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37차 선운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1. 16. 10:24

137차 선운산 산행기

 

1. 일시 : 20101114()

2. 동행 : 아내

3. 산행코스 : 차장 - 경수산(444m) - 마이재 - 수리봉(도솔산396m) - 개이빨산(346m) - 소리재 - 낙 조대 - 천마봉 - 배맨바위 - 청룡산(314m) - 쥐바위 - 사자바위 - 투구바위 - 선운사 - 주차장

4. 산행시간 : 8시간

차장(08:00) - 경수봉 민박(08:10) - 경수봉(09:07) - 마이재(09:50) - 수리봉(도솔산10:07) - 참당 암 갈림길(10:16) - 개이빨산 갈림길(10:57) - 개이빨산(11:08) - 개이빨산 갈림길(11:24) - 소리재 (11:37) - 낙조대(12:00) - 천마봉(12:05) - 배맨바위(12:40) - 청룡산(12:48 점심 40) - 쥐바위 (13:57) - 사자바위/희여재 갈림길(14:06) - 사자바위(14:23) - 투구바위(15:00) - 선운사(15:43) - 주차 장(16:00)

 

5. 산행지도

 

 

 

 

6. 특기사항

산행로에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서 진행에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산행코스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내판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산행지도를 가지고 가야 한다.

1) 경수봉 들머리

 

<사진1> 이 사진 오른쪽으로 동백호텔이 있다. 사진의 소형주차장이라고 써 있는 안내판 옆으로 나 있는 2차선 도로(사진 2)를 따라가면 <사진3>의 우체국 휴양소가 있다. 

 

 

<사진2> 동백 호텔은 나무에 가려 있지만 이길을 따라가면 된다. 

 

 

<사진3> 우체국 휴양소. 오른쪽으로 간다.

 

 

 

우체국 휴양소를 지나면 바로 경수봉 민박이다. 사진의  왼쪽 끝에 있는 파란 지붕집 옆에 경수봉 들머리가 있다. 만약에 경수봉을 오르지 않으려면 이곳에서 직진하여 도로를 따르면 경수봉을 지난 안부로 오를 수 있고 대략 40여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산불 방지로 인해 한 달 동안 등산로를 통제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2) 개이빨산

 

 

개이빨산 갈림길에 세워진 안내판. 실제로 이곳은 4거리이고 개이빨산은 안내판 뒤쪽 방향에 있다. 그런데 화살표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제대로 표기하려면 화살표를 위쪽으로 표기했어야 될 것이다. 지도와 지형을 아무리 살펴봐도 화살표 방향에는 산이 없다. 지난 번 산행 때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오늘 제대로 확인해 보니 화살표가 잘못 표기 되어 있었다. 개이빨산은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었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개이빨산 직전에 있는 안내판

 

개이빨산 정상. 경수봉에서부터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 왔다. 

 

 

 

2008년 산행 때 개이빨산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서 다녀왔다. 문제는 잘못된 안내판이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안내판 뒤로 이어지는 길이 개이빨산으로 가는 길인데 화살표를 반대 방향으로 해 놓아서 헷갈린다. 안내판 뒤로 이어지는 길을 표시하려면 화살표를 위쪽으로 향하게 해 놓아야 할 것이다.

 

7. 산길을 걸으며

 

1

 

 

경수봉 자락의 가을

 

무엇인 아쉬운 지 가을은 몸부림하고 있었다.

 

수리봉에서 내려다본 선운사

 

화려한 단풍의 춤사위보다는 멈칫멈칫 뒤돌아서는 가을의 하소연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선운산으로 간다. 지난 여름의 그 풍성한 이야기들을 다 쏟아 놓고 말라버린 이야기 샘을 어쩌지 못한 채 가을은 선운산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서해의 비릿한 바람까지 끌어 들여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내놓고 슬쩍 눈물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은 꾀죄죄하고 추레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나목(裸木)들 사이를 갈라놓는 햇살 아래서 선운산의 가을은 그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아마 비슷한 이유를 들고 온 나라에서 모여들었을 사람들의 발밑에서 선운산의 가을은 잘게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2

 

 

내려다본 도솔암

 

배멘 바위로 가면서 돌아본 천마봉

 

낙조대와 천마봉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마치 그곳이 선운산의 모든 것인 듯하다. 절벽이 있고, 바위가 솟아 있으며 마지막 남은 단풍 몇 잎이 붉은 울음을 울고 있는 도솔암의 풍광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경수봉으로 오르는 길, 수리봉을 거쳐 개이빨산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은 관심조차 없는 버림받은 곳이었다.

1등만 고집하는 풍조는 산에서도 어쩔 수 없다. 요즈음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나라의 1등주의는 여전하다. 금메달에 근접한 선수 중심으로 큐시트를 만들어 가는 방송사들 앞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유도선수의 침울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남자 유도만 기억하지 말고 여자 유도도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하면서 약간은 슬픈 얼굴을 보이던 여자 유도 황예슬 선수를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 소위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는 아시안 게임 얼짱 선수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스포츠가 미인대회가 아니라면, 스포츠가 얼굴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은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모든 잘못을 들춰내는 방송사는 자신들에 묻어있는 더러움을 보아야 한다.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 대장금에서 최상국이 자살했던 곳이라고 한다.

 

배멘 바위 방향으로 가는 사다리.

 

배멘 바위

 

 쥐바위에서 바라본 베멘 바위. 한마리 두꺼비 같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배맨바위로 향한다. 희여재에서 올라오는 산악회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덕분에 산길은 시장통이 되어 있다. 이미 산에 막걸리 냄새가 가득하다. 천마봉 바위 절벽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점심상에는 어김없이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산에서 먹는 즐거움이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리봉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침 10시인데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 정상에서 먹을 것도 있으니 걱정 말고 마시자.”며 왁자지껄하게 마셔대는 바람에 수리봉에서 내려다보는 선운사의 고즈넉함을 뺏기고 말았었다. 산을 즐기자는 것인지 술을 마시러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사람들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떠밀려 청룡산에서 점심을 즐기려던 계획을 접고 쥐바위로 향한다. 산길에서 약간 벗어난 봉우리에 앉는다. 해리면의 들녘이 내려다 보인다. 갑자기 눈이 호사를 누린다. 동네 뒷산에 올라앉은 기분이다. 산 아래 사람들의 생활이 참으로 가깝다.

아내가 아침에 준비한 밥상은 단촐하다. 김치와 멸치 조림, 마늘과 양파절임이 전부다. 남향이어서 밀어오는 햇살이 다정하다. 누운 채로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을 딛고 떠다니는 구름 조각이 새롭다. 고요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언제부턴가 산행 중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것을 즐기고 있다. 바깥 세상의 복잡하고 뻑뻑한 구조를 다 내려놓고 팔베개로 바라보는 하늘은 언제나 평온하다. 충만감에서 행복을 느낀다.

한 무더기의 소음이 밀려들더니 작은 봉우리에 다독여 놓은 행복을 흩어 버린다. 이제 떠나야 하는 것이다. 무자비한 점령군의 군홧발을 이겨낼 힘이 나에게는 없었다. 볼품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작은 봉우리에 갈무리해둔 햇살을 가을의 영역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나는 이제 또 무너져야 한다. 봉우리를 내려와 보니 30여 명은 족히 될 산객들이 점심을 먹으며 가을 산의 고요를 흔들어 대고 있다. 그들의 등에도 가을은 햇살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직 남은 가을의 발자국을 밟아간다.

 

 

사람 사는 세상도 평화는 있다.

 

쥐바위를 오르는 산객들

 

사자바위. 내려가는 길이 에술이다.

 

 

산에 들어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건강을 위하여, 즐거움을 위하여, 이웃과의 교제를 위하여, 아니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하여. 어떤 모양이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산에 든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산을 즐긴다. 그것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3

 

 

투구바위에서 암벽을 하고 있다.

 

바위벽을 올라야 진짜 산행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투구바위를 돌아갈 즈음 한 무더기의 기합소리가 터져 나온다. 웃통을 벗은 한 남자가 암벽에 매달려 있다. 그곳이 선운산 암장이었다. 다가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 붙어 있다. 손가락 끝에 힘을 실어 육중한 몸을 끌어 올린다. 밑에서 젊은 여자가 줄을 잡고 바위를 기어오르는 남자를 보고 있다. 저것이 바로 확보라는 것이구나. 남자는 바위가 천장처럼 되어 있는 곳에 거미처럼 붙는다. 그렇다면 저것은 오버행이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용어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다. 덩달아 바위에 붙어보고 싶은 마음도 싹을 틔운다. 갑자기 남자가 떨어진다. 여자가 밧줄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허공에 매달리는 남자. 두꺼운 다운 파카를 입고 비스듬히 누워 있던 한 남자가 소리친다. 허공에 매달린 남자는 허공에 매달려 몸을 흔든다. 그 탄성으로 바위에 달라붙는다.

바위에 붙어봐야 산을 말할 수 있는 거야.” 지난 주 속리산 서북릉에서 만난 전북 연맹 조남근님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연다. “10미터 이상 떨어져 봐야 산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거든.” 23살부터 산악연맹에 몸담았다는 조남근님은 산에서는 내가 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산으로 들어서는가. 평생을 풀어야 할 화두(話頭)일까. 마라톤을 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중인리 들판을 달리면서 내 자신에게 7년 동안 물었던 물음은 왜 달리는가였다.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은 우리가 평생을 짊어지고 다녀야 할 물음은 왜 사는가이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왜 산에 가는가.

왜 달리는가.

마음이 버겁다. 그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길이 없다.

하물며 왜 사는가를 묻는다면 어쩌면 생의 끈을 놓아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4.

 

 

 

선운사는 더 이상 수도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속세의 혼잡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버린 까닭이다. 절에서도 문을 열고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 화려한 단풍 뒤에 숨어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가고 있었다. 부처가 열고자 하는 세상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마음을 가졌던 선운사라는 공간에 몸을 집어넣고 무엇을 이유로든지 세인(世人)들이 흥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부처는 외면하지 못하지 않을까. 어차피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절간 지붕에서 반짝이는 가을 햇살을 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부처의 자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처는 지긋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2,5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선 선운사에서 단 1초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면 화사한 풍광으로 가을을 빚어 놓은 자연의 이치는 성공을 하지 않았을까.

산을 나선다. 언제나처럼 복잡해진 발걸음으로 산을 나선다. 세상에서 산이 되어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조금 얹어 산을 나선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산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산을 나설 수 있기에 나는 또 다시 산으로 들어서야 한다. 산이 되기 위하여 또 다른 산행을 해야 한다.

 

20101114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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