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가기

2001 순천마라톤대회 참가기

힘날세상 2009. 7. 28. 10:02

2001 순천대회를 달리고

 

정말 미치도록 좋았습니다.

날씨, 참가자 모두 깜박 죽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날씨 처음 맛보았습니다.

코스,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평탄하고 좋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 클럽 회원들에게는 재미없었지만-----.

기록, 모두들 최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이광순회원은 자기 동네라고 마구 휘저어 버리면서 17분을 당겨버렸으니 이것을 어찌해야 합니까?

지원, 만족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경품 추첨 같은 것 뭐하러 당첨됩니까? 우리 회원들은 단 한 명도 안되었지만, 어느 클럽보다 푸짐한 선물을 안고 왔습니다. 10kg 자리 단감은 6박스, 무슨 녹차 과자도 몇 박스, 쌀도 몇 포대, 소주와 맥주 수량을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거기에다가 한병록 형님은 아이들 가지고 노는 풍선까지 하나.

 

돌아오는 길 정말 즐거웠습니다.

우선 이광순 회원의 구역인 괴목이라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생고기가 좋았습니다. 주인 마나님과 족보를 따져보니, 7년 후배이고 친구 처제이고, 동생이고, 동생 친구이고, 친구 옆집 살고 등등 엄청남 인연이 닿아 푸짐하게 먹었고, 또한 누룽지까지 한 판 주어서 터지게 포식했습니다. 술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것을 마셨죠.

음식점에서

" 아줌마, 월전 중학교 나왔소? "

"예, 근데 여째 그런당가요?"

"몇 회요?"

" 9횐데요."

"나는 2회요."

이상무의 그 당당하고 빵빵한 얼굴을 보라. 다정하고 다감하다 못해 동정심까지 유발하는 그 당당한 이상무의 얼굴을.

" 누구야요?"

"아, 우리 언니 신랑인데."

그리고 우리에게는 고기가 막 들어왔다. 무슨 갈매기 고기라고 막 주는 것이었다.

터지게 목고 돌아오는데 이상무 비닐 봉지에 뭔가 들고 있다. 누릉지 한 판.

죄우지간 신나게 먹었다.

괴목 장터가 자기 구역이라고 몇 번을 힘주어 말하는 이광순 회원!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달리는 속도가 늦다고 강석곤 회원이 추궁한 사실을 털어 놓으며 내년에는 안데리고 뛴다고 하는 이영미회원, 초반 오버페이스로 레이스를 망쳤다는 신용비회원, 천하에 황코치가 어찌 신용비 회원에 대해서 콫치를 못했을까하는 푸념, 등으로 이어오는데 어느덧 버스는 천왕봉 휴게소에 들렀고, 그 곳이 이영미 회원님의 사촌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굳이 차 한 잔해야 된다고 해서 시간 끌고, 전주에 와서는 경비 3만원 남았다고 입가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만원 남았는데 한 잔 만 딱 하고 가요."

오늘 총무를 맡은 오우정 회원의 말,

기다렸다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좋죠."

"안돼. 같이 왔으니까 같이 집에까지 가야지."

이영미 회원은 처음에는 강력했으나

" 좋아요. 당신이 오늘을 위해 그동안 잘해줬으니까 한 잔하고 오세요."하고 다소곳이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신바람이 난 강석곤 회원, 달마 오우정, 오늘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마사매당 한연수회원, 오랫만에 고향에서 신나게 달렸고 무려 17분을 단축했다는 이광순 회원, 그리고 최태규회원은 기분좋게 2차로 진출하였다.

모두들 기분이 좋았고, 즐거웠다. 모두다 다시 가고 싶은 대회라고 입을 모았다.

같이 가지 못한 회원들은 퍽이나 아쉬울 것이다.

이런 대회가 또 어디있을까?

 

200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