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제 2 코스 운봉 - 인월(9.3km)

힘날세상 2015. 6. 1. 07:57

제 2 코스 운봉 - 인월(9.3km)

1. 일자 : 2015년 5월 30일 토요일

2. 동행 : 백두산, 와룡서생, 산꾼되기, 해뜨람, 오후니, 아내

3. 코스 : 운봉읍사무소(09:00 - 서림공원(09:07) - 황산대첩비(09:55- 10:15) - 24번도로(10:30) - 흥부골 휴양림(11:10 - 11:40) - 인월 2코스 종점(12:10)

4. 시간 : 3시간 10분

5. 지도

 

 

 

 

 

6. 둘레길 수첩

 * 시작점 : 운봉읍사무소에서 24번 도로를 따라 인월방향으로 200여 미터 걸어가면 좌측 서림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입구에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 민박 및 쉼터 : 황산대첩비와 국악인 송흥록 생각가 있는 비전마을에 민박집과 넓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흥부골 휴양림 아래에도 민박집과 음식점이 있다.  휴양림 아래 달오름 마을에도 음식점과 많은 민박집들이 있다. 

 * 교통편 : 인월에서 운봉으로 돌아오는 것은 버스편이 많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다.  

 

 

 

7. 둘레길을 걸으며

 

둘레길을 걷는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빗방울을 가슴에 얹고

맑게 세수한 듯한

시골길을 걷는다.

여럿이 걷지만

내면을 응시하며

홀로 걷는다.

 

길은 마을을 꿰뚫고 지나며

지리산 자락을 보듬고

살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기도 하고

어느 순간

숲속으로 몸을 숨겨

세속을 향한 문을 굳게 닫고

느릿한 걸음을 걸어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하기도 하고

3-4년 전 친구를

느닷없이 떠올리게 해

어린 시절의 빛 바랜 추억을

들춰내기도 한다.

문득 짙은 외로움을 느끼게하기도 하고

정다운 사람들과

시공간을 공유하게 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둘레길은

멈추지 않는다.

빗방울이 제법 몸집을 키우고

목소리를 돋우는 날도

햇살이 뜨겁게 작열하는

여름의 한낮에도

둘레길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걸음을 내딛는다.

걸음을 재촉하여

따라 붙어도

둘레길은 꼭 그만큼의 거리를 앞서간다.

이따금씩

길가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짙은 녹음을 덮어

새들의 노래를 내놓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돌돌돌 흐르는

냇물을 끌어오기도 한다.

 

둘레길에서는

상한 마음도

지친 심신도

의식의 심층부에 쌓여 있던

회한(懷恨)이나

탐욕, 미련까지도

녹여버리는

씻김굿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둘레길은

여럿이 걸어도 좋고

둘이서 걸어도 좋고

혼자서 걸어도 좋다.

 

 

운봉읍 사무소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2코스를 시작한다. 읍사무소를 등지고 왼쪽으로 가면 시작점을 만난다.

 

읍사무소에서 200여 미터 진행하면 왼쪽으로 서림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시작점이다. 둘레길은 갈림길마다 이런 표지가 있으므로 자신의 진행방향에 따라 빨간색(1코스에서 2,3코스 방향)이나 검정색만 따라가면 된다.

간혹 다른 이정표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자체에서 개설한 다른 길이고 지리산 둘레길은 반드시 이 표지만 따라가야 한다.

 

 위 지점이 2코스 시작점이다.

 

빗방울을 맞으며 2코스 시작점을 출발, 서림공원으로 향한다.

 

서림공원에 서 있는 진서 대장군

 

 

서림공원의 방어 대장군. 뒷편의 흰색 건물은 화장실이다.

 

서림공원의 공적비

 

서림공원의 숲이 눈길을 끈다.

 

서림정

 

지리산 둘레길은 지자체에서 개설해 놓은 또 다른 길과 겹치기도 한다. 이런 표지는 바래봉 둘레길이다.

 

클로버같은데 아래 사진과 꽃도 다르고 잎도 약간 다르다.

 

흔한 클로버

 

이 플래카드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농부들을 상대로 한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헐~ 쩐다!"는 젊은층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요즘에는 시골의 나이 많은분들도 이런 말을 사용하나?

농촌에도 이런 말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나?

일부러 시골의 나이 많은 분들이 모르는 말을 사용하여 관심을 끌게하려는 것일까? 

 

 

둘레길은 거침없이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고 하여

산줄기는 물을 나눈다고 하지만

둘레길은 물을 건너기도 하고

산을 넘어가기도 한다.

둘레길은

사람고

사람을 찾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길을 걸으며

처음 둘레길을 생각해 낸 분들에 감사를 드렸다.

높은 산, 길고 긴 산줄기만 걸어야 하는 줄만 알았었는데

둘레길을 걸으면서

둘레길이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고

걸음에 삶의 활력소를 넣어 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황산대첩비

고려말 이성계아 왜적장 아지발도를 화살로 꺼구러뜨린 것을 기념하여

선조때 세운 전승기념비.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파괴해 버린 것을

다시 세워 놓은 것이다.

바로 옆에 당시에 파괴해 놓은 비석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

 

 황산대첩비 바로 옆 비전 마을에 있는 명창 송흥록 생가.

비전마을에는 민박집이 몇 집 있으며

마을 앞 나무 데크에서

5-6월, 9-10월 토요일 11시와 13시에

판소리 잔치가 열린다.

 

둘레길은

단순히 지리산을 둘러 이어 놓은 길이 아니다.

우리의 걸음을 역사의 현장으로 이끌고

우리의 문화를 펼쳐내 놓기도 항다.

그래서 

둘레길은

역사의 길이요,

문화의 현장이다. 

 

 둘레길은

그냥 걷는 것이 아니다.]

둘레길에는

다정한 이야기가

생겨나고

익어가는 공간이다.

 

비전 마을을 벗어나며 만나는 나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그들의 아픔을

눈물을

그리고

기쁨과 환희를 그대로 품어

자신의 몸을 늘여

담아 두었으리라.

그런 까닭에 우리는

나무를 베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삶의 해환들이

고스란히 간직되어야 하는 까닭에

나무는

세월을 이어

저렇게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늘을 만들어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면서

나무는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살아있어야 한다.

 

 24번 도로로 올라서기 전에 만나는 부도탑.

벽돌로 쌓아 놓은 것이 특이하고

도로변에 세워 놓은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24번 도로를 건너 빨간 색 입간판 있는 곳으로 길은 이어진다.

 

둘레길 바닥에는 이런 표지가 있는 곳이 더러 있다.

 

도로를 건너 건물 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옥게 저수지 아래를 지나

한적한 임도를 따라 걷는다.

 

 흥부골 휴양림. 파량 뒤에 있는 매점이 관리사무소이다. 

 

이곳에서 덕두산을 한 바퀴 돌아내는 길이 열려 있다.

 

휴양림 바로 아래에 있는 민박집

 

 

휴양림 아래 민박집을 지나 시멘트 임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지루하다고 느껴질 즈음

마을 대부분이 민박을 하고 있는 달오름 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광고의 카피같은 느낌이 들었던

"산을 밥에, 몸에 담다"

상당 기간 동안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나는

산길을 걸으며

아니 어떤 일을 하며

밥에

몸에 담아 본 적이 있던가.

알량한 찬사를 지르는 것으로 대신했거나

건성으로 하는 척하지는 않았던가.

 

폐부를 찌르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산을 밥에, 몸에 담다"

  

 달오름 마을에 남새밭에서 만난 감자꽃.

 

식물은

종족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우고

몸부림한다.

그리고 그 화려한 몸부림의 대가(代價)로

씨앗을 얻어

내일을 펼쳐 놓는다.

둘레길 2코스도

감자꽃의 처절한 몸부림을 따라

자신의 생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러나

2코스는

자신을 밟고 걸었던

숱한 사람들의 마음에 담겨

방방곡곡으로

흩어져

또 다른 둘레길을 만들고

또 다른 색깔의 이야기를 이어 갈 것이다.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2015년 5월 30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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