브흑돼지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흑돼지 삼겹살(1인분 200g 10,000원)
5. 갈림길마다 안내표지가 있어서 진행에 어려움은 없지만 주천에서 산동으로 걷는 경우 지리산 유스호스텔 터널을 빠져나와 왼쪽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데 직진하는 알바를 했다는 분들을 두 분이나 만났다.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굴다리를 나오자마자 왼쪽 계단에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서 헷갈릴 곳이 아닌데도 무심코 진행하다가 알바를 한 것 같았다.
7. 둘레길을 걸으며
2015년 4월 26일
산정 산우회 7명이
첫 발을 내디딘 지리산 둘레길.
2016년 4월 12일 18코스까지 마쳤으나
7명이 같이 다니다 보니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오늘 10월 23일
마지막 구간을 걷게 되었다.
산으로 들어서고
들길을 걷고
마을 안으로 젖어드는 일은
어느 것이나
나름의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에서
내가 발견하고 간직한 소중한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무심한 듯하게 살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일상이었을까 삶의 굴레를 쓴 채로 살아있었고,
같이 걷는 사람들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려는 몸짓으로 살아 있었고,
산길은,
들길은,
마을길은
넉넉한 품으로 살아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60평생을 걸어온 나의 발자국들을 돌아다보며 살아 있었고,
앞으로 얼마 동안일까
내가 걸어가야 할 나의 시간들을 그려보며
조금은 애틋한 걸음으로 살아 있었다.
세월은 나의 곁에서
느릿하게 걸음을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 274km의 첫 발을 내디디며
뇌리를 스쳐가는 것은
지리산을 에워싸고 있는 마을을 이어가는 길에서
내가 일으켜야 하는 상념들은 무엇이고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상념의 편린들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가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오롯한 산행이 아닌
다양한 모양의 걸음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하는 약간의 기우였다.
그러나
둘레길은
튼튼하게 살아 있었고
산행과는 전혀 다른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일행들과 같이 걸으면서도
혼자서 걷는 걸음에서도
수없는 상념들이 명멸되어갔고
상당 부분은
페부 깊숙히 담을 수가 있었다.
어느날인가
(혹독한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이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짙은 고독에 싸여
전구간을 홀로 걸어
나를
둘레길에 스며들게 하고 싶다.
여럿이 걸으면서도
혼자 걷는 느낌을 느껴보았지만
그 깊이가 없었다.
절대적 고독의 포충망에 싸여
지리산 둘레길에 몸을 얹어 놓고
약간의 자학(自虐)과 함께
60년을 걸어왔던 길을 반추해보는 것은,
나를 들여다 보는 일은
어쩌면 행복일 것이다.
걷는다는 것
호흡하고 걷는다는 것
사람들의 삶 사이를 끌어 안고 걷는다는 것은
지리산 둘레길이 갖는
살아 있음이다.
산길을
들길을
마을길을
사람들의 길을
지리산 둘레길은
이어가고 있는 것이고
나는
우리는
그 길을 걸어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다지는 것이다.
2015년 4월 23일에 품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오늘에서야 내려 놓는다.
그러나
지리산 둘레길은
미완의 얼굴로
나와 더불어 살아 있으리라.
마지막 구간 출발점인 산동면 사무소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변에 식당들이 많다.
수락폭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수락폭포 방향을 버리고 현천마을 방향으로 지하도를 통과한다.
아름다운 현천마을로 가는 길
산수유 고장 답게 빨갛게 익은 열매를 내 어 놓은 채 햇살바라기를 하는 산수유가 널려 있다.
옆에서 일하시던 젊은 분이 다서 먹어보라고 한다.
지금은 시고 떫지만 말려서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남자들에게 최고라고 한다.
"남자들에게 어디가 좋아요?"
"참 좋은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해맑은 웃음으로 건네는 말에 다정함이 넘쳐난다.
"언제 수확하는 거예요?"
"11월 말 정도 따야죠. 그때 오세요."
빨갛게 익어가는 산수유 알알에서 빛나는 햇살을 끌어 안다가
문득
혈육의 정을 노래한
김종길님의 시가 생각났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산수유는
그래서 남자에게 좋은 가 보다.
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이
그대로 내 혈액에 남아있기에
그리고
그대로 자식에게 이어질 것이므로
산수유는
남자에게 좋은 가 보다.
커다란 보호수가 맞이하는 현천 마을
둘레길은 이 나무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데 직진하면 견두산 방향이다.
호반에 반영된 현천마을
주변에 단감이 가을을 드러내고 있다.
연관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을 둘러보지 않고 지나가는 걸음이 아쉽다.
"할머니 누구를 기다리시나요?"
"응, 버스 기다리지."
"여기에 버스도 다녀요?"
"응, 교회버스가 올거여."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가을 바람 한 자락이 스친다.
"어디서 왔어?"
"전주에서 왔어요."
"가까운 곳에서 왔네. 서울이고 부산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오던데"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할머니
"근디 멋허러 그렇게 돌아다는 거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감이나 몇 개 따 먹고 가"
"그래도 돼요?"
"남원 사람이 주인인데 따 먹어도 괜찮어."
사람끼리 나눠먹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냐며 걱정 말고 따먹으라고 하신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분들은 인정이 넘치고 구김살이 없었다. 그 분들을 만날 때마다 느낀 것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나무가 있다는 계척마을
350년이 되었다는 계척마을의 당산나무
계척마을 안내도
1,000년이 되었다는 산수유 시목(始木)
산수유 시목
산수유 시목 광장
이순신장군 백의 종군로 안내판
광장 아래에 있는 식당. 봄에만 운영하는지 문을 닫았다.
계척 마을을 지나서 밤재로 가는 길
가시오가피
계척 마을 운동시설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지점에 있는 우회길 안내판
편백나무숲을 지나 밤재로 가다보면 계곡을 3번 건너가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위험하니 산수림가든을 지나 도로를 따라 밤재 터널까지 아동하여 밤재로 올라가라는 것이다.
편백나무 숲길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이 3군데가 있다.
밤재로 오르는 길에 있는 농장
19번도로 밤재 터널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위 지점의 안내판
밤재로 가는 길. 차량통행도 가능한 길이다.
밤재 정상. 앞에 보이는 계단은 견두산으로 오르는 들머리.
오른쪽에 수도가 있고 물이 잘 나온다.
산정산우회 회원들
견두산 등산로 입구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시
밤재를 내려가는 길. 지리산 유스호스텔까지 이어진다.
지리산 유스호스텔 앞에서 도로를 만나게 된다. 밤재에서 내려오면 사진 오른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다시 내려가 도로 아래 터널을 지나게 된다.
밤재에서 만난 분들이 알바를 했다고 했던 지점이다. 그분들은 이곳에서 좌측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고 직진하는 바람에 알바를 했다고 한다. 주천에서 산동으로 가려면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산동에서 주천으로 걸었기 때문에 이 계단으로 내려와 터널을 통과하였다.
유스호스텔을 지나자마자 산 속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처음에는 가파르게 이어지지만 이내 부드러워진다.
내용궁마을을 지나게 된다.
용궁마을에 있는 원천초등학교와 담벼락에 세워져 있는 효열비
1구간 출발지점인 주천 파출소 에 있는 대형 주차장
1코스 출발점에 있는 주천파출소.
지리산 둘레길을 마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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