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가기

2001년 도민 마라톤대회 참가기

힘날세상 2009. 7. 28. 12:34

따가운 햇살만 있었다.

 

작성일 2001-12-03 오후 8:05:01

제1회 도민 단축마라톤대회 참가기

  

언제나 그렇듯이 마라톤 대회장은 적당한 무질서가 있어서 좋다. 대회본부에서 지급받은 셔츠에 번호판을 붙이는 사람, 나름대로 체조를 하고 몸을 푸는 사람, 옆사람과 무엇인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 트랙을 힘차게 달려보는 사람, 가족끼리 서성거리며 즐거운 얼굴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8시를 지날 무렵 약속한 장소에 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흰색의 산뜻한 유니폼이 보기에 좋다.훈련부장의 지도에 따라 가벼운 체조를 하고 운동장 밖을 따라 조깅을 하였다. 두 바퀴를 돌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트랙을 두 바퀴 돌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트랙을 돌고 있다. 몸에 땀이 날 즈음해서 스트레칭을 하였다. 몸이 가볍다. 트랙을 따라 100m를 전력 질주하는 것을 몇 번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그 때 최병준 전회장님이 오셔서 담소를 나누다가 출발점으로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출발선에 몰렸으나 우리 클럽 회원들은 몇 분(순위를 다투는 고수들)을 제외하고는 맨 뒤에 섰다. 1분 1초를 다투는 극심한 기록 경기가 아니므로 출발선보다 어느 정도 뒤쪽에 서있어도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경기를 경기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 족저근막염과 어깨에 붙은 담으로 8월 한 달을 거의 달리지 못한 나로서는 힘껏 달릴 자신이 없었다. 지난 주 30km 달리기도 도중에 일부 구간을 승차하고 말았지 않았던가. 나는 아내의 페이스를 조절해 주기로 하였다.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는 것을 막아 55분정도의 기록을 내보자고 약속하였다. 아내는 여자 50위 안에 들어갈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다. 함평 마라톤에서 40대 3위에 입상하여 상장을 받고 나서 기고만장해 있는 것이다.

5km가 먼저 출발하고 10분 후에 출발하였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빠져나가게 되었는데 주최측의 치밀하지 못함을 엿볼 수 있었다. 기록을 위해 빨리 달리는 선두와 후미가 약간 엉키고 만 것이다. 마지막에 들어올 때 한 바퀴 돌렸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다.

수당문을 나서 백제로로 접어들어 백제교를 건넌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더위에 이 무슨 미친 짓이냐는 눈으로 바라본다. 아내를 적절한 페이스로 이끌려고 하니 잘 안되어서 아내를 앞세웠다. 그리고 빠른 경우만 속도를 늦추게 하였다. 서곡교를 지나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아내는 늘 오르막에서 힘들어 한다. 그러나 오늘은 달리는 속도가 괜찮다. 석곡지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삼천천 뚝길로 들어선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거리 표지도 없어서 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앞에 박옥선 회원이 달리고 있다. 요즘 업무가 바빠 연습을 못하여 힘들다고 한다. 용산다리에서 급수를 하고 있다. 물은 완전히 데워져 따뜻했다. 마시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아내는 물을 마시고는 배가 아프다고 한다. 힘이 부치는 듯하다. 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속도로 달리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힘드는 것인가. 아내를 뿌리치고 달려 나가려고 하였으나 더운 날씨에 아내 혼자서 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끝까지 같이 달리기로 한다. 덕일중학교 앞에서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구급차가 와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라서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 것이리라. 힘들어하는 아내는 이끌고 명성아파트 앞까지 왔다. 빨간 옷을 읿은 여자 선수가 우리를 추월해 간다. 아내는 추월해 가는 여자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약간의 속도를 낸다. 이제는 스퍼트를 해야 할 것 같아 아내에게 속도를 올리자고 주문한다. 아내는 힘들어 한다. 우리 앞에 달리던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추월했다. (이 때 추월하지 못했으면 트로피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 후에도 아내는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을 잘 달려야 전체를 잘 달린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전라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유도요원이 300미터 남았다고 한다. 수당문을 돌아드니 바로 경기장이다. 전주 경기장은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운동장이다. 그래서 좋다. 더구나 오늘 경기는 마지막 트랙을 돌지 않아도 된다. 아내는 있는 힘들 다하여 달린다.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진행요원이 아내를 붙들고 10등이라고 한다. 56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이제까지 달려온 아내를 보듬어 주려고 했는데 진행요원이 데려가 버리는 바람에 나는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원한 바람이 한줄기 온 몸을 휘감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