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제 1 코스 주천 - 운봉(15.1km)

힘날세상 2015. 4. 27. 21:54

제 1 코스 주천 - 운봉(15.1km)

1. 일자 : 2015년 4월 26일 일요일

2. 동행 : 백두산, 와룡서생, 산꾼되기, 해뜨람, 오후니, 아내

3. 코스 : 주천지구대 - 개미정지 - 구룡치 - 회덕마을 - 노치마을 - 가장마을 - 행정마을 - 양묘사업장 - 운봉

4. 시간 : 4시간 20분

5 지도

 

 

                 

 

6. 둘레길 수첩

* 들머리 - 주천 파출소 앞에는 대형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안내센터도 있다. 갈림길마다 둘레길 표시가 되어 있어서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다.

* 편의시설 - 중간에 마을을 지나게 되므로 간단한 음료를 구입하거나 식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 식사 - 운봉읍 입구에 있는 운봉허브흑돼지 식당에서 흑돼지 삼겹살(1인분 200g 10,000원)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름이 났는지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였다. 김치찌개 같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었다.

 

7. 둘레길을 걸으며 

 

작년에 블랙야크 100 명산을 마치고

가라앉았던 마음을 부추켜 세운다.

와룡서생형님이

전화를 날린다.

밥 먹게 나와

하필 약속이 있는 날이다.

못가는데요.

할 말이 있는데

뭔데요

둘레길 가자고.

 

그리고 백두산 누님이

유럽으로 날아가 버려

기다린 날이 오늘이다.

약속 시간에 누님 댁으로 갔더니

주차장에

산꾼 형, 와룡 형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조금 후에

해뜨람이 오고

오후니도 오고

두릅을 데쳐서 나온 누님과 같이

둘레길로 간다.

 

 

 

 

지리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참 많이도 드나들었다.

장터목 산장(현재의 발전실)이 무인산장이었을 때였으니

지리산을 생각하면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아갈

지리산.

이제

지리산을 품에 안고

산자락을 걷는다.

 

지리산에 안겨서

또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지리산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전을 에둘러 이어 놓은

삶이 묻어나는

산길,

들길,

그리고 마을길.

어쩌면

마음길일까.

 

산골짜기 깊은 마을에서

큰 마음 품고 대처로 떠나는 아들을 배웅했던 길이었을까.

돌아서 뜨거운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의 마음이 녹아있는 길이었을까.

돌아서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자식의 큰 꿈을 위해 간절한 소망을 빌었던

어머니의 길이었을까.

나뭇짐 한 지게 짊어지고

자식 생각에 힘을 얻었을

주름투성이 아버지의 땀방울이 젖어 있었던 길이었을까.

어느 날 어느 때든지

자식만을 생각하다가 하늘로 가신

부모님의 부음을 듣고

눈물 바람으로 달려오던

자식의 회한의 눈물로 다져진 길이었을까.

지리산 둘레길은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걷는다.

산으로 들어서는가 싶었던 길은

어느 순간 슬며시

마을로 내려서고

숱하게 이야기를 엮어 놓는다.

누군가는 혼자서 걷고

누군가는 속썩이는 아들과 걷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리지어 걷는다.

혼자서

마음을 두드리며 걷고

아들과

마음을 묶어서 걷고

여럿이서

세상사를 내려놓고 걷는다.

그래서 둘레길은

삶의 고통을 끌어안고 걷기도 하고

삶의 아픔을 털어놓고 걷는다.

 

기운차게 샘솟는 생명의 약동을 느끼기도 하고

뜨겁게 내려박히는 햇볕을 끌어안기도 하고

황금 들녘의 풍요로움을 거두기도 하고

몰아치는 북풍한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둘레길은 이야기가 있다.

 

혼자서 걷고 싶었다.

원초적 외로움에 빠져

조금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모퉁이 돌아설 때에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답답한 마음을 열어 놓기도 하고

나의 내면으로 들어서보고

나를 비추고 있는

거울을 들어

지난 날의 시간을 반추해 보기도 하다가

털썩 주저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보기도 하고

나와 견주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즐겁기도 하고

가슴 저리기도 하면서

둘레길은 혼자서 걷고 싶었다.

 

혼자 있을 때가 좋다.

무게감이 없어서 좋고

삶의 범위를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어서 좋고

아무 때나 돌아설 수 있어서 좋고

마음 내키는 대로 눈물 지을 수 있어서 좋고

혼잣말을 할 수가 있어서 좋다.

 

그러나

오늘 여럿이서 둘레길을 걷는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것대로 맛이 있고

갑자기 진지해져서 아픈 마음을 서로 싸매기도 한다.

여럿이 걷는 것도 하나의

둘레길이다.

 

열흘 동안

둘레길을 걸었다는

남원의 고등학생들을 보며

여럿이 걷되

혼자 걸어가는

그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마음에 담아 두었을

그들의 시간을 읽어보고 싶었다.

아픔일까.

눈물일까.

의지일까.

희망일까.

아니면

자신감일까.  

 

물고기 몇 마리쯤은 살아갈

작은 강물이 흐르고

푸르른 바람이 불어오는

둑길을 따라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

수 억만 년전부터

강물이 흐르고

산자락에 나뭇가지 자라나고

하늘을 돌아

햇살이 흘러 내렸을 길은

그 만큼의 두께로

사람들의 이야기도 퇴적되어 있었을 것을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역사이었을 것을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에서

세웛을 보고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힘찬 등성이를 보면서

둘레길에서

나를 만나고 싶었다.

힘차게 살고 싶고

바르게 살고 싶고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으려는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지리산 산자락을 따라 걷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다.

나를 따라 걷는다.

 

 

 

제1코스 출발점에 있는 주천파출소

 

주천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예비군 사무소. 이 건물 뒤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1코스 시작점 안내판

 

 

이제 출발

 

이곳까지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구룡치까지 적당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소나무도 바라보고

 

숲길을 벗어나면 만나는 정자나무 쉼터

 

길가에 세워 놓은 안내판인데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논에 심을 모가 잘 자라고 있다. 요즈음은 모를 대단위로 길러서 판매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직접 모를 기르지 않고 이렇게 대량으로 길러낸 것을 사다가 모내기를 한다고 한다.

 

갈림길마다 표지가 있어서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가장 마을.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백두대간길에 있는 노치마을. 챠량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백두대간 수정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노치마을

 

노치마을 버스 시각표

 

둘레길은 느긋하게 걸어야 한다.

좋은 화두를 들고 걸어볼만한 길이다.

 

동복 오씨 가족묘 앞에 있는 휴게소에 세워 놓은 민박 안내판

 

덕산교에 세워 놓은 안내표지. 우리는 빨간색 방향으로 간다. 갈림길마다 이런 표지가 있으므로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행정마을에 건충 중인 마을회관.

 

 

이후부터는 배터리 아웃으로 촬영을 못했다.

 

 

2015년 4월 26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