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40차 방장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1. 2. 21. 20:14

140차 방장산(전북 고창) 산행기

1. 일시 : 2011년 1월 3일(월)

2. 동행 : 아내

3. 코스 : 앙고살재(11:30) - 방장사(11:50) - 갈미봉(12:05) - 활공장(12: 28) - 방장산(742.8M 13:30 점심 40분) - 734봉( 15: 15) - (갈재(16:10)

4. 시간 : 4시간 40분

5. 산행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 앙고살재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산행 안내 초소도 있으며 들머리가 잘 표시되어 있다.

    2) 산행 코스 : 리본과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3) 차량 회수 : 갈재에 차를 두고 백양사 택시를 호출하여 앙고살재로 이동하여 산행을 한다. 

                        011 - 601 - 8942  택시비는 12,000원이다.

 

7. 산길을 걸으며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던 방장산 심설 산행에 나선다. 그 동안 고창 지방에 내린 눈이 60센티가 넘기 때문에 새해를 여는 마음으로  고창으로 향한다. 호남고속도로 내장산 IC에서 빠져 입암면을 지나 갈재로 오른다. 갈재로 오르는 길은 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쉽게 갈재까지 오른다.

 

앙고살재 안내소

 

방장산으로 오르는 길

 

앙고살재 주차장(사진의 한 가운데 차량이 서 있는 곳)은 10여대 이상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장사로 가는 길에 이런 비석이 있다.

 

방장사

 

배넘어재에 있는 안내도

 

   갈재에 주차하고 백양사 택시를 호출하여 앙고살재로 간다. 20여분도 안 되어서 앙고살재에 도착한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산으로 들어선다. 등산로에는 눈이 많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다닌 듯 길이 잘 나 있다. 숨이 거칠어질 무렵 방장사에 도착했다.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방장사는 거들더 보지도 않고 산 사면을 오르니 능선을 만난다. 문넘어재이다. 능선을 타고 걷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사방으로 간간이 내다 뵈는 조망을 즐기는 것도 그렇고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 좋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길을 벗어나면 허리까지 빠진다.

   갈미봉도 지나고 배넘어재도 지나고 억새봉도 지난다. 모두가 고만고만하다. 벽오봉을 지나자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이다.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거기에다가 칼바람까지는 아니어도 눈을 뜨기가 힘든 바람이 사정없이 얼굴을 할퀴어 댄다.

  고창읍내가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갈길을 바라보니 방장산이 온통 흰빛으로 빛난다. 아내는 감탄사를 연해 쏟아낸다. 눈을 보니 어린애마냥 즐겁다. 바람을 피해 서둘러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이내 오른쪽으로 임도를 만난다.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산길을 지나 임도를 오른쪽으로 두고 나란히 걷는다. 고창고개에에서 임도와 길을 나누어 능선으로 올라선다.

 

갈미봉

 

 

방장산의 이정표는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나무판에 새겨놓은 안내도도 활공장까지만 되어 있을 뿐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활공장의 독야청청한 소나무

산 아래 들판이 눈 속에 파묻혀 있다.

 

활공장에서 본 가야할 방장산

 

  방장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설국이다. 언젠가 한라산 영실에서 윗새오름으로 오르는 중에 만난 설경이 생각난다. 나무들이 눈을 못이겨 아래로 몸을 비틀고 있다. 

  방장산 정상에 도착하니 13시 30분이다.  4-5명이서 밥 먹기 좋은 장소가 있다. 바람도 피하고 아래로 아름다운 풍경도 펼쳐지고..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으나 사실은 걱정이다. 방장산 정상에서 갈재로 이어지는 길은 사람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러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갈재로 향한다.  봉우리에서 내려서는데 길이 없다. 왼쪽으로 리본이 달려 있는데 전혀 러셀이 되어 있지 않다. 할 수 없이 내려서는 데 허리까지 빠진다. 산사면을 돌아 20여 미터 전진하는데 10여분이 걸린다. 걱정이 된다. 뒤에 오는 아내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으나 만약 이대로 러셀을 해야 한다면 갈재로 가는 것을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돌아서야 한다. 재빨리 고창고개까지 간 다음 거기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일단 침착하자.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절대 당황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 걱정을 하며 사면을 돌아서는데 러셀이 되어 있는 길이 있지 않은가. 봉우리에서 왼쪽에 달린 리본에 정신이 팔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놓친 것이다. 봉우리에서 내려설 때는 여러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더구나 리본이 달린 길은 러셀이 되어 있지 않았는데도 성급한 마음에 확인하지 않고 내려선 것이 실수 였다.

  한 두 사람이 진행한 듯 쌓인 눈이 발목을 잡는다. 아내를 뒤에서 따라오게 하면서 러셀을 하며 걷는다. 734봉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 길이 줄어 들지 않는다. 아내는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사실은 산행을 늦게 시작하여 갈재까지 어둡기 전에 내려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베낭 속에 랜턴이 있고 734봉까지는 전에 올라와 봤던 길이라 어느 정도 안심은 되었지만 머리 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일단 눈에 들어오는 설경은 그런 걱정 쯤은 멀리 날려 보내고 있었다. 

  설경.

  그랬다. 눈 세상이었다. 느닷없이 유종원의 '강설(江雪)'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강에서 낚시질 한다는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앞의 두 구절은 딱 어울리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오후 3시 15분 734봉에 섰다. 봉우리래야 바위 투성이라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곳이다. 그래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뜨거운 생강차를 마신다. 발아래로 산자락을 돌아가는 임도가 그리움을 가득 싣고 느릿한 걸음을 걷고 있다. 저런 임도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고창고개

 

고창고개에서 734봉으로 오르는 길

 

 

 

 

734봉으로 가다가 되돌아본 활공장

 

 

되돌아본 활공장

 

방장산 정성에서 본 734봉

 

734봉이 조금 가까워졌다.

 

길을 잘못들어 산사면을 돌아가다가 허리까지 빠졌던 곳

 

앞에서 러셀을 하고 가는 아내. 러셀이 재밌다며 앞서 간다.

 

 

734봉 정상 부근. 이곳까지 촬영하고 배터리가 아웃되고 말았다.

 

  734봉에서는 급경사로 내려서는 길이 이어진다. 얼마나 눈이 많이 쌓였는지 아이젠을 착용했는데도 줄줄 미끄러진다.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미끄러지는 것이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가파르게 내려서던 길은 다시 하나의 봉우리를 넘는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눈길을 헤치고  봉우리를 올라서니 발아래로 입암산이 뾰족하게 얼굴을 내민다.  갈재를 넘어가는 도로가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우리 뒤에 어둠의 자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길이 넓어지면서 힘겹게 갈재를  넘어가는 트럭이 용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갈재로 내려서는 임도가 앞으로 다가와 우리를 갈재로 이끌어 준다.

  차가운 겨울 바람만 휑하게 불어대는 갈재에는 아침에 우리가 두고 간 소렌토 R이 혼자서 기다리기에 지쳤다는 듯이 눈을 흘기고 서 있을 뿐이었다.

 

 제대로 된 눈길을 걸었던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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