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6 차 선운산 산행기
1. 일자 : 2103년 9월 14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선운사 주차장(15:25) - 경수봉 갈림길(15:30) - 능선(15;57) - 마이재(16:20) - 선운산(16:33 20분 휴식) - 마이재(17:03)
- 석상암(17:20) - 선운사 매표소(17:35) - 선운사 주차장(17:40)
4. 시간 : 2시간 15분
5. 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주차장에서 동백호텔 방향으로 가면 체신청 휴양소 앞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경수봉/마이재 이정표가 서 있는 '경수봉 민박'을 만난다 이곳에서 마이재 방향으로 진행하면 숲 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므로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
2) 선운사 주차장
초대형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으나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다만 선운사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한다. 오직 한 곳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는 곳은 경수봉 들머리이다.
7. 산길을 걸으며
아침부터 퍼 부었다는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흔적없이 물러나버린 오후
완연하게 익어버린 가을 햇볕을 보듬고
선운산을 오른다.
산길로 접어드는 발걸음을
반겨주는 것은
화사하게 웃고 있는 꽃무릇이다.
꽃잎과 잎파리가 서로 만나지 못해
애태운다는 꽃.
꽃잎이 화려하기에 더욱 안타까운
꽃무릇.
영광 불갑산의 꽃무릇을 본 적이 언제던가.
추석 연휴가 지나면 제대로 피어날 것인데
올해도 그냥 지나칠 듯 싶다.
경수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에 올라
아직 남은 햇살을 즐긴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산책하는 걸음으로 걸으며
1월 26일 계룡산에서 시작한
블랙야크 40명산 산행을 되돌아 본다.
앞에서 걷고 있는 아내와
전국에 솟아 있는 40개의 명산을 오르며
내가 걸었던 산길과
내가 내디딘 걸음들이 만나서 피워낸
숱한 시간들과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내가 마음 깊이 갈무리한 느낌은 어떤 것인가.
무엇에 얽매이고
틀에 짜 맞추는 형식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일정을 정해놓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40명산 산행과 같은 산행방식은
언제나 개운하지 못한 걸음이었다.
마이제를 지나
선운산 수리봉에 올랐다.
아침 나절의 폭우를 모두 걷어내 버리고
나뭇 가지 사이를 뚫고 내려 앉은
통랑한 가을 햇살이
우리를 맞아 준다.
푸르디 푸른 하늘이
새털 구름을 흩날리며
40명산 완등을 축하해 주었지만
무엇 때문에 지독한 허무감이 몰려 든다는 말인가.
1999년 춘천마라톤 풀코스 마라톤을 처음 달리고
피니쉬라인을 밟는 순간
내 마음을 휘감았던 그 허무감이었다.
8개월을 이어왔던
40명산의 마지막 봉우리를 밟았다는
긴장감이 풀어지는 순간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애꿎은 가을 햇살만 바라보았다.
마라톤에 한동안 빠져 있을 때
수없이 받은 질문에 나는 한 번도 대답하지 못했었다.
왜 달리는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시 산으로 돌아다니면서
왜 산에 가는가라는 물음에
역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40명산을 왜 올랐느내고 물었을 때
역시 아무런 대답을 못할 것이다.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맬러리 말했다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왜 사는가와 똑같은 질문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할 때도
내 마음 속으로 하는 대답은
'살아가는 한 과정이다'였다.
오늘 누가 산에 가는 이유를 물었어도
나는 속으로만
'살아가는 한 과정이다'이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산길에 동행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허접한 나의 삶에 용기를 넣어주고
힘을 실어 주었던 아내의 발걸음에
늘 감사한다.
그래서 걸을 수 없는 그날까지
우리는 산에 오를 것이다.
이제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좀 더 조용한 방식으로
또 다른 산행을 이어갈 것이다.
선운산을 내려온다.
지금까지 40명산을 오르면서
내가 품었던 탐욕과 경쟁심과
의무감 같은 것들을
모두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운산을 내려온다.
울긋불긋한 가을 서사시를 만들고 있는 가을 햇살이 앞에서 걷고 있는 아내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선운사 대형 주차장
경수봉 갈림길을 지나는데 하늘이파랗다. 이곳에서 경수봉은 개울을 건너 오른쪽이고 우리는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간다.
느닷없이 나타나 우리를 반겨준 꽃무릇
아침에 비가 많이 와서 계류가 흐르고 있다.
능선에 오를 때까지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경수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 오르면 이런 산길이 이어진다.
선운사에서 석상암을 거쳐 오르면 만나는 마이재.
마이재 등산 안내판
선운산 수리봉 정상
정상에서 본 개이빨산 방향
정상에서 본 심원 앞바다.
저것이 위도일까
돌아본 선운산 정상
다시 마이재로 내려왔다. 하산길은 오른쪽이다.
석상암
40명산 산행을 마친 오늘 우리를 맞아 준 가을 하늘
2013. 09. 14.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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