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무엇인가 기대를 가지게 하는데, 그래서 9월이 되면 늘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추스려 새로운 삶을 그려내는데,
오늘(9월 3일) 딸을 북경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음이 허전하여 자꾸 하늘만 바라본다.
1995년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아이와 3학년이던 아들의 손을 잡고 전주 서부시장 신신중국어학원에 등록하던 날은 남들이 하지 않는 중국어를 가르쳐 놓으면 안하는 것보다 좋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영어를 가르쳐야지 무슨 중국어를 가르치냐고 나를 질책했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중국어는 딸아이의 인생이 되어버렸다. 그 중국어로 인해 서울로 대학을 갔고, 북경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산동 사범대학, 대만대학교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었고, 캐나다까지 가서 1년 동안이나 혀를 굴리고 다니더니 중국과 대만을 상대로 하는 회사의 해외사업팀에서 신나게 근무하더니..
...오늘 더 큰 날갯짓으로 북경으로 갔다. 제대로 된 중국어 교육을 전공하여 자신만의 중국어 교육법을 확립하겠다는 꿈을 안고 북경으로 갔고, 나는 또 딸아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아빠 울지 마시고.. 나 잘 할 수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옆집에 다니러 가는 마음으로 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것인가.
내일 공항으로 배웅하겠다는 아내를 서울에 남겨 놓고 혼자서 전주로 내려온 어젯밤 거의 잠을 못이루며 마음을 다지고 다졌다.
'그래,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네가 계획했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
그래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고 출근을 했는데 막상 12시 30분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을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참 견디기 힘들어졌다. 부모의 마음일까.
중국정부에서 학비에 기숙사에 생활비까지 지급하면서 석사과정을 가르쳐준다고는 하지만,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어디 편안하겠는가 말이다.
젊은이들은 이런 나를 보고 웃을 것이다. 어른들은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걱정을 사서 한다고.. 왜 자식을 못 믿느냐고..
어제 SBS 정글의 법칙을 촬영하러 마다카스카르로 떠나는 37살의 아들(박정철)을 보내는 몇 번씩이고 아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보았다. 괜히 나도 눈가가 적셔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딸아이를 믿는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깔끔하게 해내는 아니니까. 훗날 더 큰 마음으로 더 큰 모습으로 돌아와 중국어 교육 전문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펼쳐낼 것이라고.. 그래서 2년 동안 마음을 편안히 하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딸아이를 기다려야겠다.
9월은 그리움의 달인데 2년 동안은 딸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북경의 하늘을 그려보며 마음을 다독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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