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제 17 코스 오미 - 방광 마을(12.3 km)

힘날세상 2016. 3. 27. 10:16

제 17 코스 오미 - 방광 마을(12.3 km)

1.일자 : 2016년 3월 26일 토요일

2. 동행 : 산정 산우회

3. 코스 : 오미마을(10:20) - 하사마을(10:50) - 상사마을 뒤 명다원 팬션(11:40) - 정자(12:05 - 12: 40 점심식사) - 황전마을 지리산 남부탐방 안내소(13:20 - 14:10 커피&휴식) - 수한마을(15:15) - 광의 삼거리(15:25) - 방광마을(15:40)

4. 시간 : 5시간 20분

5. 지도


 


6. 둘레길 수첩

* 출발점 오미마을에는 대형 무료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 운조루 앞을 출발하여 한옥마을 앞을 지나면 저수지를 만나게 되는데 둘레길을 저수지 둑을 타고 가야 한다. 잠시 산으로 들어섰던 둘레길은 다시 19번 도로로 내려서 LG 주유소를 지나게 되고 이어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하사마을로 들어간다. 만약 저수지 둑으로 가지 않고 도로를 따르게 되면 19번 도로와 만나게 되고 도로를 따라 가면 LG 주유소로 내려서는 둘레길을 만나게 된다.

* 상사마을, 당촌마을은 마을을 지나는 게 아니라 마을 뒤로 지나게 된다.

* 지리산 남부탐방안내센터 앞은 많은 음식점들이 있어서 길을 찾기 어려운데 안내센터에서 화엄사로 올라가는 길을 건너편 식당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월등파크호텔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7. 둘레길을 걸으며


春來不似春이라 하던가.

봄은 왔는데 봄은 살짝 몸을 숨기고 있는 날에도

둘레길은 봄에 흠뻑 젖어 있다.


따사로운 볕이 그리운 날

구례의 들녘에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밀려 들었고

바람 또한 눈을 부릅뜨고 흔들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는

어김없이 봄을 밀어 올리고 있다.

아무리 힘으로 억눌러도

민초들의 꼬깃꼬깃한 삶은

한결같이 솟구쳤던 것처럼

총칼로 위협하고

몽둥이 최류탄으로 짓이겨대도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을 어쩌지 못한 것처럼

꽃샘추위가 시샘을 해도

생명은

여리디 여린 몸으로

지난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게 둘레길은 생명을 싹틔우고

길다랗게 시간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마음을 풀어 놓는

산정 산우회 팀원들은

산길을 걸어서 힘이 나고

들길을 걸어서

눈이 즐겁고

마을 길을 걸어 만나는 사람들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체득한다.

하사마을 들녘에서

쑥부쟁이를 캐고 있던 할머니.

"이거는 무슨 나물이예요?"

"이거이 쑥부쟁이요. 무쳐 먹으먼 아주 맛나고만"

"아, 이것이 쑥부쟁이예요?"

내가 생각한 모양이 아니어서 놀라고,

쑥부쟁이 가녀린 두 잎새가 날렵해서 놀라고,

할머니의 인자하신 웃음이 아름다워 놀라는데

"허참, 쑥부쟁이를 몰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무쳐준 나물을 먹기만 했지 어디 캐 봤나요."

"그려, 남자들은 그저 여자들이 차려 주면 먹기만 했지. 여자들만 고생했지."

할머니는 나물을 캐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소녀시절을 캐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나물 바구니 옆에 끼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

 당신의 주름살 사이에

갈무리되어 있을

그 아름답고 풋풋했던 시절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으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할머니, 어릴 때 나물 캐던 생각이 나세요?"

"그럼 생각 나지.그때가 좋았지."

할머니는 칼을 쥔 손을 들어 들녘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는다.

"이 들판 한 바퀴 돌아오면 소쿠리에 나물이 가득했지"

할머니의 주름진 손등에 담겨진 삶의 애환을 생각하며 돌아선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잘 가고 또 오시오"


그랬다.

어릴 때 어른들은 사람을 보내면서

꼭 또 오라고 했다.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

다시 이어보고 싶은 시간들

사람은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어져 살아간다.

동네사람들이 한 논배미에 들어가

같이 모를 심고

김을 매고

벼를 베었다.

너나 없이 힘을 합해 농사를 지었다.

어깨를 곁고

농가(農歌)를 부르며

힘든 삶을 함께 견뎌내었다.

지금 우리는

어른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자라났지만

컴퓨터에 사로잡히고

스마트폰에 빠져

혼자 살아간다.

나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고

나홀로 잠자는 사람들이 많다.

흙 한 번 밟지 않고

초롱한 별 한 번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삶에 무게에 눌려 살아간다.


그래서 둘레길은 치료의 길이다.

희망의 길이다.

둘레길을 모르고

 산으로만 돌아다니면서는

산길이 아닌 시멘트 길이나

마을 길,

도로를 걷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둘레길은

살아있는 길이다.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걸으며

인정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들길을 걸으며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도로를 걸으면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았다.


작년 4월에 들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내려서려는 시점에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둘레길에서 자고 먹으며

연속으로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달 정도의 일정을 잡아

마을에서 만나는 분들과 손을 잡고

그분들의 묵은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하고

들녘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을 느껴보기도 하고

숲길을 따라 걸으며

숲의 정령(精靈)이 내어 놓는

맑은 시간들을 담아보고 싶다.


화엄사 입구

지리산 남부탐방안내소 부근의 찻집에 앉아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소란스럽고

복잡하고

걷잡을 수 없는 복잡함으로 가득찬 곳.

문득

둘레길의 고즈넉함이 와르르 무너지는 곳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모습으로

이곳도 사람이 살는 곳이고

그래서 또 하나의 사람사는 이야기가 엮어지고 있는 곳이다.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커다란 웃음소리와

여유있는 시간들이

상춘객들을 상대로 삶을 이어가는 상인들이 만나는 곳

이곳이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 아닌가.

둘레길은

이렇게 생동감있게 이어지기도 한다.

차량의 소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

그래서 둘레길이 어떤 형태로 이어지든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고

그래서 둘레길에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만나야 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야 하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비추는 햇살을 만아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사람이 살고 있는

사람의 길이다.





오미마을 운조루 앞의 젋은 주차장

무료라서 더 좋다.


오미마을에는 운조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곡전재도 있다.


운조루 입구


주차장 옆에 있는 오미정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오늘의 걸음을 시작한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동무를 해주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오미정 옆에 있는 한옥의 얼개를 보여주는 모형물이다.



한옥마을 단지를 지나게 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수지 둑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렇게 도로를 따라갔다면 앞에 보이는 건물앞에서 19번 도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가면 LG 주유소를 만나게 된다. 저수지 둑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섰던 둘레길도 주유소 마당으로 내려와 잠깐 도로를 따라가다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하사마을로 가게 된다. 


산길 입구에서 돌아본 저수지. 한옥건물이 끝나는 곳 둘레길 안내표지가 있는 곳에서 저수지 둑으로 올라서야 한다.


위 사진을 찍은 곳에 있는 다리


잠시 산으로 들어섰던 둘레길은 이곳 주유소 앞마당으로 내려선다. 아마 19번 도로를 걷는 것을 피하려고 산길로 들어서게 했던 것 같다.


주유소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하사마을로 간다. 이후 하사마을까지는 도로를 따라 간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하사마을


하사마을에 있는 샘. 와룡 형님이 보고 있는 것은 수질검사 결과표이다. 음료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사마을의 홍살문.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조금 더 걷다고 보이 효자 이규덕님을 기리는 것이라는 알았다.





효자 이규덕님을 기리는 효자각. 그의 효성을 인정하여 나라에서는 동몽교관이라는 직을 하사하였다.

조선 전기 각 지방에서 사사로이 학동들을 가르치던 유자(儒者).|[내용] 각 군현에서 사학(私學)을 설치하고, 향교에 들어가기 전의 어린 학동들을 모아 훈도하던 사람을 말한다.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효자각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상사마을이다. 둘레길은 상사마을 뒤로 이어진다.


봄을 캐고 있는 분들.



산정 산우회는 8명인데 촌장님이 하늘나라고 가고 난 후 7명이 삶을 나누고 있다. 곧 촌장 형님 형수님이 형님의 자리를 메워주시기로 했다.


상사마을의 모습





명다원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팬션



팬션을 지나면서 길은 숲으로 들어서 제법 그럴듯한 계류를 두 번 건너게 된다.


소나무 숲 허리를 돌아가는 임도길을 따라 한 동안 걷게 된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조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다.



올해 처음으로 진달래를 만났다. 숲 속으로 들어설 때마다 곳곳에서 수줍게 피어 있다.


이 계류는 화엄계곡에서 흘러내린다. 이제 남부탐방안내소에 다왔다.


참골 유원지라고 하는데 안내소 바로 아래이다.



지리산 남부탐방안내소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놀다간다. 둘레길은 사진 왼쪽으로 10여미터 가서 월등파크 호텔방향으로 이어진다.


젊은 청년이 내려주는 커피 맛이 아주 좋았다.


월등파크호텔.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호텔 뒤로 가야 한다.


호텔 뒤에서 다시 숲으로 들러서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다시 임도로 내려서게 되는데


아름다운 집을 만났다. 아마 이 아래 마을이 당촌마을인 것 같다.

"집이 참 이쁘네요."

밭에서 일하시던 아주머니께 물었다.

"예쁘다고 하는데 평범한 집이예요."

"이 농사를 다 지으려면 힘들지 않아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데 외롭지는 않아요"

"농사일에 빠지면 외로운 것 몰라요. 그리고 마음이 편하니까 좋지요"


농촌 생활이 주는 최고의 혜택은

여유로움일 것이다.

탈속(脫俗)의 경지가 아닐까.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농수로를 지난다.

"내가 젊었을 때 이런 공사 엄청했다."

와룡형님이 입을 연다.

"그때 돈 많이 벌었지."

건축과 토목업을 하는 형님인데 요즘에는 응급처치, 안전교육, 청소년 숲체험 활동, 청소년 진로탐색 교육 등을 목적으로 "사단법인 자연탐사아카데미http://cafe.daum.net/Jayeontamsa 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오늘 걸은 길에서 느낌이 좋았던 곳이다.


수한마을의 정겨운 모습


수한마을 약수터


약수터옆에 서 있는 장승


마을 안길을 돌아나가면


마을회관 앞에서 도로로 내려서게 된다.


수한 마을의 민박집


수한마을 정자와 보호수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과 만나는 광의 사거리.


길을 건너 방광마을로 간다. 여기에서 방광마을은 빨리 가면 10분 정도 걸린다.



광의 사거리에서 200여 미터 가면 마을 안내석이 있다.



잠시 후 커다란 보호수가 있는 마을 정자에 닿게 된다.


이 부근에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위 사진의 정자 부근에 있는 마을회관. 이곳에도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둘레길 17코스는 이곳에서 끝나고 이제 18코스 방광 - 산동 코스가 시작된다.



2016년 3월 26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