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종주기

16구간 곰치 - 감나무재 산행기

힘날세상 2009. 7. 6. 17:13

호남정맥 16구간 곰치 - 감나무재 산행기

1. 일시 : 2008년 4월 12일(토)

2. 동행 : 아내

3. 날씨 : 맑음

4. 거리 : 26.3Km 도상거리 22.9Km

5. 시간 : 11시간 15분(05:20 - 16:35)

곰치(05:20) - 476봉(05:55) - 임도(06:05) - 475봉(깃대봉 표지판 06:10) - 백토재(06:25) - 국사봉(499.1m 06:35) - 깃대봉(448m 06:55) - 노적봉(땅끝기맥 분기점 430m 07:10) - 삼계봉(503.9m 07:40) - 장고목재(08:03) - 422봉(08:33) - 516봉(가지산 이정표 08:45) - 가지산 삼거리(이정표 08:53) - 가지산(509.9m 09:05) - 가지산 삼거리(09:15 간식 20분 09:35 출발) - 장평 우산 갈림길(09:58) - 바위 전망대(10:10) - 350봉(10:23) - 피재(820번 지방도로 10:45) - 384봉(11:05) - 헬기장(11:46) - 병무산(헬기장 513.7m 11:55 점심 30분 12:25 출발) - 511봉(헬기장 12:40) - 임도(12:53) - 471봉(13:10) - 금장재(13:15) - 용두산(551m 13:35 휴식 13분 13:48 출발) - 456봉(14:03) - 357봉(14:15) - 만년임도(시멘트 포장 이정표 14:35) - 345봉(14:50) - 367봉(15:15) - 369봉(15:35 간식 15분 15:50 출발) - 338봉(16:00) - 318봉(16:03) - 350봉(16:20) - 감나무재(구 2번 국도 16:35)

 

  6. 특기 사항

1) 곰치

 

곰치 들머리에 있는 안내판. 위종환 기사님 집 앞이 들머리다.

 

 

곰치 휴게소에서 장평 방향으로 100여 미터 가면 들머리에 장평 개인택시(061 - 862 - 3858 위종환 기사님) 차고가 있고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산행 후 감나무재에서 전화를 하면 친절하신 기사님이 10여 분만에 도착한다. (곰치까지 13,000원)

 

 

 2) 피재

 

 

 장흥군 장평면과 유치면을 잇는 820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고개로 고갯마루에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벚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장평쪽으로 100여 미터 내려가면 싸리나무 식당(061-862-3511)이 있어 식사나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3) 감나무재

 

 

 

 

구 2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으로 기도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협소하지만 승용차 몇 대는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다. 다음 구간 주차를 걱정하자 장평 택시 기사님은 봇재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택시로 감나무재로 이동하여 산행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광주에서 진입할 경우 이양면을 지날 무렵 전화하면 봇재에서 감나무재로 이동하는데 기꺼이 택시를 운행해 주겠다고 한다.

 

4) 장흥군과 정맥길

곰치에서 감나무재까지 이동하는 정맥길을 장흥군에서 잘 다듬어 놓고 일림산(삼비산)까지 이정표를 세워 놓아 산행이 아주 편안했다. 반바지를 입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하다.

 

7. 산행 지도

 

 

 

 

8. 산행기

 

 

1 새벽

 

 

 

새벽을 걷는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호남정맥의 등허리를 걷는다.

걸음은

걸음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마음을 따라 걷는다.

 

 

 

 

무엇을 이유로

정맥을 더듬어 가고 있는가

선답자들이 달아 놓은

리번의 손짓을 따라

그저 걸음을 옮기고만 있는가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어

호남의 들녘을 가르며 흐르는

산줄기의

정신을 갈무리하여 숙성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나뭇가지 붙들어

이제 찬란히 피워 오를 햇살을 안아야 하리.

정맥을 걷는 발걸음으로

산하(山河)의 신선한 호흡으로

 

 

2. 시간

 

 

 

 

걸어온 정맥을 이어

다독여 온 시간을 이어

산등성이에 걸어 놓으면

붉은 걸음으로

이어지는

진달래의 가녀린 노랫가락 만큼이나

그리움 가득할까

잃어버린 시간은 아니었을까

가슴저린 시간은 아니었을까

 

 

 

3. 보춘화(報春化)

 

 

 

소나무 비탈에 서서

다소곳이 얼굴을 내민

보춘화(報春化).

잎은 부러져 허리통이 드러났는데

안간힘으로

이겨낸 세월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없건만

저렇게 토로(吐露)하고 있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서러움을 닦아내며

언제부턴가 세상을 향해 서 있어도

소심(素心)이 아니고

주금화(朱金花)가

아니어서

향내 한 번 맡아 주지 않는

처량함.

그러나

우리는 안다.

비탈에 서 있는 보춘화 속에서

소심(素心)이 있고

주금화가 있는 것을.

 

 

 

4. 등산화

 

 

 

두타 청옥의 등성이를 밟아

열 네 시간

발바닥은 안락한 자세로

허벅지 타고 오르는 통증을 향해 낄낄거렸다.

몸뚱이를 던져

발바닥을 감싸 안았던

잠발란

비르람의 이야기는 끝내 듣지 못한 채

마루금에서

툭 터지는 조망에 마음이나 풀어 놓으면서

답답함을 다 내려 놓았다고

큰 숨이나 들이키면서

점심 먹다가 부딪친

잠발란은

아무 말이 없었건만

나는 왜 고개가 자꾸만 숙여질까.

 

 

5. 꽃

 

 

 

 

 

꽃은 언제나

비탈에서 핀다.

아니 비탈에서는 꽃이 핀다.

얼마나 몸부림해야

얼마나 가슴을 쥐어 뜯어야

진한 색깔의 웃음을 웃을 수 있는가.

 

 

 

 

 

산에서

피는 꽃은

이름이 없으면 좋아라.

저만치

혼자서 피어나면 좋아라.

 

 

 

 

고개를 못 들 부끄러움 있으면 어떠랴.

내놓을 것 없다고

작은 얼굴 가렸으면 어떠랴.

이미

한 떨기

꽃인 것을.

그리움의 페이지에

이미

또렷한

연서(戀書)를 써버린 것을.

 

 

 

 

 

 

6 산꼭대기

 

 

 

 

산꼭대기에 서지 않아야

산꼭대기를 볼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얼마를 걸었는가.

정맥 한 구간을 마무리 할 때 쯤

불쑥 막아서는 봉우리

하늘을 찌를 듯 높아 보여도

어느 틈엔가

꼭대기에 서지 않았던가.

 

 

 

 

 

힘들여 밟으면

세상을 딛고 섰다는 자만심은 놓지 못하고

세상을 내려보며

히죽거리지만

다시

꼭대기 올려다보던

꼭대기에서 내려 보던

산 밖으로 내려서야 하는 것을

 

 

 

꼭대기에선

오만한 자세로만 서는가.

 

 

2008. 04.15.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