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단일기를 시작하며
세상에
태어나서 뭘 좀 알기도 전부터
학교에 발을 디딘 이래
아직까지
학교의 울타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도 좁고
하는 짓도 꼭 애들 같기만 합니다.
하여
늘 마눌에게 지청구를 듣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은 속도 모르고
때묻지 않은 삶이라느니
순수한 애들하고 놀아서 좋겠다느니
하면서
좀 비아냥거림쯤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교무실 창으로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안개 낀 주로(走路)처럼 흐릿한 게
세상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저 아무 것도 모른 체
책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무엇을 내세울 만한 것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어딘지 한 구석에
살짝 피워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다가산 자락에 매달리는
허접한 이야기들을 이어 볼까합니다.
자신의 생각하고
다른 시각일지라도
그저 분필가루 밑에서
아이들 가르치면서 느끼고 바라본
불초(不肖)한 선생의 넋두리거나
달리지도 못하는 녀석이 괜히 심술이나 부리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접어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교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봄은 왔건만 (0) | 2012.03.15 |
---|---|
4 폭포와 분수 (0) | 2009.07.28 |
3 눈 내리는 날 (0) | 2009.07.28 |
2. 어디 세상이 재밌겠느냐고 (0) | 2009.04.18 |
1. 학교는 학교이어야 한다. (0) | 2009.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