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코스 인월 - 금계(22.4km)
1. 일자 : 2015년 5월 31일 일요일
2. 동행 : 백두산, 와룡선생, 산꾼되기, 해뜨람, 오후니, 아내
3. 코스 : 인월(12:10) - 중근마을(12:40 - 13:20 점심식사) - 백련사/황매암 갈림길(13:37) - 황매암(13:48) - 수성대 쉼터(14:16 - 14:25) - 장항마을(15:15) - 매동마을(16: 20 숙박) - 매동마을(07:50) - 중황마을/길섶 갈림길(08:28) - 등구령쉼터(09: 50 - 10:25) - 등구재(10:40) - 창원마을(11:48) - 금계마을(12:50)
4. 시간 : 9시간 10분
5. 지도
6. 둘레길 수첩
* 3코스 시작점은 구 인월교이다. 시작 지점에는 커다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쉼터 : 3코스 시작지점 부근과 중군 마을 입구에 커다란 정자와 화장실이 있다. 또한 곳곳에 가게와 민박이 널려 있다. 이는 3코스가 가장 매력이 있는 코스이고 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 교통. 인월 - 금계를 잇는 버스(함양 지리산 고속)를 이용하거나 택시(15,000원)를 이용하면 된다.
3코스만 걸으려는 분들을 위한 사진. 인월 터미널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이다.
7. 둘레길을 걸으며
비가 내린다.
흐릿한 하늘을 흔들어
제법 굵은 빗방울이
앙증맞을 넓이의 들판을
가득 메운다.
비옷을 입어야 할까
그냥 걷는다.
어느 정도는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들판은
바둑판 모양으로
화장을 하고 있어
인공미가 덧칠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푸르름을 더해
지나는 길손의
닫힌 마음을 열어 놓으란다.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래서
추악한 것들을 덜어내고
생명력이 넘쳐나는 들녘의
풍성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
백무동을
뱀사골을 향할 때마다
차창으로만 보아왔던
중군마을.
임진년에 왜구와 싸울 때
전투부대의 중군이 주둔해서
붙여진 이름
중군마을
평화로운 마을이다.
마을 입구 성루(城樓)같은 정자에 앉아
빗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중군마을을 바라보다가
비는
만화경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인가
느낌을 가지고 바라보면
천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비가 아닐까.
'궂은 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닦아주기도 하고
잊혀질 뻔했던 사람을
그려주기도 하고
마음까지 지난 날로 이끌어
근원적인 그리움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비가 아닐까.
비가 그칠 즈음에
중군마을을 뒤로 한다.
이제 길은 산으로 들어선다.
황매암을 돌아
제법 몸을 일으켜 세운 산길을 걸으며
일행을 저만큼 앞세우고
홀연
혼자 걷는다.
혼자 걸으면 혼자라서 좋은 길
둘이 걸으면 소곤소곤 정담이 있어 좋은 길
여럿이서 걸으면
화들짝한 살아 있음이 넘쳐 좋은 길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걷는 길이 좋다.
사람 사는 곳을 에둘러 걷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가슴에 담고 걷는 것이 아닐까.
세월이
흘러갔을 어느 때쯤
돌아봐도
내 마음에 남아 있을 시간들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장항 마을을 홀로 지켜내고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마을의 역사를 딛고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어 온 소나무에게
마을의 안녕을 빌고
멀리 떠난 사람을 축원하고
어쩌면 잊혀졌을까
아득한 그리움으로만 남은
사람을 슬쩍 떠올려 볼 수도 있는
자신들의 마음을 나무에 매어 다는 장항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시인일까.
아니면 인생을 그리는 화백일까.
마을 전체가 민박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매동마을 사람들.
둘레길은 한 열흘 날을 잡아
걷다가 먹고
걷다가 자면서
자신이 발디디고 사는
복잡한 세상을
던져버리고
전화기도 꺼 놓고
흐르는 바람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자신을 그냥 맡겨보는 것이 좋으리라.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걷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두 접어두는
근원적인 고독의 걸음이 좋으리라.
둘레길 표지를 따라 걷다가
길을 벗어나
내 마음대로 길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
돗자리 하나 깔고
하루 쯤 멈추어 버리는 것도
둘레길을 걷는 방법이 아닐까.
둘레길은
발로 걷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리산 둘레길에서
딱
한 코스만 걸으라면
3코스를 걷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둥구재 넘어가는
길을 이어 놓은
중황리 마을 때문일까.
가로막혔던 시야가 갑자기 툭 터지며
아늑하고 평화로운
상황-중황-하황 마을
다랭이 논을 끌어안고
온갖 이야기를 다 모아다 놓고
아픈 마음으로 둘레길을 찾아온
낯선 도회사람들의
쌍처를 싸매주기 때문이까.
아니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아픔을 닦아내기 때문일까.
가서 보아야 한다.
가서 느껴야 한다.
가서 아픈 마음을 닦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왜 둘레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몸으로 받아들여 보아야 한다.
살아날 것이다.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치고
아픈 마음을 떨치고
활력이 넘치는 걸음으로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둘레길은
치유의 길이다.
둘레길은
회복의 길이다.
둘레길은
화해의 길이다.
둘레길은
살아있는 길이다.
인월에서 시작하는 둘레길 3코스 시작 시점은 구인월교를 건너 둑길을 따라 간다.
3코스가 시작하는 지점에 있는 달오름 마을. 대부분 민박을 하고 있다.
3코스 시작 지점에 있는 달오름 마을. 사진에 보이는 영월정 표지 방향에 정말 좋은 정자가 있다.
중군마을. 임진왜란 때 조선군의 부대 중 중군이 주둔해서 중군마을이라고 한다는데 마을 입구가 성문처럼 생겼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서 본 모습인데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위 사진에서 본 성루에도 올라갈 수 있다. 이곳에서 비를 피하며 점심을 먹었다.
성루를 나와 중군마을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둘레길은 왼쪽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벽화가 그려진 담벽을 바라보며 걷는다.
중군 마을을 벗어나면서 본 민박집
황매암 삼거리. 둘레길은 이곳에서 둘로 갈라진다. 백련사 방향은 평평한 길이고 황매암 방향은 오르막이며 황매암에서 산자락을 하나 넘어간다. 우리는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황매암 방향으로 걷는다.
황매암. 들오지 말라는 표지에 마음이 아파 그냥 지나친다. 마당에 샘도 있는데 마셔보지도 않았다. 수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저 안으로 들어갈 이유도 없을 것인데 막아 놓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것이 머루라고 한다는데 나는 처음 보았다.
황매암에서 산자락을 하나 넘어오면 만다는 수성대. 전에 황매암 삼거리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따르면 시멘트 도로를 따라 이곳으로 오게 된다. 할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산꾼형이 막걸리 한 사발에 식혜 몇 잔을 주문한다. 뒤편으로 맑은 계류가 흐르고 있다.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 둘레길은 아닌데 백련사는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나보다.
둘레길의 이정표. 오직 이 표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바래봉 둘레길, 지리산 신선길, 지리산 자락길 등 여러 길이 겹치기도 하는데 지리산 둘레길은 오직 이 표지만 따르면 된다.
이곳에서 도로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곳을 놓치고 도로를 따라 굽이를 돌면 둘레길이 아니라고 돌아가라고 크게 써 있다.
골짜기에 있는 쉼터. 막걸리와 김치를 통에 담가 놓았다. 무인 판매를 하는 것이다.
배넘이재. 특징도 없는 곳인데 그렇게 표기가 되어 있다. 뒤롤아보고 찍은 사진이다. 왼쪽의 표지판의 빨간색 방향을 보면 뒤돌아 보고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넘이재를 지나 장항마을로 내려가는 길
장항마을은 지붕만 보고 살짝 지나간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지리산 일성 콘도이다. 그 뒤가 천왕봉과 뱀사골 길이 갈리는 산내면이다.
장항마을의 보호수.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매년 제를 올린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대단하다. 벤치에 앉아 세월을 내려 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어디에 적어둘 만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둘레길은 다시 도로를 만난다.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은 지리산 신선길 안내판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에 있는 둘레길 안내표지를 따라 빨간색 방향으로 간다.
60번 도로 버스 정류장에 있는 택시전화번호와 버스 시각표
길가에서 만난 금낭화
감식초 공장 노란 간판에 숨어 있는 안내 표지를 따라 매동마을로 간다. 직진하는 도로는 산내로 가는 60번 도로이다.
매동마을로 가는 길에 만나는 게스트하우스. 숙박은 1인당 2만원이라고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동마을로 가는 길
금계/매동마을 갈림길. 우리는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해야 하므로 직진하여 매동마을로 간다. 다음날 다시 이곳으로 와서 금계마을로 간다.
위 삼거리에서 5분 정도 걸어오면 이런 표지를 만나게 된다. 표지를 따라 들어서면 매동마을로 가게 되고 오늘 숙박지인 소나무 민박집이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마을회관으로 가게 된다. 물론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소나무 민박집에서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마을회관으로 가게 된다. 마을회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모두 민박집이다. 자기가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면 되는데 골목마다 민박집을 알리는 표지가 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묵었던 소나무 민박. 주인 분은 홍성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분이다. 주인 아주머니 음식 쏨씨가 좋고 활달하여 좋았다. 우리는 완전히 거실과 안방을 점령하고 하루를 보냈다. 운봉읍사무소에 주차해 둔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직접 차를 운전하여 데려다 주었고, 다음날 아침에서 도착지점인 금계 마을 주차장까지 동행하여 차를 미리 가져다 놓고 운전자들을 태우고 매동마을까지 데려다 주었다. 숙박비는 3인까지는 3만원이고 한 명이 늘어날때마다 1만원이 추가된다. 우리는 7명으로 7만원을 지불하였고 식사는 1인 5,000원이다.
매동 마을 회관
매동 마을회관 주차장
마을 회관 앞에 있는 민박집 안내판
소나무 민박의 저녁 밥상. 나물과 김치찌개가 기본이고 가운데 돼지고기는 우리가 부탁하여 3만원에 두 근을 사다가 해 준 것이다. 반찬 리필도 해 주었다.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아 모두 맛있게 먹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공할머니 민박. 1실 4만원, 5만원이라고 한다. 물론 픽업도 해준다.
공할머니 민박집. 매동마을의 민박은 대부분 깨끗하게 수리하거나 지은 집인데 이 집은 마을 입구에 있고 눈에 띄는 모양이다.
5월 31일 아침 금계에 차를 가져다 두고 주인 아저씨가 이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3코스 둘째날 일정을 시작한다.
전망대에서 본 서북능선. 가운데 어제 지나온 백련사가 보인다. 바로 앞은 고사리 밭이다. 둘레길 3코스에서 고사리밭을 실컷 보았다.
전망대에서 본 반야봉. 가운데는 산내면소재지
죽어서도 둘레길을 지키고 있는 나무
사진작가 강범규님이 운영하는 길섶. 둘레길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곳으로 돌아 다시 둘레길에 합류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일부러 가 볼만한 곳이다. 우리 일행 중 3명이 그곳에 다녀 왔는데 꼭 가보아야 한다고 한다.
중황리(상황, 중황, 하황 마을을 합해서 그렇게 부른다.)로 가는 길에는 민박집과 식당이 많다.
민박과 팬션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집
참고해십시오.
오른쪽이 중황리. 뒤로 둥구재가 보인다. 이곳부터 둥구재까지의 긍치가 아름다웠다. 특히 벼가 익을 무렵에 걸으면 최고의 풍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랭이 논이 장관이다. 예전에 KBS에서 방영했던 1박2일에서 강호동, 은지원이 걸었던 코스이다.
중황리 마을과 둥구재
꼬부랑길 민박(www.ggoburang.com 010 -3320 - 0275. 2인 기준 6 - 8만원이다.
짜장면집도 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냥 지나갔지만 점심때라면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중황마늘에서 본 삼정산
벼가 익을 무렵에 가면 정말 좋은 것 같았다.
등구재 쉼터 위에 있는 곤달비 농장. 둘레길 옆 산에서 기르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둥구재. 오도재에서 올라 삼봉산으로 갈 때 지나가는 고개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은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둥구재에서 금계마을까지는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햇볕이 따갑기 때문에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두거운 우산을 가져가면 좋다.
창원 마을 직전의 운곡농장 마을 마을 방향이 천왕봉을 바라보는 방향이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쉼터의 거대한 나무. 그늘도 좋고 바람도 좋고 나무도 좋고 바라보는 천왕봉도 좋아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지리산이나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좋을 것같다.
위 쉼터에서 바라보는 천왕봉. 제일 뒤 능선의 가운데 봉우리이다. 얼핏 보면 중봉보다 낮아보인다는
뭐하는 곳인지?
하늘길. 나무로 인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창원마을에서 금계마을로 가는 길
농촌의 마을을 걷게 되어 걷는 길이 아름답다.
금계마을의 전원 주택지 안내판
금계마을에서 본 캠핑카. 쌍용 코란도에 올린 것이다. 안에서 기둥을 올리면 팝업이 되고 운전석 위가 침실이 된다. 검색창에 O2캠퍼라고 입력해 보면 된다.
금계마을의 정자
금계마을 주차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인월까지는 17,000원, 5코스 종점인 산청 수철리까지는 33,000원이라고 한다.
2015년 5월 31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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