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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6 차 지리산 벽소령 산행기

힘날세상 2014. 10. 11. 22:06

제 336 차 지리산 벽소령 산행기

1. 일자 : 2014년 10월 11일 토요일 맑음

2. 동행 : 아내

3. 코스 : 음정마을 위 차단기(08:50)  - 연하천 삼거리(09:50) - 삼각고지(10:55) - 형제봉(11:40 - 12:20 점심) - 벽소령 대피소(13:00 -13:20) - 임도(13:26) - 연하천 삼거리(14:03) - 음정마을 위 차단기(14:40)

4. 시간 : 5시간 50분

5. 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음정마을까지는 2차선 포장도로가 이어지지만 음정마을을 관통하여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면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스용차 10여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차단기를 넘어서 비포장도로가 벽소령까지 이어지는데 이것이 소위 작전도로이다.

2) 갈림길

  * 연하천 삼거리 - 작전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돌 계단길을 만나게 되고 이정표가 있다.

  * 삼각고지 - 연하천 삼거리에서 연하천 대피소 방향으로 돌계단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오르면 감시초소와 이정표가 있는 삼거

        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삼각고지이다. 벽소령을 먼저 올랐다가 역순으로 하산하는 경우에도 이 삼각고지 갈림길을 놓

        치지는 않을 만큼 확실하다.

  * 벽소령 - 벽소령에서 음정마을로 하산하는 길도 이정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벽소령 대피소 앞마당이 아주 좁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 산행 TIP - 하산시 무릎 부담을 고려한다면 연하천 삼거리에서 삼각고지로 먼저 오른 다음 벽소령에서 음정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벽소령에서 음정마을까지는 작전도로를 따라 하산하기 때문에 지루하기는 하지만 무릎 부담은 거의 느

        끼지 않았다.

 

 

7. 산길을 걸으며

 

참 오래만에 지리산으로 들어선다.

느닷없이 벽소령에 생각이 난 까닭이다.

 

지리의 주능에 앉아

파란 가을 하늘을 더듬고 싶었다.

벽소령!

손바닥만한 마당에서

가을의 한 가운데에 빠져본다.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할 그리움이 밀려와

근육질의 산등성이를 덮어가는데

가을은 슬몃슬몃 돌아서려고 한다.

 

지리산에서

자유롭게 야영을 하던 시절

1976년 대학 1학년 때

벽소령은 샘 하나가 솟아오르는

공터에 불과했었다.

그곳에서

가슴에 담았던 달밤.

북쪽의 음정마을과

남쪽의 의신 마을을 두텁게 덮고 있던

하얀 구름

그 위로 질펀하게 쏟아져내리던

달빛.

 

하루쯤,

벽소령 달빛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날

정말 하루 밤 정도는

이곳에서 야영을 허락 받을 수는 없을까.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그리움을

조용히 되새겨볼 수는 없을까.

지리산에서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볼 수는 없을까.

생태계 보존도 좋고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할 아름다운 자연도 좋지만

빛 바랜 아날로그의 시간을

반추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무리의 산객들이 들어서면서

벽소령의 상념은 흩어지고 만다.

달빛도

흰 구름도

주능선을 넘어서던

바람도 흩어지고

벽소령은 조금은 소란스러운 대피소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리산에서

가을을 보았다.

산자락 가득히 담겨 있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가을을 보았다.

음정마을로 내려서는

호젓한 임도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아픔들을 조금은 털어 낼 수 있었다.

 

산은 이렇게 걸어야 한다.

산꼭대기만 올라가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고

빠른 길만 찾아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만 하는

잘못된 산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

 

지리산은 오늘 내 마음 안에서 살아 있었다.

아니

나는 지리산에서 살아 있었다.

 

 

 

음정 마을 위 도로 종점. 10여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말에는 택시가 이곳 도로 종점까지 올라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정표에 꽂혀 있는 택시기사 명함

 

 

벽소령으로 오르는 작전도로에 핀 들꽃

 

가을이지만 햇살은 제법 따가웠다.

 

작전도로의 모습. 느릿하게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연하천 삼거리의 이정표

 

위 지점에서 연하천 대피소 방향으로 오르는 돌 계단 길. 한 시간 정도 걸어 삼각고지에 오를 때까지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고도를 높이면서 가을은 깊어지고 있다.

 

삼각고지로 오르는 중간에 샘터가 있다. 그러나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삼각고지에서 삼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러나 이곳에서 도솔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통제구간이다.

 

 

 

지리산에는 이미 가을이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삼각고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연하천, 왼쪽은 벽소령 방향이다. 앞에 보이는 초소는 2시 이후에 이곳을 통과하는 산객들을 음정으로 하산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삼각고지의 이정표. 음정 방면 하산길이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형제봉에서 본 광양의 백운산. 백운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능선은 최고이다.

 

형제봉에서 본 천왕봉(좌)과 세석의 촛대봉(우)

 

 

아름다운 단풍

 

형제봉에서 본 천왕봉

 

형제봉 전망대

 

골짜기를 따라 단풍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형제봉에서 본 명선봉(우)과 토끼봉(좌) 뒤로 반야봉도 빼꼼히 보인다.

 

형제봉에서 본 천왕봉과 벽소령

 

지리산의 가을

 

형제봉의 바위

 

 

바위가 좋은지 하늘빛이 좋은지

 

돌아본 형제봉

 

벽소령 너머로 천왕봉

 

오늘 걸은 산길. 아름답다기보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거대한 암문

 

벽소령.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시간이 담겨 있는 곳이다.

 

음정으로 하산하는 길. 6.7km의 임도를 따라 하산하게 된다.

 

대피소 앞마당에서 본 단풍

 

벽소령 산장. 지리산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한다.

 

산행 통제 안내판. 벽소령에서 연하천 방향 통제시간은 오후 3시이다.

 

벽소령에서는 의신마을로 하산하는 길도 열려 있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5분 정도 내려오면 만나는 임도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

 

작전도로는 여기에서 막아 놓았다. 저 안내판 뒤로도 도로가 이어지는데 통행을 금하고 있다. 이 도로가 벽소령을 넘어 의신 마을로 이어진다. 언젠가 이 도로를 포장하여 관광도로로 개설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만약에 이 도로가 개통된다면 지리산은 끝날 것이다.

 

이제 도로를 따라 음정마을로 하산한다.

 

낙석지역. 혹시 낙석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다시 돌아온 연하천 삼거리.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서 산행을 마감한다.

 

2014년 10월 11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